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라이매스 김병철 대표의 이야기를 이어 들어보았다.
Q. 해외에서는 이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나요?
A. 해외는 우리보다 훨씬 적극적입니다.
유럽 쪽에서는 이미 바이오매스나 각종 유기성 자원을 가스화해 메탄올 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친환경 나프타나 바이오 기반 화학원료 시장도 생기고 있고요.
재미있는 건 지금 이런 제품들은 살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팔 사람이 부족한 시장이라는 겁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바이오 기반 원료를 쓰고 싶어도 공급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비싸도 장기 물량을 잡으려는 수요가 존재하는 거예요. 저는 국내 화학기업들도 이 시장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메탄올에서 석유화학으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요?
A. 가능합니다.
메탄올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하면 MTO(Methanol to Olefins)를 통해 올레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올레핀은 PE나 PP 같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본 원료잖아요.
그러면 폐기물에서 출발해서 수소와 메탄올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석유화학 원료까지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지금 국내 석유화학회사들이 범용제품에서는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친환경 대체소재 시장은 물건을 사고 싶어 하는 회사가 있는데 공급자가 부족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대형 화학사와 전략적으로 투자해서 이런 시장을 같이 키우는 모델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Q. 탄소를 줄이는 만큼 탄소배출권이나 탄소크레딧도 하나의 수익원이 될 수 있을까요?
A. 당연히 그 부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정의 특징은 탄소배출권을 많이 확보해놓고 그걸 우리가 다시 써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거예요. 저희가 목표로 하는 공정 자체가 탄소배출을 없애거나 크게 낮추는 방향이기 때문에 확보한 탄소가치를 굳이 저희가 방어용으로 소진할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면 선택지가 생기는 거죠. 향후 탄소크레딧을 거래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고 저희와 같이 사업하는 이해관계자나 수요기업이가 필요하다면 시장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탄소감축 자체가 비용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자산이 되는 겁니다.
Q. 제품 판매와 탄소크레딧을 결합하는 방식도 가능할까요?
A. 저는 그게 상당히 재미있는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기존 시멘트가 톤당 100달러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저희 탄소저감 시멘트를 150달러에 판매한다고 하면 겉으로 보기에는 50달러가 비싸잖아요?
그런데 그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이 시멘트를 사용하면서 확보되는 탄소감축 가치를 인정받고, 그에 상응하는 크레딧이나 경제적 혜택을 가져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50달러 상당의 탄소가치를 회수할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기존 시멘트를 100달러에 구매한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면 저희도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싸게 팔 필요가 없고, 수요기업도 추가 비용을 전부 부담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탄소중립 사업이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환경에 좋으니까 더 비싼 돈을 내세요가 아니라 탄소를 줄인 만큼 그 가치가 다시 돈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Q. 결국 트라이매스가 보는 탄소크레딧은 부가적인 인센티브에 가까운 듯 합니다.
A. 그렇죠. 저희 사업의 본질이 탄소배출권을 사고파는 기업이 아닙니다.
중심은 결국 제품이에요. 시멘트가 나와야 하고, 메탄올이 나와야 하고, 수소가 실제로 생산돼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공정보다 탄소가 훨씬 적게 나오거나 탄소가 고정된다면 그 차이가 탄소가치가 되는 거죠.
저희 입장에서는 제품 매출이 하나 있고, 거기에 탄소가치라는 두 번째 경제성이 붙는 구조로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까 탄소크레딧만 바라보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원래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면서 탄소저감 가치까지 함께 가져가는 겁니다.
Q. 포집한 탄소 자체를 별도의 제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을까요?
A. 날카로운 질문이십니다.
저희는 포집된 탄소를 광물탄산화해서 탄산칼슘 형태로 만드는 방안도 보고 있습니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공정에 다시 활용할 수도 있고 품질에 따라서는 제지 등 다른 산업에 원료로 공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중요한 게 탄소가치입니다. 탄소를 그냥 잡아서 저장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탄소를 고체 형태의 제품으로 만들어 외부 산업에 넘기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감축 가치까지 경제적으로 활용하자는 겁니다.
결국 저희가 생각하는 구조는 비슷합니다. CO2를 비용 들여 처리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잡힌 탄소에서도 제품이 나오고 제품을 팔면서 탄소가치까지 남기는 구조를 만들자는 겁니다.
Q. 트라이매스만의 경쟁력을 하나 꼽는다면?
A. 저는 각각의 기술을 하나의 공정으로 묶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소기술 하나하나를 보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기술만 가져다 놓은 것은 아닐 수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그 기술을 연결해 실제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제가 설명할 때 애플 이야기도 자주 합니다.
