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4.11.11

일본 화학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 대응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반도체 소재를 중심으로 자동차, 배터리, 통신용 특수 소재를 개발하고 생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성을 올릴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중국의 공급과잉 여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사업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 석유화학제품은 중동사태를 계기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한국이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1990년대부터 흑자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1-2차에 걸쳐 통폐합을 통해 생산능력을 감축하고 동남아시아·중동 투자로 선회했으며, 최근에는 중국 투자 본격화를 계기로 3-4차 구조조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밀․스페셜티화학은 중국의 장기간에 걸친 고도성장을 타고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호황을 누렸고 최근 들어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중국기업들이 본격 참여하면서 부분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을 중심으로 철수를 시작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R&D로 재미를 보았으나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매출이 크지 않고 영업이익도 갈수록 나빠져 사업을 유지할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R&D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R&D 투자 효율성이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화학기업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나 정밀화학이나 스페셜티화학도 손쉽게 돈을 벌던 시대는 끝나고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유럽에서 일본으로 건너오더니 이제는 일본․중국․한국이 경쟁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화학기업들이 정밀․스페셜티화학에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빛을 볼 것을 기대했으나 어려운 국면이다. 물론, 벤처기업이나 중소 화학기업들은 아직도 수익성이 양호한 편이어서 다행이나 대기업들은 한발 늦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일본 화학기업들이 최근까지도 기초화학 비중을 낮추고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주 늦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전통적인 정밀화학기업 우베는 최근 기초소재 사업 중 암모니아 생산을 중단하고 PI와 C1 케미칼 체인 사업에 경영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스페셜티 분야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향으로 구조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소재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카프로락탐의 원료로 사용하는 암모니아 공장 가동을 2030년경 중단할 예정이었으나 가동중단 시기를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중국이 카프로락탐과 나일론 수출을 적극화하면서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티 사업에는 세라믹, 북미 C1 케미칼 설비투자와 R&D에 1000억엔 이상을 투입하고, PI 사업은 원료 BPDA부터 바니시, 필름, 파우더를 일관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플렉서블 OLED 기판과 대형 디스플레이용 COF를 육성할 계획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전자·반도체와 전동자동차 소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배터리, 해상풍력용 고기능 소재 개발도 멈추지 않고 있다.
다만, 일본 화학기업들이 범용 생산에서 철수하고 고부가가치 정밀․스페셜티화학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나 R&D 투자의 맹점인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마음대로 시장을 좌우하던 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중국이라는 존재를 의식하면서 R&D 투자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협력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화학저널 2024년 11월 11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