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필름 시장은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국내 필름 생산기업들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 및 저가 공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필름 생산설비를 매각하거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일제히 사업 철수에 나서고 있다.
필름은 과거 캐시카우였으나 사업 정리로 비용을 절감하고 신 성장동력 투자자금을 마련하는 등 사업구조 재편을 적극화하고 있다.
SKC는 국내 최초로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필름을 개발했으나 2022년 6월 필름·가공 사업을 한앤컴퍼니에게 매각했으며, 효성화학은 2023년 9월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나일론(Nylon) 필름 사업을 축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필름 사업을 합작사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LG화학은 12월까지 편광판 보호필름 사업을 정리하고 일본이 독점해온 ABF(Ajinomoto Build-up Film) 개발에 나섰다.
SKC, PET필름 매각하며 대규모 개편
SKC(대표 박원철)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필름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SKC는 2022년 6월 필름‧가공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SKC미래소재(현재 SK마이크로웍스)를 설립했으나 설립 6개월만인 12월2일 필름·가공 사업을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게 1조595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1977년 국내 최초로 PET필름을 개발한 후 2000년대 디스플레이용 필름을 주력 생산하는 등 국내 필름 사업을 선도했지만 매각 당시 필름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7.2% 수준에 그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자 2차전지, 반도체, 친환경 소재 중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솔루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
SKC는 투자 확대에 따라 부채비율이 2021년 말 171%에서 2022년 3분기 말 189%로 상승했으나 필름‧가공 사업 매각을 통해 낮추었으며 2025년까지 자체조달과 전략적 파이낸싱을 통해 약 5조원을 마련하고 매년 1조원씩 투자할 계획이며 재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채비율 150-200%를 유지할 방침이다.
SKC는 비핵심 사업 자산 유동화 전략에 따라 비핵심 사업 매각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 PU(Polyurethane) 원료 사업 자회사인 SK피유코어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 운영기업 글랜우드PE에게 4103억원에 매각하고, SK엔펄스는 파인세라믹스 부문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기업 한앤컴퍼니에게 3600억원에 양도했다.
중국에서 운영하던 웨트케미칼 사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생산기업 야커테크놀로지(Yorker Technology)에게, 세정 사업은 투자 전문기업 선양신진정밀기술(Shenyang Yichuang Precision Technology)에게 각각 매각했다.
효성화학, 나일론필름 축소로 재무 개선
효성화학(대표 이건종)은 국내 1위인 나일론필름 사업 축소로 재무 개선을 시도했다.
효성화학은 국내 나일론필름 시장점유율 1위로 대전, 구미, 중국 취저우(Quzhou) 등 3곳에서 나일론필름을 생산했으나 수요 감소에 따라 2023년 9월 대전공장 생산설비 일부를 구미공장으로 이전한 후 대전공장을 폐쇄했으며 가동률을 조정해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로 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대전공장은 나일론필름 공장 중 가장 먼저 건설한 설비”라며 “나일론필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노후화된 공장을 폐쇄하고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나일론필름을 포함해 편광필름, IT필름 등 범용필름 사업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 및 저가 공세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했으며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따라 경쟁도 심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화학은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2조7916억원, 영업적자 1888억원을 기록했으며 2022년 4분기부터 9분기 연속으로 손실 흐름이 이어짐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필름 사업을 매각한 것으로 판단된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타이어보강재 수요 회복으로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836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55억원으로 115.1% 폭증했으나 효성화학은 시황 약세와 해상운임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해 매출이 7103억원,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34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베트남 신규 투자에 따라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이 1분기 말 6000%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베트남 신규 공장 투자로 2018년 말 약 9000억원이던 연결 순차입금이 2023년 말 2조4000억원으로 불어나 재무부담이 과중한 상태로 평가된다.
코오롱, 합작사업 전환으로 수익 유지
코오롱인더스트리(대표 김영범‧유석진)는 필름 사업을 합작사업으로 전환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PET필름 등 산업용 필름 사업이 전방산업 수요 침체와 높은 원료가격으로 적자를 계속함에 따라 가동률 조정부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으며 2024년 2월 사모펀드 운용기업 한앤컴퍼니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필름 사업부 운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타이어 코드 수요 둔화와 필름 사업 적자 지속으로 매출이 5조612억원으로 전년대비 5.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74억원으로 35.1% 급감했으며 당기순이익은 필름 사업에서의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82.0% 격감했다.
2024년 1분기 매출은 1조161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2%, 영업이익은 306억원으로 17.6%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203억원으로 필름 합작법인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28.4% 감소했다.