스마트폰 안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애플이 세계 최초로 발명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걸 조합해서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저희도 비슷합니다. 폐기물을 가스화하고, 수소를 만들고, 탄소를 전환하고, 메탄올을 합성하고, 다시 시멘트와 화학소재로 연결하는 겁니다. 조립해서 하나의 경제성 있는 공정으로 만드는 것. 저는 그게 저희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보여줄 만한 성과가 있나요?
A. 현재 탄소 네거티브 시멘트와 관련해서 정부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제 선정 과정에서 국내외 논문과 특허 등을 상당히 많이 검토했습니다.
저희와 유사하게 수소환원 개념을 시멘트 공정에 적용한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고 그런 기술적 차별성을 인정받아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메탄올 분야는 TIPS에도 선정됐고요. 다만 결국 정부과제에 선정됐다는 것 자체가 사업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제부터 더 중요한 건 실증입니다.
Q. 현재 사업화는 어느 단계까지 왔을까요?
A. 아직 저희가 창업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매출이 크게 발생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몇몇 기업들과는 가계약 형태로 사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실제로 메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설비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폴로 랄프로렌과 폐의류를 원료로 활용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고 있고, 반도체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등 산업계 부산물을 적용하는 방안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당장 설비를 팔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제대로 돌려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수요기업들도 결국 실증 결과를 요구한다는 의미인가요?
A. 정확합니다.
요즘 기업들은 PPT 보는 데 지쳤어요. 기술 설명을 하면 결국 묻는 게 하나입니다.
“그래서 돌아갑니까?” 그리고 그다음 질문은 “그래서 물건이 나옵니까?”예요. 그게 당연한 겁니다.
아무리 논문이 좋고 특허가 있어도 공장에서 돌아가지 않으면 산업기술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실증 설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폐기물을 집어넣고 수소와 메탄올이 나오고 그 수소가 다시 시멘트 공정에 들어가는 걸 보여주려는 거죠.
Q. 해외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A. 해외 시멘트 기업들과도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타이탄시멘트 등과도 기술 검증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요. 오히려 시멘트 연료 전환 같은 부분에서는 해외기업들이 더 열린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 남부만 해도 천연가스가 저렴한 지역은 유연탄 대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시멘트 공장이 있거든요.
반면 국내는 기존 설비와 공정이 너무 오래 굳어 있어서 새로운 방식을 넣는 것 자체에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Q. 국내 시멘트 산업의 보수성이 기술 상용화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겠네요.
A.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 관련 규정은 기본적으로 “무엇이 들어갔느냐”를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글로벌 국가들은 압축강도나 내구성처럼 최종 성능 기준을 만족하면 재료 선택에 어느 정도 자유를 주는데 국내에서는 지정된 원료 이외의 물질을 사용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건설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재료를 사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니까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저희 기술의 장점은 그 지점에도 있습니다. 아예 다른 재료를 쓰자는 게 아니라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의 틀을 유지하면서 탄소만 줄이겠다는 것이니까요.
Q. 기존 혼합시멘트 역시 탄소저감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말씀이네요.
A. 맞습니다.
국내에서는 플라이애시나 고로슬래그를 섞는 방식이 이미 규격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길게 보면 이 원료들도 문제가 있어요. 플라이애시는 석탄화력발전에서 나오고 고로슬래그는 철강 고로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석탄발전은 줄이고 있고 철강업계도 고로를 줄이고 전기로 전환하려고 하잖아요.
그럼 결국 어떻게 됩니까? 친환경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쓰던 부산물 자체가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합니다.
Q. 트라이매스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회사의 모습을 알려주세요.
A. 지금은 탄소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각 산업이 너무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에서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한쪽에서는 수소를 만들고, 한쪽에서는 CO2를 포집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메탄올을 만듭니다.
그런데 저희가 보기에는 이게 사실 하나로 연결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인 물질이 다른 산업에서는 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폐의류와 폐목재를 넣었더니 수소가 나오고, 그 수소로 시멘트를 만들었더니 탄소배출이 줄고, 거기서 나온 가스로 메탄올을 만들고 다시 화학소재까지 만드는 것. 저희가 만들고 싶은 건 그런 구조입니다.
결국 탄소중립도 산업입니다. 환경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돈을 넣어주는 방식은 오래갈 수 없다고 봅니다. 쓰레기를 넣었는데 산업에 필요한 제품이 나오고, 탄소도 줄고, 가격까지 기존 제품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그걸 연구실이 아니라 공장에서 실제로 보여주는 겁니다. (최재혁 기자: cjh@cheml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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