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을 비롯한 화학·정유 공장의 폭발 및 화재사고가 줄을 이으면서 국내 화학산업에 감도는 위기감을 화학산업 관계자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10월3일 여천공단 호남석유화학의 No.3 HDPE 플랜트에서 대형 폭발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화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10월17일에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소재 공업용 규산소다 생산기업인 영신화학에서 규산소다 제조탱크가 폭발해 3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10월20일에는 울산단지 소재 SK의 중질유 분해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원유 공급라인을 긴급 차단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여수단지는 1967년 호남정유 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702만평에 70개 석유화학 관련기업이 입주해 있는데 대부분 유독물질을 취급하고 있고 입주시기도 1970년대로 시설이 낡아 '화약고'로 불리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석유화학 및 정유공장이 대부분이어서 위험물 취급설비가 많고 대형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989년 10월에는 LG화학(럭키)의 ABS 플랜트 폭발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를 빚었으며, 2000년 8월에는 호성케멕스의 MEKPO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1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폭발이나 화재, 가스 누출 등으로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 총 196건의 사고가 발생해 91명이 숨지고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화학공장이 밀집된 울산단지도 사고가 다발하기는 마찬가지로 1990년 이후 석유화학과 관련되지 않은 산업부문까지 포함해 30여건의 폭발화재로 24명이 숨지고 1000억원이 넘는 재산손실이 발생했다. 10월20일 화재사고가 난 SK에서는 1999년 5월에도 중질유 분해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 4명이 다치고 수백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으며, 1999년 5월에는 미원상사의 유황공장 폭발로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7월에는 송원산업에서 대형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수십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1998년 2월에는 동부한농화학에서 음이온교환수지 탱크 폭발로 1명이 숨졌고, 1997년 4월에는 조비의 유류탱크 폭발로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밖에도 1995년 10월 홍인화학, 1994년 10월 한국퍼시픽화학, 1990년 6월 SK케미칼(선경인더스트리) 등 크고 작은 폭발·화재에 화학물질 및 유해가스 누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수 및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유난히 사고가 잦은 것은 플랜트 대다수가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건설돼 핵심설비 뿐만 아니라 탱크와 수송배관 등 시설이 낡아 사고발생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감독기관의 점검 소홀, 석유화학기업과 근로자의 안전불감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형식적인 안전진단과 사업주 및 근로자의 안전불감증, 땜질식 보수 및 복구 등이 지적돼 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제2, 제3의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공장이 밀집돼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석유화학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근본적인 사고방지대책 수립 및 안전의식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석유화학기업 경영진들의 생산성만을 염두에 둔 설비보수도 문제이지만 1987년 6.29선언을 계기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석유화학기업의 노사분규도 근로자들의 애사심을 갉아먹고 정신적 해이를 불러 대형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2000년을 전후로 여수단지 소재 석유화학공장 노조가 민주노총으로 소속을 변경한 점이 주목되고 있는 이유이다. 여수단지에서는 2003년 들어서도 KCC, 남해화학, LG-Caltex정유, LG화학 등에서 플랜트 사고가 잇달아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1970년대부터 2002년까지의 사고 발생건수 196건 중 70여건, 사망자수 91명 중 75명이 1990년대 중반 이후 발생했다. 화학공장 폭발·화재사고는 재산피해도 문제이지만 정신적 기강의 해이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화학저널 2003/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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