한앤컴퍼니와 추진하고 있는 필름 합작법인은 소수 지분만 보유해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필름 사업 적자를 일부만 반영함으로써 영업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아라미드 증설분의 본격 가동, 아라미드 펄프와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PMR) 증설 완료, 패션부문의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며 “2분기에는 타이어코드 수요 증가와 패션사업 준성수기를 통한 영업실적 회복이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구미공장에 2989억원을 투자해 아라미드 7810톤 증설을 진행했으며 2023년 12월 국내 1위인 1만5310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아라미드 더블업 증설 시기에 맞추어 2024년 2월에는 구미공장에 차세대 스마트팩토리 기술 적용을 완료했으며 제조부터 출하까지 모든 공정의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조실행시스템(MES)으로 아라미드 공정을 고도화했다.
LG화학, 전면 정리로 신사업 주력
LG화학(대표 신학철)은 신사업 강화를 위해 필름 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LG화학은 2020년 6월 자동차용 등 일부제품군을 제외한 LCD(Liquid Crystal Display) 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기업 산산(Shanshan)에게 약 1조3000억원을 받고 매각했고 2021년 OCA(Optically Clear Adhesive) 필름 사업을 중국 젠존인베스트먼트에게 600억원에 처분했다.
OCA 필름은 터치스크린패널(TSP)과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와 커버윈도우를 접착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점착필름으로 중국 LCD 생산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의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OCA 필름 사업부 매출이 동반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OCA 필름 수요는 TSP를 사용하지 않고 터치 전극을 봉지 공정에 넣는 온셀(On-Cell) 방식의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패널 증가에 따라 더욱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LG화학은 2023년 12월 편광판 제조‧반송 시 파손, 오염을 방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편광판 보호필름 사업을 중국 HMO에게 약 8292억원에 처분하며 편광판 관련 사업 정리를 완료했다.
LG화학은 PET로 보호필름을 생산해 Shanjin Optoelectronics, HMO 등 편광판 생산기업에게 공급했으나, 현재 IT·소재 사업을 미래 유망소재인 OLED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 일본 벤처기업 Bioworks에 10억엔을 투자해 PLA(Polylactic Acid) 섬유용도 개발과 차세대 합성섬유 PlaX 판로 확대 및 공급망 확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신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PlaX는 사탕수수와 같은 식물 원료를 사용하는 바이오 플래스틱인 PLA에 Biowroks가 독자 개발한 식물 베이스 첨가제를 적용한 차세대 합성섬유로 폴리에스터(Polyester) 등 석유 베이스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Biowroks는 2024년 5월 타이완에서 PlaX 장섬유 양산을 시작했다.
ABF로 일본 독점 무너뜨린다!
LG화학은 일본 아지노모토(Ajinomoto)가 독점했던 ABF 개발에 나섰다.
4월 개최된 2024 어드밴스드 반도체 패키지 혁신기술 콘퍼런스에서 임민영 LG화학 전자·반도체·패터닝소재 PL(Project Leader)은 “FC-BGA(Flip Chip-Ball Grid Array), 유리기판 등에 들어가는 BF(Build-up Film)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BF는 고부가기판인 FC-BGA 핵심 소재로 글로벌 시장을 독점한 일본 아지노모토의 기업명을 따라 ABF가 제품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LG화학은 반도체 패키지 소재를 미래 중점 육성 사업으로 삼고 BF 개발에 주력해 FC-BGA룰 생산하는 국내기업과 품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테스트를 통과하면 BF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판 관계자는 “LG화학이 ABF 상용화에 성공하면 국내 기판 생산기업들의 ABF 소재 관련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으며 ABF 수급도 원활해질 것”이라며 “기판 시장에서는 LG화학의 BF 소재 개발을 환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산업은 최근 이종 로직칩을 세편화해 동일 기판에 탑재하는 칩렛(Chiplet) 기술의 영향으로 반도체 기판의 대면적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주목받는 유리기판에도 ABF 소재가 사용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ABF 사용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영, 커패시터 필름으로 도레이 “조준”
삼영(대표 이석준·조영한)은 커패시터 필름 고도화에 성공했다.
커패시터 필름은 전기·전자제품의 전기 흐름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콘덴서의 핵심 소재로 일반 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EV),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에도 사용한다.
얇게 만들기 위해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으나, 전기자동차 인버터의 핵심 소재로 채용되며 글로벌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도레이첨단소재, 왕자제지(OJI)가 글로벌 1, 2위로 독과점하고 있으며 전자·포장용 필름 전문기업 삼영은 글로벌시장 점유율 10%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커패시터 필름을 양산하고 있으며 국내 테이프 생산기업을 통해 원통형 배터리용 커패시터 필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규 설비에서 생산한 2.3마이크로미터 전기자동차용 커패시터 필름의 본격적인 공급을 통해 2024년 수익성 향상 및 수요기업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3마이크로미터 전기자동차용 커패시터 필름은 일본계 도레이첨단소재가 독점하던 시장을 이원화한 것으로 단가가 기존 커패시터 필름의 3-4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삼영의 커패시터 필름이 현재 배터리용으로 사용되는 OPP(Oriented Polypropylene) 필름에 비해 내구성과 내열성이 높고 PI(Polyimide) 필름 대비 판매단가가 낮아 시장 침투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진희 기자: kj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