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석유화학 단지에서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이 NCC를 통합한다고 한다.
여천NCC가 에틸렌 생산능력 47만톤의 No.3 크래커를 폐쇄하고 90만톤 수준의 No.1 크래커나 No.2 크래커, 롯데케미칼의 여수 크래커 123만톤을 놓고 추가 감축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산단지에서 롯데케미칼과 현대케미칼이 통합하면서 롯데케미칼의 112만톤 크래커 폐쇄에 이어 제2의 크래커 폐쇄로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여천NCC가 No.3 크래커를 폐쇄하고 나머지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롯데케미칼이 합작하는 형태로 3개 크래커 중 하나를 추가 폐쇄하면 여수단지에서 150만톤을 감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여기에 GS칼텍스와 LG화학이 합작하면서 LG화학의 여수 No.1 크래커 120만톤도 감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여수에서만 총 270만톤을 줄이게 된다.
대산단지 110만톤에 이어 여수단지 270만톤, 울산단지 80만톤이 가동을 중단하고 폐쇄 절차에 들어가면 폐쇄하는 생산능력이 460만톤에 달함으로써 정부가 목표로 하는 250만-350만톤을 넘어서게 된다. 울산단지는 유동적이나 380만톤을 상회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목표로 한 에틸렌 생산능력 250만-350만톤 감축이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외국 컨설팅기업에 구조조정 방안을 의뢰한 것 자체도 문제이려니와 아무런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생산능력 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목표가 경쟁력 강화에 있지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줄여 수출 부담을 낮추고 합성수지, 합섬원료를 중심으로 유도제품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2026년이면 에틸렌 생산능력을 8000만톤으로 확대하고 2030년에는 1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한국이 250만-350만톤을 감축한들 무슨 영향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설혹 국내 생산능력 1200만톤을 모두 폐쇄한다고 해도 중국이 에틸렌 신증설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에틸렌을 비롯한 석유화학 시장을 중국이 좌우하는 구조로 이행될 수밖에 없다.
에틸렌 250만-350만톤 감축은 국내 생산과 수출에 영향이 있을 뿐 아시아나 글로벌 생산이나 무역에는 결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정부가 외국 컨설팅기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국내 생산능력만 대거 폐쇄하면 결국에는 중국만 환영하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하다.
10-20년 후가 아니라 2-3년 후에라도 에틸렌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중국이 시장을 독과점하면서 횡포를 부리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20년 가까이 누리던 기득권을 중국에 넘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나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이 구조조정의 목표가 되어서는 아니 되고, 더군다나 과다한 부채를 빌미로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을 강제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정부나 외국 컨설팅기업이 중국과 어떤 비밀 약정을 맺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의 진행 상황으로 보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뒷전이고 중국 좋은 일만 벌이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먼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을 포기하고 석유화학 구조조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
석유화학 구조조정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토대에서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