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블랙(Carbon Black) 시장은 2009년까지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신규 프로젝트의 연기 및 중단이 불가피했으나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2010년 자동차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서서히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후 자동차, 타이어 생산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의 장기 성장세를 예측해 설비투자를 진행함에 따라 카본블랙 역시 2010-2015년 중국에서 약 180만톤, 인디아 및 아세안(ASEAN)이 약 390만톤, 러시아가 약 200만톤 등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했다.
글로벌 카본블랙 생산량은 2015년 1215만3000톤으로 전년대비 1.0% 감소했으나 2010년에 비해서는 약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OCI, 현대제철과 콜타르 장기계약 체결
국내에서는 현대오일뱅크와 OCI가 합작한 현대OCI가 카본블랙 시장에 진입하면서 파란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OCI(대표 이정현)는 카본블랙 원료 장악을 통해 시장영역을 확대할 방침인 반면,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는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국내 카본블랙 시장은 현대OCI가 2018년부터 10만톤 공장을 신규 가동해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가 인천 부평 소재 4만5000톤 공장을 2018년 하반기 폐쇄함에 따라 현대OCI가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의 내수비중을 일부 차지하며 국내시장에 쉽게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OCI는 현대제철, 현대오일뱅크로부터 콜타르(Coal Tar), FCC(Fluid Catalytic Cracking)-Oil 등 원료 공급 장기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가 원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콜타르는 포스코켐텍이 35만-40만톤을 OCI,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동서화학 등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Mitsubishi상사에게 6만톤,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에게 12만톤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제철이 2018년부터 20년 동안 콜타르 18만톤을 전량 현대OCI에게 공급키로 계약을 체결해 일본 수출과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리온, 부평공장 폐쇄로 감산 대응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대표 공성도)는 콜타르가 부족하면 FCC-Oil로 대체할 수 있으나 FCC-Oil만 전량 투입하기에는 원료 코스트가 부담으로 작용해 부평공장 가동이 불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그동안 FCC-Oil을 현대오일뱅크로부터 공급받았으나 현대오일뱅크가 현대OCI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FCC-Oil 공급도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OCI는 포스코켐텍이 코크스 사업을 확대함에 따라 콜타르 사용량이 15만-20만톤으로 제한돼 콜타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부 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카본블랙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포스코켐텍이 콜타르를 자가소비하면 카본블랙용이 15만톤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OCI는 수급 차질이 우려됨에 따라 2014년 말 포스코켐텍과도 협상하는 동시에 현대제철에도 공급을 타진한 바 있으나 가격, 운송 등을 이유로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산 콜타르를 2013년부터 수입하고 있으나 운반선이 1척에 불과해 4만5000톤 이상 공급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중국시장에 콜타르 공장을 건설했다.
다만, 중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석탄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철강업 침체로 콜타르, 카본블랙 생산이 줄어들고 있어 국내생산이 코스트 경쟁력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수공장에 고급 그레이드 2만톤 증설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는 부평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여수 18만8000톤 공장에 고급 그레이드 2만톤을 건설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고부가화 그레이드 생산을 위해 2만톤 상당의 생산설비를 건설해 2017년 하반기 본격 상업화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카본블랙 생산능력은 2017년 OCI 27만톤,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23만3000톤, CCK 12만톤에서 2018년 OCI 27만톤, 현대OCI 10만톤,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20만8000톤, CCK 12만톤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가 생산능력을 축소해도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고부가화 투자와 코스트 경쟁력 강화가 선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범용 그레이드는 OCI, 현대OCI가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오리온엔지니어드카본즈, CCK는 고급 그레이드에 집중할 방침이다.
OCI와 현대OCI는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범용 그레이드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은 인도네시아, 인디아, 베트남 등 타이어 생산설비가 밀집된 지역에 집중되고 있으며 현대OCI는 대산공장을 건설해 현대제철, 현대오일뱅크 등 인근에서 쉽게 조달함으로써 원료비용 부담을 최소화해 수출시장에서도 저가공세를 바탕으로 영업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시아, 세계시장 성장 견인
중국은 카본블랙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으로써 2004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약진했다.
