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수요 회복에도 가동률 70% 수준 … 중동‧북미, ECC 확장
유럽이 스팀 크래커 가동중단 또는 폐쇄를 계속하고 있다.
유럽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적으로 코스트 경쟁력이 약화됐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가동률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다.
2024년 일부 스팀 크래커가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수요가 소폭 회복되면서 재가동 여부가 주목됐으나 가동률이 여전히 70%대에 머무름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중동과 북미 지역은 생산량 감축이 이어지고 있는 유럽과 대조적으로 코스트 경쟁력을 앞세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의 지역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베르살리스(Versalis)가 이태리에서, 사빅(Sabic)은 네덜란드에서, 엑손모빌(ExxonMobil)은 프랑스에서 각각 스팀 크래커 가동을 중단했고, 라이온델바젤(LyondellBasell)은 독일 크래커를 재정비하고 있다.
2025년 4월에는 프랑스 토탈에너지스(Total Energies)가 2027년 말까지 벨기에 앤트워프(Antwerp) 스팀 크래커 일부를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미국 다우(Dow)는 독일 베른(Berne) 크래커를 가동중단하거나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부분 나프타(Naphtha)를 원료로 사용하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이기 때문에 에탄(Ethane)을 사용하는 미국, 중동의 ECC(Ethane Cracking Center)에 비해 코스트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셰일가스(Shale Gas) 베이스 에탄이 풍부해 에틸렌 생산 코스트를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유럽은 대부분 스팀 크래커가 완공된 지 30년 이상 지났고 최근 30년간 신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노후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과 수요 감소, 높은 초기 투자비용이
스팀 크래커 신증설을 가로막고 있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은 미국, 중국, 중동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가 계속되는 반면, 수요는 침체되고 있기 때문에 공급과잉이 심각해 유럽의 가동률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유럽이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산 원료에 대한 의존에서 탈피한 가운데 중국과 인디아는 러시아에서 저가의 원료를 조달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으며 유럽 자산을 압축하는 한편 경쟁력이 있는 중동, 북미 자산은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라이온델바젤은 2025년 2월 사우디 시프켐(Shipchem)과 공동으로 2031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는 에틸렌 생산능력 150만톤의 크래커와 관련해 실현 가능성을 조사하는 등 북미, 유럽에 비해 취약했던 중동 생산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보레알리스(Borealis)는 원래 유럽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했으나 UAE(아랍에미레이트)에서 보르쥬(Borouge)와 합작하고 동시에 캐나다에서 노바케미칼(Nova Chemicals)을 인수해 유럽, 중동, 북미 생산기지를 갖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존설비 폐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예외적으로 새로운 크래커를 건설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고 있다.
이네오스(Ineos)는 벨기에 앤트워프에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에틸렌 145만톤의 ECC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앤트워프항 인근에 최첨단 설비를 도입하고 에탄 열분해로 부생되는 수소를 회수한 다음 연료로 이용함으로써 열원의 60%를 충당할 방침이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NCC의 절반 이하로 낮춤으로써 우수한 환경성을 갖출 예정이며 유럽 화학산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산업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