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북아시아 석유화학기업들이 주로 가동하고 있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의 시대에 대비해 원료를 다양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다양한 산업계에서 서플라이체인 재정비, 대규모 위기 발생 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규제 및 제약 조치에 대한 대응, 중국에 대한 의존도 경감 등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화학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서플라이체인 단절 및 수요 급감으로 큰 타격을 받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NCC, 코로나19 위기에도 풀가동 계속
아시아는 2020년 1-3월 중국에서, 3-5월에는 동남아, 한국,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이동제한 및 봉쇄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석유화학 플랜트는 대부분 높은 가동률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이 기초산업일 뿐만 아니라 연속공정은 일시적인 가동중단이나 재가동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서 예외적으로 가동을 허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지아 국영 페트로나스(Petronas Chemicals)와 타이 Siam Cement Group(SCG)의 SCG Chemicals은 물론이고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이 운영하고 있는 싱가폴 PCS 역시 NCC를 풀가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동했다.
연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며 화학제품 수요가 상당수준 감소했고 판매가격 급락으로 이어졌으나 일부 스팀 크래커들이 정기보수를 실시했을 뿐만 아니라 스프레드를 충분한 수준으로 확보할 수 있어 고가동 체제를 유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틸렌은 원료로 나프타(Naphtha), 에탄(Ethane), LPG(액화석유가스), 컨덴세이트(Condensate) 등을 투입하는 가운데 나프타는 4월 셋째주 기준으로 동북아 가격(오픈스펙)이 톤당 180-190달러를 형성하고 에틸렌은 CFR SE Asia 톤당 330-340달러를 나타냄으로써 충분한 스프레드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은 2019년 9월 아람코(Saudi Aramco)의 사우디 정유공장 2곳이 드론 피격을 받은 영향으로 한동안 급등했으나 이후 급락세로 전환돼 에틸렌 원료로 나프타 투입비중이 높은 아시아 스팀 크래커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미국이 중동산 에탄 수준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셰일가스(Shale Gas) 베이스 에탄을 활용해 에틸렌 유도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아시아 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나 아시아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나프타가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나프타에서 LPG로 이동하는 경향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19 이전의 전망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봉쇄조치의 영향으로 휘발유(Gasoline), 제트연료, 선박연료 등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해 정유공장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있어 나프타 수급타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싱가폴에서는 엑손모빌(ExxonMobil), 셸(Shell Chemicals), 중국 CNPC의 100% 자회사인 SRC(Singapore Petroleum) 등 정유 3사가 20-30% 수준 감산하며 나프타 공급량이 줄어들고 있다.
중국에서도 3-4월 사이노펙(Sinopec), CNPC 등이 정유공장 가동률을 30-40% 낮추었고, 국내에서는 SK에너지를 비롯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사가 10월까지도 정유공장 가동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동제한 조치에 따라 휘발유‧경유 수요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항공유, 선박유 수요는 격감해 정상 가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프타는 원유, 석유제품 수급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기 때문에 아시아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프로판(Propane)이나 부탄(Butane) 등 LPG를 원료로 투입할 수 있도록 분해로를 개조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맞추어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원료를 투입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2025년까지 건설할 예정인 스팀 크래커의 전체 생산능력이 600만톤에 달하는 가운데 대부분이 나프타와 LPG를 모두 원료로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원료 투입비중을 조절하는 움직임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었으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가 요구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LPG 가격이 일반적으로 나프타보다 10% 정도 낮다는 점에서 LPG 투입을 선호하고 있다.
겨울철에는 난방용 수요가 급증하며 LPG 가격이 상승하지만 난방용 수요가 거의 없는 여름철에는 LPG 가격이 급락하기 때문에 수익성 보전을 위해 나프타와 병행 투입하는 크래커들이 상당수 있고 2019년 사우디 정유공장 피격사건 이후에는 나프타가 폭등하면서 난방용 성수기에도 LPG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LPG, 미국 불확실성에 PDH 증설로 경쟁력 하락
최근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프로판을 원료로 투입해 프로필렌(Propylene)을 직접 생산하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설비가 급증하면서 여름철에도 LPG 수급이 타이트해짐에 따라 계절적 요인만으로 LPG와 나프타를 선택하는 움직임은 다소 약화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중국은 2015년 이후 PDH 신증설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산 LPG 수입을 확대하고 있고 2018년에는 수입량이 4600만배럴에 달하며 일본, 멕시코에 이어 3번째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이후 미국-중국 무역마찰의 영향으로 2019년 수입량이 240만배럴로 격감했으나 2020년에는 1월 1단계 무역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중국기업들이 미국산 프로판 수입을 재개했고 앞으로도 수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2020년 상반기에 프로필렌 생산능력 70만톤의 PDH 2기를 가동하고 하반기에 180만톤 가동을 준비하고 있어 프로판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LPG가 더이상 저가 원료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미국이 에너지 가격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셰일가스 및 오일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있고 협조 감산에 나선다면 LPG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예전만큼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NCC 가동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탄, 나프타, LPG, 컨덴세이트 등 원료마다 유분 수율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며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원료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뿐만 아니라 부타디엔(Butadiene), 아로마틱(Aromatics) 등을 얻을 수 있지만 프로판을 투입하면 부타디엔과 아로마틱 추출량이 급감하는 등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나프타, 국제유가 폭락에 맞춰 등락 심화
나프타는 현물가격 하락에도 양호한 스프레드를 유지하고 있다.
