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들어 탈세계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세계화 열풍이 휩쓸었으나 중국이 패권주의를 노골화하면서 미국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함으로써 세계화가 퇴조하고 탈세계화 흐름이 정착되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는 국제무역에서 코스트가 중심이었고, 중국을 중심으로 코스트가 낮은 국가가 생산한 상품을 코스트가 높은 국가들이 수입함으로써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에게 유리한 무역 환경이 조성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발판으로 패권주의를 추구하면서 미국과 충돌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짐에 따라 미국이 세계화를 거부하고 탈세계화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탈세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강화, 자국 우선주의, 무역 규칙 재설계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질서를 재편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적대국이나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교역 상대국에게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FTA(자유무역협정)나 WTO(국제무역기구) 양허관세보다 국가별·품목별·조건부 관세를 더 강하게 적용해 통상 규칙을 재설정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제조업 부흥, 재정수입 확대, 안보 논리를 내세워 관세를 단순한 무역 수단이 아니라 국가전략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교역 축소와 공급망 분절,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즉, 국제무역에서 코스트 우위가 힘을 잃고 있으며 안보·안정 개념이 강화됨으로써 특정 국가·공장이나 단일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내 화학산업은 1990년대부터 중국이 고도성장을 추구하면서 중국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고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30년이 넘게 수출을 통해 성장·발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자급화가 마무리되면서 수출이 막히고 경쟁력 또한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미국이 탈세계화를 추진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조선, 방산은 중국 규제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으나 화학산업은 거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반발을 고려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우주·항공용 화학소재 수출을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설령 미국이 스페셜티에 해당하는 화학소재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더라도 한국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반도체용을 제외하면 스페셜티 소재 생산이 전무한 편이며, 특히 안보전략과 관련된 화학소재는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탈세계화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 스페셜티 화학소재 생산과 개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세계화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려는 공급망 분산과 미국·중국 중심의 진영 구도 강화에 따른 블록화 심화를 유도하고 있고, 안전한 공급망을 추구하면서 코스트를 중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국내 화학산업이 다시 부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탈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과 비효율성 확대, 생산·물류·투자 코스트 증가,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와 혁신동력 약화, 경제 블록화와 갈등 심화 등은 넘어서야 할 과제이다.
국내 화학산업이 탈세계화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스페셜티화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