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13.11.18
정밀화학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석유화학은 중동의 공세와 미국의 셰일가스 돌풍, 그리고 중국의 자급률 향상으로 새로운 난관에 봉착하고 있는 가운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정밀화학은 살아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기 짝이 없다. 국내 정밀화학 시장은 1980년대 초 인디아와 중국이 중간체 공세를 취할 때부터 위축되기 시작해 저가 범용제품은 중국과 인디아의 공세에, 고부가가치 특수제품은 유럽 및 일본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현상을 유지하기에도 급급한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최근 2-3년 동안에도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규제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의 문을 두드린 것을 제외하면 죽은 듯이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원료 및 중간체에서 밀리기 시작해 완제품까지 경쟁력을 상실한 나머지 자포자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나, 그렇다고 현재와 같이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묻혀가는 것은 한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내시장이 발전성은 없지만 현상을 유지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고 발버둥 친다고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10-20년 후 문을 닫고 영원히 사리지는 신세로 전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정밀화학 관련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하는 개척정신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시장규모가 작고 발전성이 없는 국내시장의 틀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필요하고, 죽을 각오로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도전정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매출이 크지 않다보니 연구개발에 힘이 부치고 마케팅을 적극화하려해도 인력이 없으며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전문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입사 후 2-3년도 버티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설득하고 만족시키기 어려운 현실을 한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탓하고 대기업을 욕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탓하고 스스로에게 채찍을 들어대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보는 것은 어떠할지 묻고 싶다. 현상에 만족한 나머지 기존 고객을 잡기 위해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이상 노력해보아야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가 나서 어떻게 해주겠지 하늘을 쳐다보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차별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적극화하는 것이 두려운 것은 아닌지 등등… 정밀화학이 융성하지 않고 석유화학이 굳건해질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정밀화학의 성장발전이 더없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화학저널 2013년11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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