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세, 2026년 45S달러로 인상 “충격”
글로벌 에너지‧화학기업 100곳 이상이 사업장을 둔 싱가폴 주롱섬(Jurong)은 지속가능 사업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롱섬은 1995년 매립 작업을 시작해 2000년 10월14일 산업단지가 열렸으며 단지에 내 설치한 파이프라인 길이가 100킬로미터를 넘는 거대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했다.
장기간 아시아 화학산업 허브로 기능하며 고촉통 싱가폴 2대 수상이 선언한 대로 싱가폴 제조업의 중심적 존재로 성장했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과잉과 싱가폴 정부의 탄소세 정책으로 화학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면서 주롱섬 입주기업들은 기초화학‧범용화학제품 대신 친환경‧고부가제품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에너지‧화학산업은 싱가폴 제조업의 중심적인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폴은 2024년 국내총생산(GDP)이 7310억S달러(2026년 2월 기준 약 843조원)로 전년대비 4.4% 증가했으며 제조업이 17.3%를 차지했다. 특히, 에너지‧화학 분야는 제조업 출하액의 약 23%로 전자의 뒤를 잇는 주요 산업으로 정착했다.
로런스 웡 수상이 2026년 신년사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2025년 역시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4%를 넘어 4.8%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과잉이 장기화되면서 기초화학‧범용화학제품 시황이 악화돼 싱가폴 에너지‧화학산업 역시 타격을 받고 있으며, 특히 주롱섬은 싱가폴에서도 인건비를 포함해 코스트 상승 폭이 큰 지역이어서 입주기업들의 수익 침체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싱가폴 정부의 탄소세 증액도 화학기업들의 수익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2019년 탄소세를 도입해 현재 이산화탄소(CO2) 환산 온실가스(GHG) 배출량 톤당 25S달러(약 2만8800원)를 징수하고 있으며 2026년 45S달러(약 5만1900원)로 인상할 계획이다.
현재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환산 2만5000톤을 초과하는 사업장만 대상이고 대부분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 실제로는 부과된 세액의 4분의 3 정도만 납부하고 있으나 증액 후에는 기존 대상 사업장 뿐만 아니라 서플라이체인을 구성하는 원료, 유틸리티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쉘(Shell)은 싱가폴 정부가 탄소세 인상을 검토하던 2023년 주롱섬 정유공장과 석유화학 플랜트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3월 인도네시아 화학 메이저 CAP(Chandra Asri Petrochemical)와 스위스 자원 전문기업 글렌코어(Glencore) 합작기업 CAPGC가 인수했고 에틸렌(Ethylene) 110만톤 크래커는 Aster Chemicals & Energy가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Aster Chemicals & Energy는 2025년 8월 초부터 정기보수에 돌입해 9월 중순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2026년 1월 중순까지 가동을 재개하지 못해 싱가폴 석유화학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증명하고 있다.
친환경‧지속가능 사업 위주로 변신…
싱가폴 경제개발청(EDB)은 2021년 지속가능한 주롱섬 프로젝트를 통해 그동안 대량생산형 범용제품 중심으로 성장했던 화학산업을 스페셜티와 친환경, 지속가능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화학제품을 사용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리사이클, 바이오 등 재생가능 원료로 생산된 소재를 지속가능제품으로 정의하고 지속가능제품 생산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1.5배, 2050년에는 4배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프랑스 아케마(Arkema)는 2022년부터 주롱섬에서 피마자유 베이스 세바신산(Sebacinic Acid)을 출발 원료로 사용해 PA(Polyamide) 11 Rilsan을 생산하고 있다.
EDB가 주롱섬 완성 25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Rilsan은 이미 생산량이 최초 상업생산 당시보다 1.4배 증가할 만큼 수요가 호조이며, 아케마는 Rilsan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이르면 2026년 상반기에 투명 유도제품인 PA Rilsan Clear도 주롱섬에서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쿠라레(Kuraray)는 싱가폴 법인 KAP(Kuraray Asia Pacific)를 통해 주롱섬에서 2026년 말부터 EVOH(Ethylene Vinyl Alcohol) Eval을 생산할 계획이다. Eval은 산소 배리어성이 우수해 다양한 식품포장재에 배리어층으로 사용되며 폴리올레핀(Polyolefin) 리사이클을 저해하지 않아 환경부하 저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AP는 Eval 생산에 앞서 2025년 9월 싱가폴 남부 사이언스파크 내 연구개발(R&D) 시설 The Galen에 신규 기술센터를 개소하고 Eval과 관련해 기술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싱가폴 과학기술연구청(A*STAR)은 일본 IHI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를 생산할 예정이다.
2025년 1월 하루 5킬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는 벤치 스케일 설비를 설치했고 2026년 SAF로 사용할 수 있는 파라핀을 생산하기 위한 증설 공사와 연간 100-1000킬로리터급 데모 플랜트를 도입한 후 2030년에는 1억리터급 상업 플랜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페셜티 고무‧엘라스토머 생산 확대
스페셜티 및 고기능 분야에서도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DL케미칼 자회사 카리플렉스(Cariflex)는 2025년 5월 주롱단지 내 6만1000평방미터 부지에서 신규 IR(Isoprene Rubber)-라텍스 공장을 준공하고, 천연고무 라텍스를 대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수성 폴리머 라텍스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수요기업의 생산설비가 집중된 동남아에서 직접 공급하고 말레이지아 연구센터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의 자회사 MELS(Mitsui Elastomers Singapore)은 알파-올레핀 공중합체 Tafmer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2025년 말 신규 설비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Tafmer는 유연하면서 가벼워 자동차부품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스미토모세이카(Sumitomo Seika Chemicals)의 싱가폴 법인 SSS(Sumitomo Seika Singapore)은 2026년 신규 SAP(Super Absorbent Polymer) 플랜트를 가동할 예정이다.
SAP는 범용화된 상태이나 스미토모세이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역상현탁중합법을 채용해 구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고기능 차별화제품으로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탈탄소 신기술 개발 본격화
주롱섬은 대체연료와 폐수 생물처리,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관련 조사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싱가폴 정부는 지속가능한 주롱섬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포집능력 200만톤을 확보할 예정이며 그린 암모니아(Ammonia) 사업이 함께 부상하고 있다.
주롱섬에서 4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네덜란드 Advario는 그린 암모니아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프라를 정비하고 있다.
웨스턴 아일랜드 중앙부에 소재한 Gilos 터미널에 그린 암모니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개조하고 2026년 전용 탱크를 설치하며, 도입한 그린 암모니아는 싱가폴에서 송전용으로 사용하거나 벙커링에 활용할 계획이다.

싱가폴은 세계 최대의 벙커링항이어서 Advario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그린 암모니아가 차세대 연료 지위를 굳힐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주롱섬 최남단의 Helios 터미널은 2016년 가스 탱크를 건설해 바이오 연료와 블루‧그린 메탄올(Methanol)을 저장하며 탈탄소 연료 취급량을 늘리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