세계 카본블랙 생산량은 2009년 불황 시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중국은 생산을 계속 확대해 2015년 일시적으로 2.9% 감소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2014-2015년 생산량이 500만톤대로 세계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에는 선진기술을 이용하는 대규모 공장과 전통기술을 이용하는 소규모 공장이 혼재해 전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10만톤 이상이 8곳, 5만톤 이상이 22곳으로 비효율적인 공장은 서서히 도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디아는 카본블랙 생산능력이 일본과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5위에서 3위로 부상했다.
인디아는 자동차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타이어 수요도 안정세를 유지해 카본블랙 수요 신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7-2015년 아시아의 고무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일본은 약 20%, 한국도 약 10% 감소한 반면 중국, 타이, 인도네시아, 인디아는 증가율이 무려 30-8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 등이 카본블랙 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세계 카본블랙 시장은 최근 수년간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의 영향을 받았으나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는 아시아에서 자동차 및 타이어 생산기업의 투자열기가 중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잠재적으로는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수요 증가에도 생산능력 유지
미국은 2009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이 34%, 신규 고무 소비량 및 카본블랙 생산량이 23% 급감했다.
이후 카본블랙 수요는 2010-2014년 자동차 생산이 증가함에 따라 타이어 수요와 동시에 신장했으나 장기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생산능력은 확대하지 않고 172만톤으로 계속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자동차 생산량이 3.8%, 고무 소비량이 4.0%, 카본블랙 생산량이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남미는 최근 멕시코, 콜롬비아 등에서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 및 타이어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중남미 최대의 카본블랙 시장인 브라질은 경기침체, 고금리 정책에 따른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력 감소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멕시코는 일본의 타이어 및 자동차부품 생산기업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어 카본블랙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수입제품이 23% 이상으로 정착
일본 카본블랙 시장은 최근 수년간 자동차 등 타이어용이 75%, 고무용이 20%로 고무 보강재가 약 95%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5%는 플래스틱, 페인트, 인쇄잉크 등의 도전·착색안료로 사용되고 있다.
고무용은 자동차 고무소재 기능부품용이 5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본블랙은 80% 이상이 자동차 및 관련산업에 투입되고 있다.
일본 카본블랙 시장은 2004-2008년 타이어 수출 호조로 내수와 수입을 포함한 총 수요량이 90만톤 이상에 달했으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70만톤으로 감소한데 이어 2010년 이후 81만-83만톤을 회복했으나 2015년 후반 신흥국 경제성장 둔화, 4월 이후 경차 증세 등의 영향으로 다시 80만톤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기업들은 수요 침체 및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로 2001년 2사가 일부 생산라인을 폐쇄했으나 이후 북미, 중동 등으로 수출을 개시함에 따라 수요가 회복된 2004년 무렵 공급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러 저렴한 수입제품을 도입하고 있다.
카본블랙 수입량은 1994년 이전 2만톤 수준에서 2008년 18만5000톤으로 급증해 총 수요량의 약 19%를 차지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듬해인 2009년에는 약 9만톤까지 급감했으나 동북지방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이후 연평균 17만-18만톤이 정착해 점유율이 2015년 기준 23%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수입량은 17만6500톤으로 5.4% 감소한 가운데 타이산이 2010년 약 45%에서 2015년 23%로 하락한 반면 중국산은 약 10%에서 45%로 급상승했다.
저코스트 차별제품 개발로 생존경쟁
일본은 카본블랙 공장 대부분이 1960년대에 건설돼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유지 코스트 증가가 채산성을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내수도 감소하고 있어 수익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자동차 및 타이어 생산기업들이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중국, 인디아, 타이, 북미 등 해외로 생산거점을 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카본블랙 생산기업들은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저렴하고 안정공급이 가능한 원료유 확보가 필수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카본블랙은 코스트에서 차지하는 원료유의 비율이 높아 얼마나 저렴한 원료유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수입제품과 비교해 품질 우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연비용, 고내마모용 등 차별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개발력을 강화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카본블랙 생산기업들은 장기적으로 환경대책, 안전대책 등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품질 및 설비 트러블 없이 서플라이 체인에서 공급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책무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채산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업구조 속에서도 수요 회복을 목표로 수입제품에 대항하기 위한 코스트 감축, 차별제품 개발, 글로벌 경쟁을 고려한 사업 추진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허웅·정세진 기자>
표, 그래프: <세계 카본블랙 생산능력 및 생산동향, 국내 카본블랙 생산능력 변화, 세계 카본블랙 수요동향, 카본블랙 메이저의 생산능력(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