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플래스틱 회수 및 리사이클을 둘러싸고 부담금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구민교 교수는 최근 중기중앙회 주최로 열린 플래스틱 폐기물 부담금 부과 합리화 발표회에서 폐플래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자에게 일정한 금전적 부담을 안기는 플래스틱 폐기물 부담금 제도를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대기업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플래스틱 가공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폐기물 부담금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기업들은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부당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면서 플래스틱 가공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70% 이상은 가공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나 코스트를 전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코스트 전가가 가능한 석유화학기업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행정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중기중앙회 서승원 상근부회장도 오염 원인자를 플래스틱 가공제품 제조·수입업자인 중소기업으로 한정하지 말고 공동책임의 원칙에 따라 원료를 생산하는 대기업이 부담금을 먼저 내고 판매가격에 반영하는 상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폐기물 부담금을 나홀로 부담하는 것에 100% 찬성하는 관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플래스틱 가공기업은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으로 폐기물 부담금으로 인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2018년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실이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플라스틱조합연합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플래스틱 폐기물 부담금 감면제도가 일몰되면 플래스틱 가공기업 3000곳이 2019년 총 750억원의 부담금을 물게 되고 플래스틱 가공기업당 25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감면제도 일몰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플래스틱 폐기물 부담금 감면제도는 매출액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에 따라 부담액을 감면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로 중소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10년부터 시행했으나 2018년 일몰됐다.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근거로 감면제도 일몰 이후 17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고, 플래스틱은 99%가 중소기업이어서 납품가격에 전가하지 못함으로써 준조세 성격이 강하고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플래스틱의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플래스틱 사용 감축을 강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지지를 받지 못했다.
문제는 폐플래스틱의 회수와 리사이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회수방법 효율화나 리사이클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엽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TR(Thermal Recycle), MR(Material Recycle)을 넘어 CR(Chemical Recycle)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열 회수나 재활용에 그치지 않고 화학원료로 재사용해 폐플래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폐기물 부담금 합리화 연구 책임자인 강태진 미래지식사회연구회 회장(서울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은 유럽 시멘트 생산기업들이 폐타이어, 폐합성수지를 활용한 대체연료 사용을 활성화하고 있다며 폐플래스틱을 환경연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일 뿐이다.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 석유화학기업들이 플래스틱 리사이클 체제를 구축하라며 200억원 이상을 갹출해 지원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사용했는지, 얼마나 남아 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