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베이스 원료를 바이오매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화학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이라는 명분만으로 기존 소재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가격과 가공성은 물론 기존 소재에 준하는 성능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빅신소재가 주목한 CNF(Cellulose Nano Fiber)도 마찬가지다. CNF는 셀룰로스를 나노미터 수준의 섬유 형태로 미세화한 바이오 소재로 미세한 섬유들이 형성하는 촘촘한 네트워크 구조를 바탕으로 코팅·화장품‧고흡수재·분산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모빅신소재는 화학적 처리 대신 기계적인 방식으로 CNF를 생산하고, 소재 자체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는 데 기술적 차별점을 두고 있다.
모빅신소재 송인갑 대표에게 비화학 CNF의 기술적 차별성과 화장품 소재로서의 가능성, 그리고 바이오매스를 고부가 소재로 전환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Q) 모빅신소재는 어떤 회사인가요? 처음 CNF 사업에 뛰어든 배경도 궁금합니다.
모빅신소재는 CNF를 비화학적인 방식으로 제조하고 실제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응용기술까지 개발하는 소재기업입니다.
처음에는 사실 CNF만 잘 만들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CNF 자체가 워낙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하고 실제 수요기업들을 만나보니까 CNF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결국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그래서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 기존 소재보다 어떤 점이 좋아지느냐가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단순히 CNF를 만들어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코팅이나 화장품, 고흡수재, 분산소재 등 실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기술까지 계속 개발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궁극적으로 보고 있는 방향은 석유 베이스 소재를 바이오매스 베이스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Q) CNF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데 화장품, 스킨케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CNF가 워낙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보니까 저희도 이것저것 정말 많이 해봤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다 보니 결국 실제 성능이 나오고 시장의 요구가 있는 분야로 좁혀야 하더라고요. 그중 하나가 화장품입니다.
화장품 쪽에서는 생각보다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단순히 CNF가 친환경 소재니까 한번 써보자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 제형에 넣었을 때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장 상황도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K-뷰티를 보면 해외 바이어들이 천연물이나 클린뷰티, 비건 같은 키워드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도 천연물 베이스 원료를 찾고 있고요.
CNF 자체가 천연 유래 소재이면서 동시에 실제 제형에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장품 시장과의 접점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Q) 모빅신소재의 CNF는 기존 CNF와 제조방식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가장 큰 차이는 화학적 처리를 중심으로 나노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인 방식으로 CNF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셀룰로스를 나노화하면 화학적인 처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비화학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예시로 말씀드리면, 화학적으로 처리하면 셀룰로스 구조 가운데 일부가 잘려 나갈 수 있습니다. 반면 저희는 섬유 자체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나노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길이가 긴 나노섬유가 만들어지고 섬유들이 서로 얽히면서 굉장히 촘촘한 구조를 형성합니다.
CNF는 구조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구조가 촘촘하게 만들어지면 다른 물질을 잡아주거나 구조를 형성하는 등 여러 응용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Q) 비화학적 제조방식은 특히 화장품 소재로 활용할 때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식품이나 화장품처럼 사람의 몸과 가까운 분야로 갈수록 원료 자체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비화학적인 생산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방기업들이 새로운 소재를 검토하다 보면 원료의 유래나 화학성분 문제 때문에 마지막 단계에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장품 생산기업들도 여러 소재를 검토하다가 비슷한 문제 때문에 저희 쪽으로 다시 문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소재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어떤 원료에서 왔는지와 어떤 공정을 거쳤는지도 함께 보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처음부터 식품이나 화장품처럼 상대적으로 민감한 분야까지 적용할 수 있는 CNF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Q) 원재료로 대나무 등 비목질계 셀룰로스를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겠네요.
맞습니다. 저희가 현재 사용하는 원료 가운데 하나가 대나무 유래 셀룰로스인데요. 처음부터 가능하면 비목질계 원료를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CNF를 친환경 소재라고 이야기하면서 결국 나무를 계속 베어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도 고민했습니다.
