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나프타를 확보하지 못해 난리가 아니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로, 나프타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석유화학의 생명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런데 여천NCC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LG화학 등이 나프타를 확보하지 못해 에틸렌, 프로필렌 생산에 차질을 빚음은 물론 계약물량을 공급할 수 없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하거나 통보했다고 한다. 한때 석유화학의 쌀이라며 나프타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니 가뭄에 보리밥도 얻어먹을 수 없는 사태를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나프타 구매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오래전부터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무책임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025년 6월 이란의 핵시설 파괴에 이어 2026년 2월28일 중동전쟁이 발발하기 오래전부터 미국이 항공모함 2척을 페르시아만 인근에 배치하는 등 전쟁 기운이 고조됐음에도 불구하고 나프타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중동전쟁이 발발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것은 자명하고, 전쟁이 장기화돼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되면 120-150달러로 폭등함은 물론 200달러까지 대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국제유가 폭등과 나프타 공급부족을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를 게을리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자 국제유가는 곧바로 100달러를 오르내렸고 나프타 역시 톤당 100달러 이상 폭등했으며 폴리올레핀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국제가격은 100-200달러 폭등했다. 만약, 나프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면 재고 평가 이익이 엄청났을 것이고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수익성이 높아져 2-3년간의 적자를 단번에 만회할 수도 있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섬은 물론 부실을 털어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더군다나 불가항력을 선언함으로써 기회 손실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프타를 확보하지 못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늦었지만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석유화학기업 경영진들의 판단 착오에 따른 것이라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고, 산업통상부를 비롯한 중앙정부가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추진한답시고 원료 확보를 막았다면 장관을 비롯해 정책 담당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적자 경영으로 나프타를 확보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핑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무리 적자가 커도 생명줄을 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을 중심으로 간부들은 급여·상여금을 반납해서라도 긴급자금을 마련해야 했고, 그랬다면 금융기관들도 대출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석유화학기업 어디에서도 나프타 구매를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격상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석유화학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척하는 꼬락서니가… 아마도 호텔 식사하고 골프 치고 한 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부산을 떨었을 것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
정부는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앞서 나프타 확보 차질과 불가항력 선언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엉터리 구조조정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