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오메가 열돔 폭주에 에어컨 수요 “기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전 세계가 과거 통계치를 뛰어넘는 기후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유럽 대륙은 2026년 세계 평균보다 약 2배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했으며 곳곳에서 최고기온 기록이 잇달아 깨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기상청은 슬로바키아 국경 인근 세체니 지역 기온이 6월30일 섭씨 42도까지 올라 2007년 기록한 최고기온 기록 41.9도를 넘어섰다.
6월29일에는 슬로바키아 남동부 투르냐나드보드보우(Turna nad Bodvou)의 기온이 41도까지 오르면서 마찬가지로 2007년 관측된 최고 기온인 40.3도를 웃돌았다.
이탈리아는 전국 27개 도시 중 25개 도시에 적색경보가 발령됐다. 폭염 경보는 더위 수준에 따라 1단계 황색경보, 2단계 주황경보, 가장 높은 3단계 적색경보로 구분된다.
또 프랑스는 폭염 영향으로 사망자가 평년 대비 1000명 이상 발생했고, 이미 5월에도 폭염 때문에 3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금번 폭염은 북부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뜨거운 공기가 유럽 상공에 정체되며 발생한 것으로, 고기압과 양옆을 가로막은 저기압 배치가 그리스 문자 Ω(오메가)와 비슷하다고 해서 오메가 열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은 에어컨 보급률이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파리(Paris)는 역사적 혹은 관광상 의미가 있는 노후 건축물이 많고 도시미관을 훼손할 수 없다는 이유로 에어컨 설치를 강력히 제한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2023년 98%에 달했고 일본도 91%, 중국은 대도시 기준 100% 초과, 전체는 약 60% 수준으로 동북아시아는 에어컨 보급률이 높은 편이다.
또 유럽 각국은 환경규제에 맞추어 전기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이미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도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프랑스는 최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염이 연일 이어지며 시민들도 냉방을 생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나 모니크 바르뷔 생태전환부 장관이 “에어컨을 모든 곳에 설치하자는 주장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에어컨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발언했다가 공분을 샀다.
영국에서는 런던 시내 캠든(Camden) 자치구가 주택 및 아파트에 설치된 에어컨에 대해 환경규제, 문화재 보존구역 미관저해 등의 이유로 무더기 철거 명령을 내려 주민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UN 환경규제 패러다임 변화에 입김 줄까?
유럽연합(EU)은 강력한 단일시장을 갖추었다는 점을 활용해 사실상 세계 환경규제의 방향성을 주도하고 국제표준을 이끌었다.
EU는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통해 탄소중립, 플라스틱 재활용, 유해물질 제한(REACH) 등의 목표를 세계 최초로 법제화하고 글로벌 어젠다로 격상시켰다.
또 유럽에 진출하려는 해외기업들이 유럽의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며 지역적 규범을 사실상 글로벌 표준으로 작동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며 미국이 UN 기후변화 협약을 탈퇴했을 때에도 유럽은 오히려 기후변화 협약 내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26년에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EU로 수입되는 제품은 탄소 배출량을 측정해 배출권 가격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현재 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 6개 산업이 우선적용 대상이지만 석유화학 및 유기화학제품으로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유력해 국내 화학기업들은 수천억원대의 추가 관세(비용) 부담을 감당하거나 가격경쟁력이 악화되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유럽 내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전력 위기와 산업 위축을 타개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는 속도 조절론이 존재하며, 2026년 폭염을 계기로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제조업은 2026년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과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고 저가에 구매하던 아시아산 석유화학제품 등을 조달하기 어려워졌고 미국산이 고가에 유입됨에 따라 장기간 저가동 체제를 유지했던 현지 석유화학 플랜트를 가동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2025년 봄부터 미국이 관세 및 보호무역주의에 나서면서 유럽 제조업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된 가운데 과도한 환경규제는 유럽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U 회원국 일부는 2040년 기후목표 설정 과정에서 기업의 이행 부담을 완화하거나 규제 적용 시점을 일정부분 유예하는 등 현실적인 타협안을 검토하는 기류를 형성하기도 했다.
아울러 UN 기후변화 협약 중심의 환경규제는 원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감축(Mitigation)에 절대적인 비중이 있었으나 최근 유럽을 포함해 선진국조차 폭염으로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이 잇따르며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존하는 기후적응(Adaptation)이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화학산업 포함 제조업 규제 완화 가능성 “기대”
유럽은 폭염을 포함해 각종 기후변화 타격에 대응해 탄소 배출량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폭염 자체는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만 폭염 때문에 강물이 마르면서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수가 부족해지고, 내륙 수운을 통한 원자재 수송이 마비돼 제조업 가동비용 및 전력 부담이 커지면서 탄소 규제를 완화에 제조업 가동 안정화를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U는 2026년 들어 기후목표의 근간은 유지하되 산업계의 몰락을 막기 위해 무상 배출권을 늘리고 규제 적용 시기를 늦추는 전술적 후퇴를 선택하고 있다.