대나무는 비목질계 바이오매스라는 장점이 있고 공급받는 원료는 식품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원료입니다. 그러다 보니 식품이나 화장품처럼 원료에 민감한 분야로 갈 때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꼭 대나무 하나만 보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바이오매스에서 셀룰로스를 얻고, 그것을 다시 고부가 소재로 전환하는 방향까지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Q) 농식품 부산물에서도 CNF를 만들고 있다고 했는데 화장품 소재로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나요?
저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농식품 부산물을 고부가 소재로 전환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국내 유명 식품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하면서 두부를 만들고 남는 비지를 보고 있는데요. 비지에도 섬유질, 즉 셀룰로스가 있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나노섬유화가 가능한지 확인했고, CNF 형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나노섬유화 과정에서 정제를 너무 강하게 하지 않으면 원래 바이오매스에 들어 있던 유효성분을 어느 정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폐기물을 다시 사용하는 수준의 업사이클링이 아니라 화장품 등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소재로 전환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저희는 이런 방식의 고부가 바이오매스 전환도 중요한 사업 방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Q) 화장품에서 CNF는 기본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화장품에서 CNF를 활용하면 증점이나 보습, 그리고 제형의 구조를 잡아주는 역할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CNF를 자세히 보면 굉장히 미세한 섬유들이 서로 얽혀서 그물망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화장품 제형 안에서도 다른 성분들이 일정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그냥 하나의 원료가 들어가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형의 구조를 잡아주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이전부터 셀룰로스계 소재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저희도 실제 화장품 제형에 CNF를 적용하는 개발을 진행해 왔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증점이나 보습 이상의 성능도 확인했다고 했지요.
이 부분이 저희도 상당히 놀랐던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말씀드린 것처럼 증점이나 보습 정도의 기능을 생각했는데 개발 과정에서 피부 재생과 관련된 성능까지 확인했습니다.
저희도 처음부터 그런 결과를 예상하고 개발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제형을 만들어서 확인하다 보니까 기존에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가 나온 거죠.
그래서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인투바이오와 함께 관련 특허도 출원했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단순히 기존 화장품 원료를 천연 소재로 대체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CNF 자체가 추가적인 기능적 가치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보고 있습니다.
Q) 좋은 소재를 개발하는 것과 실제 화장품 제형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것 같네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CNF를 만들어서 수요기업에 전달한다고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실제 제형을 만들어서 포뮬레이션 단계까지 가야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CNF 샘플만 보내드렸는데 수요기업이 어떤 성분과 섞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 넣어야 하는지 모르면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도 사업을 하면서 그 부분을 많이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CNF 기업이니까 CNF만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결국 CNF를 실제제품에 어떻게 넣고, 어떤 성능을 만들어낼 것인지까지 같이 고민해야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Q) 현재 화장품 기업들의 반응과 사업화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시회 등을 통해서 상당히 많은 곳에 샘플이 나갔고요. 이후에 실제 제형에서 안정화하는 작업이나 평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반응도 상당히 좋았다고 전달받았습니다.
현재 국내 1‧2위 전문기업들과도 관련된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화장품이라는 게 샘플을 가져갔다고 바로 다음 달에 제품이 나오는 산업은 아닙니다. 실제 제형에 넣었을 때 문제가 없는지 안정성을 보는 기간도 필요하고, 여러 단계의 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도 단순히 “흥미로운 소재네요” 정도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실제 적용을 검토하는 단계까지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최근 화장품 전시회에서는 어떤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졌나요?
확실히 느껴지는 건 천연물, 클린뷰티, 비건입니다. 제가 전시회에 가서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보면 이 세 가지를 굉장히 많이 이야기합니다.
K-뷰티에 대한 관심 자체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해외에서 바이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고, 한국의 새로운 원료나 제품을 볼 때도 천연 유래인지, 클린뷰티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상당히 좋은 시장 변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CNF 자체가 천연 유래 소재이기 때문에 지금 화장품 시장에서 요구하는 방향과 상당히 잘 맞기 때문이죠. ▶다음편에 이어서… (최재혁 기자: cjh@cheml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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