
국내 P-X(Para-Xylene) 생산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정유기업들이 정제마진 악화에 대응해 P-X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공급과잉이 확대된 가운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져 폴리에스터(Polyester) 체인이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P-X 생산기업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부터 국내수요가 아니라 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신증설에 나섬으로써 중국 수요가 줄어들면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중국은 P-X 공급부족이 장기화되자 신증설을 적극화하고 있으며, 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의 반발까지 수그러들어 2-3년 후에는 자급체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P-X는 원유 및 컨덴세이트(Condensate: 초경질유)를 정제한 나프타(Naphtha)를 분해해 생산하며 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폴리에스터섬유의 기초원료로 투입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침체 가속화
P-X 체인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타격이 심각한 상태이다.
P-X는 코로나19의 발원지이자 글로벌 폴리에스터 생산대국인 중국이 2020년 1월 말부터 엄격한 물류 및 인적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를 비롯한 유도제품 플랜트들이 가동률을 낮춤으로써 서플라이 체인이 단절돼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월에는 유도제품 공장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감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3월 말에는 한때 60%대로 하락했던 폴리에스터 중합설비 가동률이 70-80%를 회복했으나 서플라이 체인 단절의 영향은 장기화되고 있다. PET 가동률도 50%까지 곤두박질친 후 3월 말 70%를 회복했다.
그러나 P-X 현물가격이 FOB Korea 톤당 45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나프타는 C&F Japan 3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함으로써 P-X와 나프타의 스프레드는 톤당 150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PTA와 폴리에스터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냉각으로 P-X는 물론 유도제품 시장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폴리에스터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생산대국으로 중국을 둘러싼 시장환경 변화에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 2019년 한국산 수입 609만톤으로 6.6% 감소
중국은 P-X 수입량이 9년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2019년 Hengli Petrochemical이 대규모 플랜트를 완공한 이후 P-X 자급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수입량이 1497만8300톤으로 전년대비 5.8% 줄어들며 9년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수급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현재와 같은 자급화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2024년에는 수입량 1000만톤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PTA 생산을 확대함에 따라 원료 P-X 수요가 계속 증가해 글로벌 P-X 수요 4500만톤 중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P-X 수요 증가에 맞추어 생산능력 확대를 적극 추진했으나 2019년 이전에는 수요 증가세를 따라잡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2015년 160만톤 플랜트를 완공한 이후에도 공급부족이 확대됐고 2018년에는 수입량이 1590만3500톤으로 10.1%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그러나 2019년 5월 Hengli Petrochemical이 450만톤 플랜트를 신규 가동함으로써 6월 수입량이 100만톤 이하로 급감하는 등 신증설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
Hengli Petrochemical은 다롄(Dailen) 소재 P-X 450만톤 플랜트를 2018년 10월 완공하고 2019년 5월부터 상업가동에 들어갔고, 폭발사고로 3년간 가동을 중단했던 Dragon Aromatics도 2018년 160만톤 플랜트를 재가동한 후 2019년부터 정상 가동하고 있다.
2019년 수입량은 1497만8300톤으로 1500만톤대가 붕괴됐으며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는 한국산은 609만5099톤으로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입시장에서는 한국산 뿐만 아니라 일본산도 209만7200톤으로 13.8% 줄어들었고 타이완산 역시 99만6000톤으로 37.3% 격감했다.
반면, 동남아산 수입은 증가세가 뚜렷했다. 베트남산이 40만4600톤으로 83.3%, 인도네시아산이 27만6000톤으로 27.6배 폭증했다.
베트남은 2018년 6월부터 P-X 70만톤 플랜트를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인도네시아는 2018년 11월 4년만에 가동을 재개해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인도네시아 플랜트는 2019년 여름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기업이 투자한 브루나이산 역시 중국에 처음으로 유입되기 시작해 2019년 수입량이 5만1300톤을 기록했다.
인디아산은 127만4900톤으로 17.7%, 사우디산 역시 94만1800톤으로 41.7% 증가하면서 중국 수입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수출 비중 80% 후반으로 여전히 높아
국내 P-X 수출은 중국비중이 2019년 86.7%로 여전히 90%에 근접한 수준을 나타내는 가운데 타이완, 일본, 미국, 타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19년 전체 수출량은 703만2497톤으로 4.8% 감소에 그쳤다.
