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들이 2020년부터 탄소중립을 외치며 친환경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고 엄청난 코스트와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화학기업의 생사를 담보할 수도 있는 핵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2021년 정유‧석유화학 대기업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대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했지만 발표한 계획을 액면 그대로 실행할 것으로 믿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동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탄소중립 대책의 하나로 너도나도 수소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섰으나 암모니아도 생산하지 않는 현실에서 수소를 조달해 석유 베이스 연료와 원료를 대체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어느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전력을 투입해 암모니아와 수소를 생산하고 생산한 수소로 다시 전력을 생산해 제조공정에 투입하는 이론상 전혀 맞지 않는 논리가 전개되고 있다.
물론, 기술이 없다고 외면할 처지는 아니어서 해외의 유망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은 평가할만하다. 국내에 투자할만한 스타트업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기술 검증도 없이 무리하게 투자함으로써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투자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몇몇 스타트업은 해외에서도 기술을 인정받고 있어 다행이나 상당수는 지나치게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만약, 국내 정유‧석유화학 대기업들이 조금 더 일찍부터 탄소중립에 관심을 기울이고 국내 스트트업 육성에 나섰다면 막대한 코스트를 지불하지 않고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당장 시급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상용화된 기술이 없어 먼 산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나 탄소중립을 외치면서 CCUS를 외면할 수는 없는 국면이어서 CCUS만이라도 국내 스타트업을 개발하고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까지 100개 이상의 CCUS 신규 설비가 발표되는 등 이산화탄소(CO2) 포집용량 확보를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4배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CUS 없이는 중화학 부문의 탄소중립이 불가능해 CCUS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CCUS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25개국에서만 운영‧개발하고 있고 미국‧유럽이 개발단계 프로젝트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그런데도 GDP‧무역 측면에서 세계 10위권 선진국이라는 한국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IEA는 2010년 이후 300만톤 수준의 이산화탄소 포집용량이 추가돼 2021년 현재 4000만톤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16억톤을 추가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이 CCUS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탄소중립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면밀한 사업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고 기술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플래스틱 재활용(CR‧MR‧TR)과 바이오 플래스틱 개발도 실력 있는 스타트업을 육성해 사업화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