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대표 박기덕·정태웅) 경영권 분쟁 사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황산 수요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계가 품질 유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반도체 수요기업 일부가 황산 품질에서 특이점이 발생하면 반도체 생산 및 품질관리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고려아연에 반도체용 황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전공정과 후공정에서 필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고순도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려아연은 국내 반도체산업에 고품질 황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공급망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며, 특히 온산 제련공장은 반도체용을 포함해 140만톤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국내 황산 수요는 글로벌 AI(인공지능) 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에 따라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역시 반도체용 황산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국내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경영권 분쟁 사태에 따른 공급 차질을 염려해 반도체용 황산 공급처를 국내외 경쟁기업으로 다양화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국내외 80여곳에 달하는 고려아연 수요기업들은 9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인수 추진 직후 고려아연이 공급하는 아연, 연, 귀금속, 반도체 황산 등에 대해 품질 저하를 우려해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1개월 동안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주식 공개매수전을 벌였으나 양측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경영권 분쟁은 장내 매수와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위한 장외 여론전과 명분 쌓기로 격화하고 있다. (윤우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