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산단지에서 울산‧여수단지까지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가량 지속되면서 합성수지‧합성고무를 중심으로 출하가 차질을 빚음으로써 재고가 쌓임은 물론 수출물량을 내보내지 못해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다행스럽게 파업이 일찍 종료됨으로써 플랜트 가동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석유화학협회를 중심으로 석유화학기업들이 파업 기간에 벌인 여론몰이 행태는 웃지 않을 수 없다. 과장이 심해도 아주 심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대산공장에서 내수‧수출용 7000톤 정도의 반출이 막혀 애를 먹었다고 보도됐다. 컨테이너 353대 분량이라고 한다. 공장에도 야적 가능량의 50%에 달하는 1만톤 이상이 쌓였고 12개 플랜트 가운데 3개는 가동을 중단했으며 6월13일 1개 플랜트가 추가 감산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내부 도로에 야적했고, 한화토탈은 출하 중단이 계속되면서 일부 플랜트 가동률을 낮추거나 가동을 중단해야 할 처지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석유화학기업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재가공하는 정밀화학‧플래스틱 생산기업들도 피해가 불가피했고, 나아가서는 전자‧건축자재‧자동차까지 모조리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식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한술 더 떠 국내 석유화학산업 출하량이 화물연대 파업 이전 하루 평균 7만4000톤에서 10% 수준으로 격감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파업에 따른 출하 차질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났으며, 일부 석유화학기업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가동중단 혹은 재가동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우려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물론 화물연대의 파업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안전임금 제도의 일몰을 연장하기 위해 무리한 파업을 실행함으로써 산업 전반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고, 다시는 파업을 통해 억지 주장을 관철하는 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으로 나프타를 조달하지 못해 스팀 크래커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억지 논리도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한다. 어느 석유화학기업도 나프타를 컨테이너나 탱크로리로 운반하지 않고 있으며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국내 석유화학기업이 입주해 있는 울산, 여수, 대산단지는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고 정유공장 또는 부두에서 파이프라인으로 나프타를 공급받아 가동하고 있다. 2000만톤이 넘는 나프타를 탱크로리로 운반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화물연대 파업 노동자들이 운송 거부에 이어 산업단지 진·출입로를 수시로 점거하면서 원재료 반입 및 생산제품 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으면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을 것이다.
굳이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석유화학 플랜트 가동이 중단되면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기초소재 중에는 폴리머도 있으나 모노머도 못지않고 모노머는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업단체들은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막아줄 것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