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파라핀(Liquid Paraffin)은 고도의 정제 공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스페셜티 화학제품으로, 윤활유 성분이면서 극한의 고순도화를 거쳐 무색투명하고 맛도 냄새도 없다는 특징을 보유해 화장품, 식품, 의약품 및 제조공정 등 넓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시장 전체가 성장에 난항을 겪는 등 사업환경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일본기업들은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새로운 용도 개척 또는 안정공급체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유동파라핀은 가격 변동에도 강하고 소재 특성상 깨끗하며 안전성이 높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기업들은 천연소재를 지향하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유동파라핀의 특성을 소구할 계획이다.
베이스 소재에 영향을 주지 않는 특성 주목
유동파라핀은 미네랄오일 또는 리퀴드 파라핀, 화이트오일 등으로도 불리는 액상 포화탄화수소의 일종으로 석유정제공정에서 끓는점이 섭씨 300도 이상인 중질경유, 윤활유 등 윤활 유분인 베이스오일을 원료로 생산하고 있다.
수소화 또는 설폰화 등 정제처리공정을 거쳐 방향족(Aromatics), 유황 화합물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함으로써 다른 유분에는 없는 독특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광유에서 정제한 물질이지만 유동파라핀은 광유와는 다른 물질로 해석되고 있다.
유동파라핀이 보유한 가장 큰 특징은 무색투명하고 무색무취하다는 점이며, 오일 고유의 특성을 높이면서 소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베이스 소재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다.
석유제품 및 정유, 동·식물성유지, 왁스와 혼합하면 윤활작용 및 투명성, 연화성 및 가소성을 부여할 수 있고, 전기특성상 높은 절연 강도와 높은 유전율을 보유하면서 중성 또는 비극성이기 때문에 탁월한 화학안정성을 지니고 있다.
산과 열에도 강하고 UV(자외선) 흡광도가 극도로 낮으면서 에멀젼화하기 쉽다는 특성도 있다
안전 면에서도 피부보호에 탁월하고 장관 흡수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약리작용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병원균과 곰팡이 등이 침투하지 못한다.
다양한 기능 때문에 일본공업규격(JIS) 및 식품첨가물규격, 일본의 의약품규격 기준서인 JP(일본약국방) 시험, 화장품 원료 기준 등 여러 일본 기준에 적합하며 USP(미국약전) 및 미국 식품규격 기준도 통과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의약·의료용픔부터 LiB 분리막에 인공투석 장치까지…
유동파라핀은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화학공업 분야를 시작으로 의약·의료용품, 화장품, 식품, 섬유, 제지 등 여러 분야에서 유동파라핀이 보유한 다양한 특성을 이용하고 있다.
화학공업 분야에서는 PS(Polystyrene) 제조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가소제, 이형제 등 첨가제로 제조공정에 투입되고 있다. 자동차, 사무기기, 가전제품의 성형재료로 이용될 뿐만 아니라 식품 트레이용에서도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LiB(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용도는 장래가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지 내부의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미다공막을 습식 공정으로 제조할 때 투입하며 폴리머 매트릭스에 유동파라핀을 혼합하고 성형 후에 녹여 제거함으로써 다공질막 구조를 형성한다.
섬유공업에서는 방적기와 연사기의 스핀들 오일의 연신용 유화제 및 연화마감제 등에 이용되고 있으며 인공투석 장치용 중공사막 제조공정에서도 이용하는 빈도가 확대되고 있다.
화장품은 안정성이 높고 에멀전화가 쉬워 클렌징, 파운데이션, 헤어케어용 베이스 소재와 베이스 오일에 채용되고 있고 보습효과를 이용해 액체입욕제에 배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의료용품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연고와 크림에 혼합해 피부에 붙이는 용도나 파스 등 베이스 소재 용도로 보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욕창방지제품에도 적용된다.
제빵 라인에서 반죽분할기용 오일과 식품포장재 제조, 식품용기 제조라인의 윤활유, 프로세스 오일 등에 채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식품포장재에 폭넓게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후생노동성이 개시한 용기·포장재 사용 가능 포지티브 리스트에 명기되지 않아 일본 유동파라핀공업협회가 후생노동성에 유동파라핀을 포지티브 리스트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고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열거된 첨가물 1666번에 통합돼 식품첨가물 뿐만 아니라 용기·포장재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명기했다.
