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C, 저분자에서 연속생산 추진 … 재생의료, 설비투자 경쟁 치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은 일본기업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CC: Sumitomo Chemical)은 저분자 의약품 CDMO 사업에서 원제 연속생산을 시작하며, 테이진(Teijin)과 AGC는 재생의료 CDMO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2024년 생산 개시를 목표로 원제‧중간체 공장에 연속생산 전용 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의약품 원제 및 중간체 제조공정은 원료와 촉매를 반응용기에 투입해 목적물질을 추출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시행해 최종물질로 완성하는 배치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배치 방식은 공정이 길고 생산수율이 낮은 단점이 있으며 한번에 대량 취급하기 때문에 고도의 반응을 끌어내기까지 작업자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연속생산은 정교한 화학합성을 안전하면서 효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으며 석유화학제품 제조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학합성용 용기 주변에 다수의 배관을 깔고 원료, 촉매를 연속 투입한 다음 연속적으로 반응을 끌어내 목적물질을 얻어내는 방식으로 24시간 상시 가동이 가능해 수율이 우수하고 폐기물이 적으며 배치 방식과 비교했을 때 반응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어 작업자 수를 줄이거나 작업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의약품 제조공정에도 석유화학제품과 동일 방식으로 적용 가능해 생산설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의약용 제조공정에서 연속생산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제약기업, CDMO 관련기업들도 활용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저분자 의약품 CDMO 분야의 일본 최대 메이저이며 경쟁기업보다 앞서 연속생산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차지할 계획이다.
현재 우타지마(Utajima) 시험제작소를 통해 연속생산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원제 전단계인 중요 중간체까지 기술 확립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의약품별로 연속생산 방식을 적용해 적용이 가능한 품목을 추려내고 반응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화학합성으로 제조하는 저분자 의약품 CDMO 분야는 글로벌 시장이 2022년 기준 300억달러에 달했고 앞으로 연평균 5-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글로벌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현재 100억엔을 투자해 오이타(Oita)에 신규 CDMO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기후(Gifu)와 오카야마(Okayama) 소재 기존 공장을 포함해 3개 생산기지 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생산능력을 10% 수준 확대할 예정이다.
재생의료 CDMO 분야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전자에 결손 혹은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 정상 유전자를 투여하거나 기능을 복원시키기 위해 체외에서 생장시킨 세포를 사용하는 세포‧유전자 치료 등 재생의료 분야는 글로벌 시장이 2030년까지 120조원으로 현재에 비해 10배 가량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체의약품과 mRNA 등 다양한 치료수단을 갖추고 있는 글로벌 CDMO 메이저 론자(Lonza)는 재생의료 분야에서도 상용 프로젝트 수주를 늘리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기업들도 투자를 확대하며 론자 추격에 나서고 있다.
테이진은 재생의료 관련제품을 생산해온 자회사 J-TEC 기술 및 노하우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본 국립암연구센터와 연계해 치바(Chiba)에 의약품 개발위탁(CDO) 기지를 건설하는 한편 야마구치(Yamaguchi)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위탁생산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2023년 4월에는 재생의료 뿐만 아니라 핵산의약품, 항체의약품 CDMO 사업 등을 영위하고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등을 주요 수요기업으로 둔 미국 레질리언스(Resilience)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레질리언스는 재생의료 분야에서 CAR-T 치료용 렌티바이러스를 위탁생산하고 있으며, 테이진은 레질리언스의 수요기업을 일본 포함 아시아로 확대하는데 협력할 계획이다.
AGC는 항체의약품, 저분자 의약품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나 유전자‧세포 분야에서도 인수기업을 활용해 이태리, 미국 공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하이델베르그(Heidelberg) 공장은 유전자‧세포 치료 원제 플라스미드 DNA 생산실적이 풍부하며 원제부터 일관 공급할 수 있다는 우위성을 확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후지필름(Fujifilm)은 미국 자회사를 통해 인공다기능간세포(iPS세포) 베이스 치료제 위탁생산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미국 암젠(Amgen)으로부터 독립한 아타라(Atara Biotherapeutics)의 캘리포니아 세포 치료제 생산설비를 인수함으로써 프로세스 개발부터 치료제 생산, 상업생산까지 수주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하는 등 세포치료 분야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스미토모제약(Sumitomo Pharma)과 스미토모케미칼의 합작기업 S-RACMO는 오사카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2번째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니콘(Nikon)은 도쿄(Tokyo)에 일본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가운데 클린룸을 증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과 미국‧유럽에서 점유율 확대에 노력해온 레조낙(Resonac)은 사업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재생의료 CDMO 자회사 미나리스(Minaris Regenerative Medicine)는 제약기업과 신약 개발 벤처들의 글로벌 개발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일본‧미국‧유럽에 사업장을 갖추고 신증설 투자를 적극화했으나 레조낙이 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생명과학 사업은 일부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 매각이 예상된다.
레조낙은 이미 진단약품 사업을 캐논(Canon Medical Systems)에게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며, 미나리스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이기 때문에 M&A(인수합병)가 성사되면 글로벌 판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판단된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