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경기가 하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탄소중립 의지가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 강세를 계속했던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이 급락하고 탄소배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폭락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 시장에서 거래가격은 2월4일 톤당 96.40유로를 형성해 2005년 출범 이후 종가기준 최고치를 형성했고 머지않아 100유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은 천연가스 상승에 따른 발전용 석탄 사용 증가, EU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 상향조정 요인이 작용하면서 2021년부터 2022년 2월까지 200% 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급락하기 시작해 3월 초까지 20% 이상 폭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 독일의 원전 폐쇄 연기, 탄소배출권 가격 조정 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급락사태가 국내시장에도 부정적 파장을 몰고 올 것은 확실하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글로벌 대세에 편승해 너도나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나섰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만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의지도 약한 것으로 평가돼 탄소배출 감축 의지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탄소중립을 가장한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우려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고 경쟁도 치열하다 보니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척하거나 바이오 운운하면서 실제와는 다르게 탄소중립을 실현한 것처럼 홍보에만 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과 다른 홍보에는 한계가 있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글로벌 투자자들이 속아 넘어갈 리 없고 결국에는 더 큰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원료 조달부터 생산, 유통, 폐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린워싱을 통해 이미지를 세탁해야 할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커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그린워싱 유혹에 넘어가기보다는 새로 부상하고 있는 신기술을 쫓아 신규사업을 개척하는 것은 어떠할까?
글로벌 시장정보 제공기업 CB 인사이트는 탄소중립을 포함 원격의료, 암호 보안, 메타버스, 임상시험 가상화, 초고속 배송, 공급망 위험 제거, 전기화, 개인정보 보호, 선결제 후지불(BNPL), 배양육, 융합에너지 등 12가지 기술이 2022년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12가지 기술 중 상당수는 화학기업의 현실과 거리가 있으나 임상시험 가상화, 디지털트윈, 전기화, 배양육, 융합에너지는 관심을 가져볼 만한 분야이다.
임상시험 가상화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가상실험 등 약물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코스트를 대폭 절감할 수 있고, 디지털트윈은 대량생산 방식에서 공급망 위험을 최소화하는 소규모 첨단 제조공장으로 변화할 수 있으며, 전기화는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행기에서 신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전기화가 예상되고, 배양육은 식물 베이스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생산해 육류를 대체하며, 융합에너지는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청정에너지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서두르지 않으면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