일본기업, 안정적 공급을 위해 투자 확대
일본 유동파라핀 생산기업들은 시장대응제품 개발과 안정적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최대 메이저인 모레스코(Moresco)가 치바(Chiba) 공장 약 2만톤, 산코케미칼(Sanko Chemical)은 오사카부(Osaka) 다다오카(Tadaoka) 공장에서 약 1만톤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모레스코는 범용 그레이드인 MORESCO-WHITE를 축으로 고순도제품인 MORESCO-VIOLESS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화장품과 세면용품을 비롯해 의약품, 수지첨가제, 섬유유제, LiB 분리막 등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치바 공장은 황산정제법 클로즈드 시스템을 채용한 환경부하 저감 플랜트로 일본 생산제품의 안정적이고 안전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고, 사용자의 요구사항에 맞춰 커스텀 개발이 가능한 전용 연구시설도 함께 있으며 화장품용과 의약품용을 중심으로 용도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소비기업이 완성제품에 대한 안정성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및 의약외품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후생노동성은 의약부외품 원료 규격 검사 시스템을 확충했다. 기존의 발췌검사에서 전수검사로 변경하고 보증 시스템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추오카세이(Chuo Kasei)는 산코케미칼이 제조하는 S형 및 고정도 SP형을 공급하고 있다.
일본 약국방·식품규격에 맞춘 SUS(Saybolt Universal Seconds) 점도 40초 그레이드부터 530초 그레이드까지 공급하고 있으며 의약품, 화장품, 식품첨가물용이 중심이다. 특히, 섬유유제 관련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베이스 오일 생산기업인 에네오스(Eneos)가 HI-WHITE,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이 Daphne Oil 등을 공급하고 있다.
시마무역(Shima Trading)은 미국 소네본(Sonneborn) 생산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요코하마(Yokohama)와 고베(Kobe)에 각각 전용 탱크를 설치해 일본 동서에서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특히 고베에서는 EP(유럽약전), USP, JP 3개 규격에 적합한 유동파라핀의 소분을 시작으로 제조분석센터를 정비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제품의 추가 고부가가치화를 목표로 일본에 있는 의료·화장품, 기능소재개발, 마찰학(Tribology), 농업 관련소재 등 4개 연구센터를 최대한 활용해 유동파라핀을 포함한 상품 관련 데이터 축적 및 독자적인 솔루션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기술적 측면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템 발굴을 위해 수요기업의 시점에서 생각하는 마케팅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영업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가네다(Kaneda)는 미국 정유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로부터 원료를 수입하는 HICALL 시리즈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의약품과 화장품 영역을 중시하고 있으며 의약품 기제용 및 식품용 그레이드 생산을 2016년부터 기후현(Gifu) 도키시(Toki)에 위치한 나카니혼메디칼(Nakanihon Medical) 공장으로 집약했다.
나카니혼메디칼 공장에서는 원료 탱크 추가 및 의약연고용 HICALL GEL 직접 생산 등 기능을 계속 확대하고 있고 불안정한 사회정세가 물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안정공급 시스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공장과 인접한 곳에 위탁계약을 맺은 탱크로리를 배치하는 등 기존 방식에 더해 원료를 수입할 때도 엑손모빌과 공동으로 정확한 재고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3년에도 수요 회복 어려워
일본은 2022년 유동파라핀 수요가 3만472톤으로 전년대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유제용 및 의료용, 식품용 수요는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PS를 중심으로 한 화학공업용 수요가 19% 감소하고 화장품용 수요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에도 화학공업용에서 수요가 정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전체 수요도 3만톤이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체 수요의 약 40%를 차지하는 화학공업용은 2022년 1만1578톤으로 19% 감소했다.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 이용되는 PS용 수요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보급으로 미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던 LiB 분리막용 수요도 유동파라핀 재이용이 늘어나면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용품 및 식품용 수요는 나쁘지 않았으나 화장품용은 마스크 착용 영향으로 성장이 막혀 4% 줄었다. 다만, 섬유유제용 수요는 3153톤으로 6% 증가했다.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