타이는 2017년과 2018년 10kg 이하에 그쳤으나 2019년 1만9492톤으로 2만톤에 육박했고, 일본은 10만4569톤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타이완 수출은 2017년 37만톤대에서 2018년 65만9762톤으로 급증한 후 2019년에도 67만6131톤으로 소폭 늘어나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내 P-X 수출은 2018년 738만3515톤을 정점으로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2020년에도 신증설을 멈추지 않는 가운데 인디아, 동남아시아도 자체 수요를 커버하기 위해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P-X 생산기업들은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역외시장 개척을 적극화해 중국수출 비중을 대폭 낮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수출 비중은 2016년 91.3%, 2017년 90.9%, 2018년 88.4%, 2019년 86.7% 등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80%대 후반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P-X 생산능력이 2018년 1770만톤에 달했고 2020년 590만톤을 신증설하는 등 2020년에는 총 생산능력이 3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레이, 150만톤 건설 경쟁대열 합류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P-X 수출을 적극화하고 있는 가운데 싱가폴 투자기업 켐원(ChemOne)도 말레이지아에서 아로마틱(Aromatics) 설비투자에 나서 주목된다.
켐원은 2020년 2월 말레이지아 조호르(Johor)의 펭게랑(Pengerang)에서 P-X 150만톤, 벤젠(Benzene) 65만5000톤을 중심으로 한 아로마틱 생산설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동 등에서 수입한 컨덴세이트를 원료로 사용하며 P-X, 벤젠 외에도 유황 1만1000톤, LPG(액화석유가스) 29만8000톤, 제트연료 92만6000톤, 경질 나프타 90만6000톤, 초저유황경유 133만7000톤, 저유황연료유 21만4000톤을 상업화할 계획이다.
총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를 투자하며 2020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4년 풀가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Pengerang Energy Complex가 미국 UOP 기술을 채용해 컨덴세이트 스플리터와 P-X 플랜트를 건설하고, EPCC(설계‧조달‧건설‧시운전)는 이태리 Maire Tecnimont에게 발주했다.
컨덴세이트 스플리터는 컨덴세이트를 원료로 나프타, 가스오일(경유원료), 제트연료의 원료로 사용되는 등유(Kerosine) 등을 생산하며, 컨덴세이트 약 630만톤은 중동,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나프타 가운데 중질 나프타는 P-X, 벤젠 등 아로마틱 원료로 사용하고 경질 나프타는 올레핀과 휘발유 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P-X는 대부분 중국 PTA 생산기업들에게 원료로 공급하고, 연료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정유공장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자체 공급능력이 축소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펭게랑에서는 말레이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와 아람코(Saudi Aramco)가 합작한 석유정제‧석유화학 컴플렉스 프로젝트 RAPID가 완료단계이며, 경질 나프타를 RAPID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켐원은 2015년 파산한 Jurong Aromatics의 주주로 Pengerang Energy Complex를 통해 Jurong Aromatics 모델을 재현하고 있다. Jurong Aromatics 생산설비는 엑손모빌(ExxonMobil)이 2017년 인수했다.
정유4사, 2018년까지 호황을 맛보았으나…
국내 정유기업들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P-X 호황을 만끽했다.
SK이노베이션은 P-X 마진이 크게 증가하면서 2018년 3분기 영업이익이 7191억원에 달했고, 2분기에 정기보수를 실시해 가동률이 55%에 그쳤던 에쓰오일도 6월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가 3분기 영업이익이 3854억원에 달했다. 특히,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P-X 호황에 따라 1789억원으로 2분기 165억원에 비해 984% 폭증하고 2017년 3분기 905억원과 비교해도 98% 급증했다.
아시아 P-X 현물가격이 2017년까지 톤당 700-800달러에 머물렀으나 2018년 들어 1월 965달러, 5월 1011달러, 9월 1333달러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P-X와 나프타의 스프레드도 2018년 1월 톤당 362달러에서 8월 548달러, 9월 651달러로 벌어졌다.
중국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문제로 폐 플래스틱 수입을 금지함으로써 PET 및 폴리에스터 생산이 증가해 P-X 수급타이트를 부채질했다. 수입한 폐플래스틱을 활용해 PET를 생산했으나 오리지널 PET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P-X 수요가 급증했다.
국내 정유4사는 P-X 생산능력이 SK이노베이션 260만톤, GS칼텍스 135만톤, 에쓰오일 185만톤, 현대오일뱅크와 일본 코스모오일(Cosmo Oil)이 50대50으로 합작한 현대코스모가 118만톤으로 나타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SK인천석유화학 130만톤을 포함하면 P-X 생산능력이 총 390만톤으로 국내 1위, 세계 6위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JXTG에너지(JXTG Nippon Oil & Energy)와 합작으로 2014년 100만톤을 가동했고,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도 2014년 7월 130만톤 플랜트를 완공했다.
GS칼텍스는 P-X 생산능력이 135만톤으로 일본 Show Shell Oil, Taiyo Oil과 합작으로 100만톤 플랜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P-X 시장이 악화되자 투자를 미루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