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 진출 확대 … 화학기업도 CDMO 주목
일본 제약기업들이 암 등 질환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는 차세대 저분자 의약품인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 개발을 적극화하고 있다.
아스텔라스제약(Astellas Pharma)은 암세포 증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다이이치산쿄(Daiichi Sankyo)와 에자이(Eisai)도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제약 메이저 뿐만 아니라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 등 의약품 위탁생산‧개발기업(CDMO)들도 트렌드를 주시하고 있어 항체의약이나 핵산의약품 등 새로운 치료 수단이 등장하면서 성장 둔화가 우려됐던 저분자 의약품 개발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분자 의약품은 질환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기능을 저해하나 저분자가 접근 가능한 표적이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어 제약기업들이 미개척 표적에 접근하기 위해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타깃 프로틴 디글레이터)을 활용해왔다.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은 유비퀴틴 라이게이스(Ubiquitin Ligase) 효소를 결합한 저분자 화합물을 표적 단백질에 결합시키는 구조로 결합이 이루어지면 유비퀴틴 라이게이스로부터 유비퀴틴이라 불리는 물질이 표적 단백질로 전이‧부가돼 단백질 분해 효소 프로테아좀을 통한 분해가 진행된다. 
아스텔라스제약은 암 발생이나 진행에 영향을 미치고 세포 증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KRAS G12D 변이체 분해제 ASP3082를 2022년 2월부터 임상시험하고 있다.
KRAS는 암 세포를 발생‧증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신약 개발이 어려운 표적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ASP3082는 KRAS G12D 변이체용 임상시험 가운데 세계 최초로 추진되는 것으로 췌장암, 대장암, 폐암 치료를 위해 유효성, 안전성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아스텔라스제약은 ASP3082의 뒤를 이을 2번째 혹은 3번째 신약도 개발했으며 조기에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저분자 의약품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던 표적에 대한 접근법으로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다이이치산쿄 역시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을 신약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중시하고 있다.
저분자 설계법에 따라 강점이 달라지는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화학합성, 케모인포매틱스(Chemoinformatics: 화학정보과학) 등을 응용할 계획이다. 항암제로 개발한 엔허투 등 항체약물 복합제(ADC)가 성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치료수단으로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을 육성하고 있다.
에자이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발상을 통해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을 활용하고 있다.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와 암 세포를 공격하는 화학요법제(페이로드)를 조합한 ADC 페이로드 부분에 분해약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임상 단계를 진행했으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단백질 분해 유도약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도쿄(Tokyo) 대학의 미키히코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벤처기업 Arvinas가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 ARV-110은 임상2상에서 양호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Pfizer)는 유방암 치료제 후보를 개발하고 있으며, 스위스의 노바티스(Norvatis)는 영국 스타트업 Dunad Therapeutics와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기합성 기술을 베이스로 취하는 저분자 의약품은 1조4000억달러대의 글로벌 의약품 시장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항체의약과 핵산, 펩티드 의약, 유전자 치료, 재생의료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으로 실용화된 mRNA 의약품 등 새로운 치료수단과 관련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현재는 연평균 성장률이 수퍼센트대에 그치고 있고 성숙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을 통해 표적 단백질이 매년 100종씩 늘어날 수 있고 기존에 축적된 노하우를 응용하는 제약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다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 제약기업들은 생활습관병을 대상으로 저분자 의약품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왔기 때문에 단백질 분해 유도약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분자 의약품 원액을 위탁생산하는 화학기업들 역시 최근의 트렌드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주목하고 있다.
단백질 분해 유도약품은 기존 저분자 의약품과는 작용기저가 전혀 다르지만 개발‧제조공정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단백질 분해 유도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프로세스 개발부터 위탁해 중장기적으로 치료약, 상용화 위탁까지 진행할 예정이며, 우베(UBE)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