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머 현물가격이 예상을 뒤엎고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시아 폴리머 시장은 수급과는 상관없이 등락하는 일이 종종 나타나고 있으나 최근과 같이 수요-공급과는 동떨어지게 폭등하는 사태는 거의 없었다.
중국의 국경절 연휴 기간에는 거래를 거의 중단할 수밖에 없었으나 폴리머 생산기업들은 풀가동을 유지했다는 측면에서 재고가 급증한 것은 분명하고 공급과잉이 확대됐으니 급락이나 폭락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락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도 10월 중순 LDPE가 톤당 1140달러로 50달러 폭등했고, PP는 975달러로 45달러 폭등해 1000달러에 육박했으며, PVC는 1060달러로 90달러 대폭등했다. GPPS는 1050달러로 60달러 폭등했고, ABS는 초강세를 이어간 것도 모자라 1790달러로 무려 110달러 대폭등했다.
5-6년 전까지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 이후 폴리머 현물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2010년대 후반부터 상승하거나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날 때부터 상업공급 메이저들과 무역상들이 공급을 담합한 징후가 의심됐으나 2020년 가을에는 특히 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담합을 통해 수급을 조작하지 않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 폭등현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10월 중순 급등 또는 폭등에는 중국 내수가격 급등 또는 폭등이 선행한 흔적이 뚜렷했다.
LDPE는 중국 내수가격이 톤당 1만위안으로 300위안, PP는 8200위안으로 250위안 급등했고 부타디엔, MEG, SM 등도 중국 내수가격이 오르면서 급등 또는 폭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우한에서 2019년 12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나타나 2020년 2월부터 허베이성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경제성장률이 2019년 4분기 6.0%에서 2020년 1분기 마이너스 6.8%로 추락했고 4월부터 경제활동을 재개함으로써 2분기 3.2%, 3분기 4.9%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도 1분기에 고전이 불가피했으나 2분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해 3분기에는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현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폭등으로 이어질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수요 감소로 공급과잉이 확대돼 현물가격 약세가 불가피하고 수요 감소에 따라 가동률을 낮춰 공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가동률을 무한정 낮출 수 없다는 측면에서 2020년에는 공급이 수요를 웃돌아 수급이 정상을 되찾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렇다면, PE를 비롯해 PP, PVC, PS, ABS 폭등의 원인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한국을 중심으로 상업공급 메이저들이 무역상들과 담합해 공급을 줄이는 방법으로 폭등을 유발했는가, 아니면 사이노펙을 중심으로 중국 메이저들이 실속을 차리기 위해 폭등을 유발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폴리머 폭등으로 석유화학기업들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실수요자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수입‧구매할 수밖에 없어 막대한 손실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플래스틱 가공제품 공급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을 휘감고 있는 비정상적인 현물가격 등락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석유화학 메이저, 무역상, 중국이라는 삼각고리를 철저하게 조사‧분석해야 하고 국제 카르텔에 대한 수사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