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페인트 시장은 메이저들이 사업재편을 서두르며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2016년 미국 S&W(Sherwin & Wiliams)는 Valspar를 인수해 매출액이 15조원에 달하고 있으며 Kansai Paint와 Nippon Paint도 M&A(인수합병)를 통해 매출액 10조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PPG는 최근 네덜란드 AkzoNobel에게 M&A 조건으로 23조원 가량을 제안했으나 AkzoNobel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S&W가 Valspar 인수를 발표한 이후 AkzoNobel이 M&A 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한 바 있다.
PPG는 2008년, 2013년, 2014년 잇따라 대규모 인수합병을 실행했으나 AkzoNobel은 2007년 영국 ICI를 인수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PPG가 2013년 AkzoNobel의 건축용 페인트 북미사업을 인수했던 만큼 2017년의 인수 제안도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PPG가 자동차용 및 공업용에서 건축용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AkzoNobel 은 공업용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고 있어 목표가 일치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PPG가 S&W의 Valspar 인수 발표에 자극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S&W와 Valspar의 M&A는 상호 사업영역을 보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S&W는 박리다매의 건축용 페인트, Valspar는 틈새시장의 공업용에 강한 편이어서 북미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S&W는 Valspar의 해외판로를 글로벌 사업의 발판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PPG는 최근 건축용 페인트 사업에 주력하며 2008년 네덜란드 Sigmakalon, 2013년 AkzoNobel의 북미 사업, 2014년 멕시코 COMEX를 잇따라 인수했다.
S&W가 Valspar의 조력을 얻어 건축용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 전에 AkzoNobel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나 AkzoNobel은 인수액이 기업가치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AkzoNobel은 매출액 50억유로로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특수화학제품 사업의 분리·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페인트에 집중하기 위해 스핀아웃을 추진해 분사화를 실현하면 페인트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수화학제품 매각액은 약 10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자금을 확보한 후 동종기업의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kzoNobel은 1998년 페인트·섬유 생산기업인 영국 Courtaulds를 인수하고 2008년 영국 ICI 산하에 편입시키며 페인트 사업을 본격화했다.
ICI는 고압법 PE(Polyethylene) 기술을 개발하는 등 영국을 대표하는 종합화학기업으로서 한시대를 풍미했으나 1990년대부터 영업실적 부진에 빠져 페인트, 접착제 등 주요사업을 제외하고 매각을 지속해왔다.
AkzoNobel은 2조엔 상당을 투입해 ICI를 인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Henkel에게 ICI의 접착제 사업과 전자소재 사업을 매각하며 페인트 사업 강화에 집중해왔으며 PPG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어떠한 경영 전략을 펼칠지 주목된다.
AkzoNobel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건축용과 함께 페인트의 주요용도인 자동차 신차용이 미흡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분야는 선진국과 신흥국을 불문하고 브랜드가 난립하는 건축용과는 대조적으로 자동차기업의 니즈가 높고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
주요 자동차기업에게 공급하고 있는 곳도 PPG를 비롯해 독일 BASF, 미국 Axaltacs, 일본 Kansai Paint, Nippon Paint 5사에 그치고 있다.
BASF는 2016년 AkzoNobel에게 4억7500만유로에 공업용 페인트 사업을 양도했고, DuPont이 분사한 Axaltacs는 투자기업 Carlyle 산하에 편입된 후 2016년 독립을 달성했다.
Nippon Paint는 2013년 싱가폴 Wuthelam이 공개매입(TOB)을 신청한 적대적 매수에 대한 방어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AkzoNobel는 일찍이 세계 2위의 영국 International Paint를 인수함으로써 선박용 분야를 강화한 바 있다.
ICI 이래 M&A 안건이 전혀 없었으나 2016년 BASF의 공업용 사업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자동차 신차용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AkzoNobel이 10년 전 ICI 인수액을 상향 조정해 합병에 성공한 것처럼 PPG가 인수액을 높이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ICI는 당시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된 반면 AkzoNobel은 현재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으나 인수액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으며 PPG와 AkzoNobel이 통합되면 페인트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닌 거대 메이저가 탄생하게 된다.
<이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