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석유화학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보노라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뒤로 하고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비수기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PE를 비롯해 PP, PS, ABS, 합섬원료 시장 현상을 설명할 때 중국 비수기의 영향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 유독 많다.
언뜻 보기에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플러스 성장한 나라가 세계적으로 오직 중국 한나라에 그칠 정도로 모범적인(?) 방역을 자랑하고 있고, 그것도 2020년 가을부터 글로벌 공급물량을 싹쓸이하는 블랙홀 역할을 재현하고 있는 마당에 비수기라니 가당치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수기가 사실일 수 있다는 발표가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1년 2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28조2857억위안(약 5017조원)으로 2020년 2분기에 비해 7.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치 8.1%를 밑돌았음은 물론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1분기 18.3%를 크게 밑돌았다.
1분기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멈춘 기저효과 때문에 20% 가까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쳐도 2분기 성장률이 1분기에 비해 1.3% 성장에 그쳤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경제의 성장성이 2분기부터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고 석유화학 시장에서 수요 부진을 설명할 때 중국의 비수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3월 소매판매가 전년동월대비 34.2% 급증했으나 3개월 연속 떨어져 6월에는 12.1% 증가에 그침으로써 코로나19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상당히 충격적이다. 특히, 소비 증가가 자동차, 가전 등이 주도했을 뿐 식음료, 소비재는 극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5월 생산자물가(PPI)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전년동월대비 9% 상승했으나 소비자물가(CPI)는 1.3% 상승에 머물러 생산기업의 수익이 악화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1-2월 35.1%에서 6월 8.3%로 급락했고,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6월 12.6%에 불과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 폭등지세를 계속하던 석유화학 현물가격이 2021년 1분기에는 초강세를 유지했으나 2분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일부 폴리머는 폭락한 이유가 설명되는 대목이다. 중국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부진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은 2021년 하반기에 어떠한 모습을 나타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상반기에는 초강세를 유지하기 위해 가동률을 낮춰 공급을 줄이는 편법을 사용했으나 가동률 감축에도 한계가 있어 80-85% 아래로 떨어지면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 정설이다.
아시아 초강세 현상을 설명할 때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미국의 한파, 유럽의 트러블이 어느 정도 뒷받침할지 확실치 않으나 중국의 수요 감소, 즉 비수기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배럴당 77-78달러 수준의 초강세를 뒤로 하고 70달러대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면 추가 상승을 예상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서면 추가 하락을 고려해 구매수요가 감소하는 것은 상식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2021년 상반기부터 신증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