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가경쟁력 약화에 중국 자급률 상승 … 신규사업·고부가화 필수
유럽 화학기업들이 코스트 상승과 환경규제 강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공급망 개편으로 시장 구조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바스프(BASF)는 2022년 매출액이 873억유로로 전년대비 11.1% 증가했으나 EBIT(특별항목 제외 영업이익)는 69억유로로 11.5% 감소했다. 대부분 사업 분야는 증가했으나 화학 및 원료 사업은 고정비 상승, 낮은 마진, 판매량 감소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에너지 코스트가 세계 전체 사업장에서 32억유로 증가하며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에너지 코스트 상승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한 비중이 69%에 달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코스트 증가가 전체의 84%에 달했고 대부분 독일 루트비히스하펜(Ludwigshafen) 페어분트(Verbund)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스프는 높은 제조코스트에 따라 2026년까지 루트비히스하펜 소재 암모니아(Ammonia) 44만톤 공장 1기를 포함해 카프로락탐(Caprolactam) 플랜트와 비료 생산설비, 사이클로헥사놀(Cyclohexanol) 및 사이클로헥사논(Cyclohexanone) 생산라인, 소다회 설비, TDI(Toluene Diisocynate) 플랜트와 전구체인 DNT(Dinitrotoluene) 및 TDA(Toluene Diamine) 라인을 영구 폐쇄하고 아디핀산(Adipic Acid)은 생산능력을 감축할 방침이다.
TDI는 미국 루이지애나 가이즈마(Geismar), 한국 여수, 중국 상하이(Shanghai) 플랜트를 통해 유럽에 공급할 예정이다.
바스프는 구조조정을 통해 2026년 말까지 고정비가 약 2억유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베스트로(Covestro) 역시 2022년 매출액이 179억6800만유로로 13.0% 증가했으나 EBIT는 2억6700만유로로 88.2% 격감했다.
클라우스 셰퍼 코베스트로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코베스트로는 글로벌 에너지 코스트가 2020-2022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일부 현장에서 에너지원을 가스에서 석유로 전환하고 공장의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했으며 겨울 동안 사무공간을 통합하는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유럽은 러시아에서 PNG(파이프라인 천연가스)를 도입해 천연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조달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액화천연가스)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윤용식 연구원은 “LNG를 수입하면 공급 안정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운송거리가 증가하고 액화 및 기화 과정이 추가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할 때보다 코스트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유럽의 러시이산 원유 수입비중은 25%, 나프타(Naphtha)는 30%에 달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산 연료·원료를 수입하면서 아시아 화학기업에 비해 원가경쟁력을 유지했으나 러시아산 수입금지 제재가 2023년 2월5일부터 시행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더불어 플래스틱 사용규제 및 재활용 확대가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최근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100유로로 상승해 코스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화학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중동 및 중국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화학기업들도 구조상 유럽기업들과 큰 차이가 없어 우려되고 있다.
한국은 수입하는 원유의 67%를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유럽도 러시아산 수입 제재가 시행되면서 LNG와 중동산 원유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에너지 수입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저가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있고 PNG 조달도 고려하고 있어 원가경쟁력에서 격차를 벌릴 가능성이 크고 중국 석유화학 자급률이 상승함에 따라 유럽과 한국 모두 중국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시장 관계자들은 “과거 유럽 화학기업처럼 국내기업들이 신규사업을 확장하고 정밀화학 및 고부가제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스프는 2001년 신사업부서를 설립해 5년 단위로 10년 전망에 기초해 미래 예상 수익률에 따라 집중 육성, 경쟁력 유지, 투자 제한, 사업 철수 유형으로 분류하고 과감한 매각과 인수를 단행했다.
코닝(Corning)은 닷컴버블이 터지기 전 광통신 사업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100억달러를 투자해 광섬유 사업을 육성했으나 실패해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했고, 2001년 매출액의 10.3%를 차지하던 연구개발(R&D) 투자를2022년 15.3%까지 끌어올리며 광섬유 뿐만 아니라 기판유리 시장을 선도하는 그룹으로 거듭나면서 위기에서 탈출한 바 있다.
도레이(Toray)는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탄소섬유 연구개발에 매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수요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범용 석유화학 부문에서 영업적자를 피할 수 없었으나 양극재 사업을 확보한 LG화학, 태양광에 집중한 한화솔루션은 영업이익 감소를 방어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영업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은 LFP(인산철리튬) 확대, 태양광 수요 둔화 등 리스크가 존재하나 미국 제약기업 아베오(Aveo)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한화솔루션도 단순 태양광 모듈 판매를 넘어 발전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폴리실리콘(Polysilicon) 의존도가 높은 OCI도 원가절감을 위해 공장을 말레이지아로 이전하거나 미국 자회사를 통해 발전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으며, 포스코케미칼과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부광약품 지분 11%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국내 화학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범용 비중이 높고 중국 의존도가 커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수출액은 중국 자급률이 상승하면서 2023년 2월 40억62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8.3% 감소했다. 2022년 6월 0.7% 줄어든 이후 9개월 연속 감소할 것으로 파악된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