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R(소형 모듈 원자로)은 대형 원자력 발전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빠른 건설 속도와 도심 인근 배치가 가능한 유연성을 갖춤으로써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건설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SMR 개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SMR은 소형 모듈 방식으로 설비 제작이 가능해 코스트 절감이 가능하고, 설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며, 대형 원전에 비해 100-1000배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도심·공업단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어 송전 손실도 줄일 수 있으며 현재 나트륨냉각, 고온가스냉각 등 설계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시장, 2034년 161억달러로 성장
글로벌 SMR 시장은 2025년 약 68억달러(약 9조4400억원)에서 연평균 8.9% 성장해 2034년 161억달러(약 22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연평균 성장률을 최대 22%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라파워(Terra Power), 엑스에너지(X Energy) 등이 SMR 사업에 진출해 와이오밍, 멕시코만에 건설하고 있으며 2029년 완공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도 ARC가 진출해 뉴브런즈윅(New Brunswick) 지역에 건설하고 있으며 2029년 완공될 예정이고, 영국은 Great British Nuclear 조직을 통해 SMR 개발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상업용 SMR 운영에 나서며 Linglong One이 시험을 완료한 후 2026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2033년을 목표로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HD현대중공업 등이 테라파워 등과 협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 부족과 규제가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며 독자 모델(i-SMR)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국내기업들은 원전 건설 경험과 부품 제조 역량이 높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우, 엑스에너지와 협력 SMR 건설
미국과 유럽 화학산업은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우(Dow)는 자회사 유니온카바이드(UCC)의 텍사스 시드리프트(Seadrift) 사업장의 노후화된 에너지·증기 설비를 엑스에너지가 개발한 SMR로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우는 시드리프트 프로젝트가 미국 에너지부(DOE)의 첨단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2025년 3월 NRC(원자력규제위원회)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고, NRC는 30개월로 예상되는 심사기간을 18개월로 대폭 단축해 2026년 11월까지 최종 안전성 평가를 완료할 예정이다.
엑스에너지는 미국 원자력 기술 스타트업으로 4세대 고온가스로형(HTGR) SMR과 차세대 연료(TRISO)를 개발하고 있다. HTGR은 기존 경수로형 SMR과 달리 고온의 열과 증기를 출력할 수 있어 산업용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정책적으로도 원자력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7월4일 대규모 감세 법안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통과시키면서 태양광·풍력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고 원자력에 대한 지원은 유지토록 했다.
유럽, SMR 건설 가속으로 화학사업 재건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자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EU 집행위원회(EC)는 2023년 넷제로 산업법(NZIA)을 채택하면서 SMR을 넷제로 기술로 분류하고 유럽연합 차원의 개발 지원 방침을 명확히 했다.

SMR은 설치면적이 작고 저탄소 전력과 열을 공급할 수 있어 운송·화학·철강·난방 등 탈탄소화가 어려운 분야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EC는 2025년 7월8일 EU 화학산업 재건 액션플랜을 발표하면서 화학산업이 핑크수소 등 새로운 청정에너지 개발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핑크수소는 원자력발전에서 얻은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EU는 저탄소 수소 산출 위임규칙 초안을 발표하면서 핑크수소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원자력 활용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이며, 2028년 7월까지 에너지 시스템과 온실가스(GHG) 감축 효과를 검증하고 핑크수소를 저탄소 수소로 정의할지 재검토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원자력의 위상 강화를 위해 2023년 유럽원자력동맹(European Nuclear Alliance)을 출범시켰으며, 원전 반대 입장인 독일에서도 원자력 재평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SMR, AI 시대 필수적이고 장점 수두룩
SMR은 AI 시대 도래에 맞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곳곳에 건설하면서 전력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망 구축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원전은 안전성이 의심받고 있는 반면 SMR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원전 대체의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SMR은 전통적인 원자력 발전과 비교했을 때 장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안전성 면에서 기존 원전보다 강점이 있고 빠르게 건설할 수 있으며, 소규모 원전이어서 수요처인 도시나 산업단지 인근에 건설할 수 있다.
특히, 원자력 발전을 구성하는 개별 유닛을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어 프로젝트 코스트가 원전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여러 기의 SMR을 연결하면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와도 경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SMR은 설치면적이 대형 원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24년 68억8000만달러에서 2034년 161억3000만달러로 연평균 8.9% 성장할 전망이다.
두산·현대, SMR 건설 놓고 경쟁
국내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40년에 걸친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기기를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SMR 개발기업의 설계를 제작 관점에서 정밀 분석하고 최적의 제작 공정·기술을 적용해 SMR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SMR을 제조하기 위한 시제품 제작, 전용 제조장비 도입, 설비 구축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20기를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앞으로 SMR 핵심 기기 62기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용 소재부터 정밀 대형기기까지 제작이 가능하고 안정적 납기와 높은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2019년 원자로 모듈 제작 검토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지분투자, 모듈 소재 제작 등에서 협력하고 있다.
HD현대도 미국 테라파워와 협력해 SMR 핵심 설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와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SFR)는 SMR의 한 종류이며, 원자로 용기는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노심을 격납하고 고온·저압 상태 냉각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SMR의 핵심 설비 중 하나이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HD현대중공업은 국제핵융합실험로와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의 핵심설비인 진공용기 개발·제작에 참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