나프타는 브렌트유(Brent) 선물가격에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2019년 중반 이후 중동정세 악화, 미국-중국 무역마찰 등으로 크게 변동하고 2020년에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협조 감산체제의 일시적 결렬, 코로나19 등의 영향을 받아 폭락함으로써 나프타도 동시에 폭락했다.
다만, 세계 각국에서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석유 수요가 일부 살아나 국제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한때 마이너스권으로 악화됐던 나프타-브렌트유 스프레드(크랙 스프레드)는 양호한 수준을 되찾았다.
브렌트유는 2019년 중반 배럴당 60달러 초반을 형성했으나 연말에는 60달러 후반으로 급등했다.
사우디에서 아람코 석유 생산설비 2곳이 공격받으며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영향을 받았으나 미국-중국 무역마찰로 세계 경제가 침체돼 2018년 하반기 기록했던 80달러 이상에 비해서는 20달러 정도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2020년에는 3월부터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정체돼 휘발유, 제트연료 등 수송용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함으로써 2월 말 50달러 이상을 형성했던 브렌트유는 4월 말 20달러가 붕괴되는 수준으로 폭락했다.
OPEC+의 감산 공조가 결렬된 것을 계기로 산유국들이 생산을 확대하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된 것도 폭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산유국이 다시 협조 감산에 나서고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활동 중단 사태가 일정부분 수습돼 석유 수요가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브렌트유 역시 8월 말까지 3개월 동안 40달러 이상 수준을 유지했고 10월에도 42-43달러 수준에서 등락했다.
하지만, 브렌트유가 40달러를 회복하면서 그동안 원유 수요 급감으로 가동을 중단했던 셰일오일 생산이 재개를 검토하기 시작해 공급과잉이 다시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수요가 다시 급감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 역시 국제유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레핀 초강세에도 코로나19 2차 유행이 변수
나프타는 원유에 비해 수요가 꾸준함으로써 10월까지 톤당 4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여름의 500달러 전후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나 크랙 스프레드는 오히려 2019년보다 2020년이 60달러 정도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중국 무역마찰과 NCC의 트러블 및 정기보수로 나프타 수요가 격감했으나 2020년에는 상대적으로 수급이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나프타 현물가격은 2019년 말 600달러 전후에서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4월 초에는 100달러 중반으로 폭락했고, 크랙 스프레드는 한때 마이너스권에 들어섰으며 4월 중순까지도 마이너스가 이어졌다.
아시아 NCC들이 정기보수를 집중적으로 실시한 사이 유럽‧미국에서 판매처를 상실한 휘발유 기재용 나프타가 대량으로 유입된 것 역시 공급과잉에 일조했다.
일본 나프타 기준가격은 코로나19 사태로 2분기 kg당 2만5000엔으로 1분기에 비해 2만엔 가까이 폭락했으나 3분기에는 3만엔 전후로 반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 NCC의 정기보수가 종료되면서 수요가 되살아나고 에틸렌, 프로필렌 강세에 부타디엔까지 연일 폭등하면서 마진이 크게 개선됨으로써 풀가동으로 이어져 나프타 수급타이트를 부채질하고 있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CFR NE Asia 톤당 800달러대 후반을 형성하고 있고, 부타디엔은 3월부터 300달러대 중반을 장기화했으나 7월부터 NCC의 LPG 대체투입을 계기로 급등과 폭등을 반복했고 10월에는 800달러대 후반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에틸렌, 프로필렌은 식품포장과 방역‧의료용 수지 거래량이 봄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강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2차 유행에 따른 수요 감소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백신 개발에 따라서는 시장이 또다시 급변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