먼저, EU 집행위원회는 철강, 시멘트, 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2026-2030년 약 40억유로(약 6조8500억원)의 무상 탄소배출권(ETS)을 추가로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 및 추진하고 있다.
폭염으로 냉방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전력망(Grid) 과부하, 원전 냉각수 부족이 이어지며 제조업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비용이 급등함에 따라 무역 경쟁력 상실을 막기 위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로 파악되고 있다.
2026년 1월1일 시행된 CBAM도 현실적인 타격을 고려해 제도 수정을 거치고 있다.
EU 이사회는 2026년 본격 의무화 단계에서 연간 50톤 미만의 소규모 수입기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배출량 산정 방식을 간소화하는 완화책을 통과시켰다.
또 2026년 한 해 동안은 배출량을 보고하되 실제 CBAM 인증서를 분기별로 강제 구매해야 하는 금융 부담 제도는 2027년으로 유예해 제조업의 부담을 줄였다.
아울러 EU 환경장관들은 무조건적인 탄소 감축 정책보다 폭염 리스크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기후적응 및 회복력(Resilience) 구축을 정책의 중심축으로 주목하고 있다.
당초 2035년으로 예정했던 내연기관 신차 출시 전면금지 조치를 완화해 이산화탄소(CO2) 배출 기준을 낮추거나 대체연료를 허용하는 형태의 규제 후퇴(Rollback)가 논의되고 있다.
또 ETS 수입을 제조업 규제에만 사용하지 않고 폭염에 대응할 전력망 리모델링과 냉방 인프라 구축 등 기업과 가계의 열 극복 지원금으로 전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탄소 감축 중시 맞서며 건자재 수혜?
다만, 장기간에 걸쳐 국제 환경규제 흐름을 주도했던 유럽인 만큼 단번에 방향성을 전환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2025-2026년 폭염을 계기로 그동안 준비가 미비했던 부분을 보완하면서도 친환경 성능을 중시하면 그동안 환경규제 대응제품을 개발했던 곳이라도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수혜를 입는 곳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 주요 도시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신축 건축물 및 도시 개발 시 쿨루프(지붕 차열 도료) 적용, 도심 녹지비율 확보, 바람길 확보 등을 법적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건축자재는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열을 흡수‧축적하는 콘크리트, 아스팔트 대신 열전도율이 낮고 탄소를 저장하는 목조 건축이나 고성능 친환경 단열재 사용을 강제하는 인센티브 및 규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래 동북아 시장에서 개발이 활발했던 친환경 단열재 시장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동북아 3국은 정부 방침에 따라 이미 이미 수년 전부터 친환경 단열재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부가 6층 이상 건축물 외벽에 불연‧준불연 단열재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단열재 시장이 친환경, 화재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무기질 단열재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또 친환경 발포가스를 활용해 오존층 파괴 지수를 0으로 만든 고성능 PF(페놀폼) 보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폐신문지를 재활용하는 셀룰로스(Cellulose) 등 천연자원 순환형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ZEH(Net Zero Energy House) 보급 정책에 따라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패시브 건축 기술이 정착되고 있다.
전통적인 미네랄울, 글라스울의 친환경성(재생유리 활용)을 극대화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박막형 열반사재 및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상변화 축에너지 자재(PCM)를 단열재에 융합하는 정밀소재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중국은 탄소정점(2030년) 및 탄소중립(2060년) 목표에 따라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리 커튼월의 에너지 소비를 제한하고 건축 보온 표준을 대폭 상향했다.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두께는 얇으면서 단열성은 수배 뛰어난 진공단열패널(VIP) 기술과 저에너지 소비형 친환경 PU(Polyurethane) 제품군 양산체제도 구축되고 있다.
이밖에 이동식 에어컨, 가정용 고효율 에어컨, 선풍기, 제습기, 상업용 대형 냉방 시스템, 친환경 히트펌프(냉방 겸용), AI(인공지능) 기반 빌딩 에너지 관리 솔루션, 변압기, 개폐기, 전력망 자동화 시스템, 그리드 고도화 장비, 액침냉각 시스템, 데이터센터 전용 칠러(Chiller) 등도 유럽 폭염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당장 삼성전자 등 에어컨 제조사들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으나 화학‧소재 분야 역시 수혜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철저하면서 선제적인 시장 흐름 분석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