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투명한 정치·경제정세 속에서 대담한 구조재편을 진행함으로써 난관을 돌파하는 전략을 구사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화학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집약화가 이루어지면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빈발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정밀화학·특수화학기업들은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신규 소재를 개발하는 등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석유화학 축소에 농약·제약·스페셜티 강화
독일 Bayer과 Merck는 생명과학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Bayer은 2004년 화학부문인 랑세스(Lanxess)를 분리한데 이어 2015년 폴리머 부문인 Bayer MaterialScience를 분사함과 동시에 글로벌 소재과학 메이저 Covestro를 상장함으로써 순수한 생명과학기업으로 변모한 후 의약·농업기술을 혁신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Merck의 일반의약품(OTC) 사업을 142억달러에 인수했으며 미국 Monsanto를 66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또 BASF가 Bayer의 종자·농약 사업 일부를 인수하기로 결정해 글로벌 농약 시장구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 Merck는 2015년 글로벌 연구시약 메이저인 미국 Sigma-Aldrich를 170억달러에 인수해 생명과학 부문을 확대함과 동시에 액정을 중심으로 전자소재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했다
BASF, Evonik, DSM 등도 생명과학과 관련해 의약, 농약, 식품성분을 포함한 헬스&뉴트리션 관련제품, 바이오 베이스 화학제품 및 폴리머를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기업 진입으로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차별화가 가능한 기술혁신 분야에 집중하는 등 핵심사업 선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범용 석유화학 사업을 재편함과 동시에 특수화학 사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폴리올레핀(Polyolefin) 분야는 2005년 Shell과 BASF가 Basell을 매각하고 BP가 올레핀 및 유도제품 사업을 Ineos에게 넘기면서 구조재편이 진전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Ineos가 Styrolution, Inovyn을 자회사화함으로써 스타이렌(Styrene)계 수지 및 PVC(Polyvinyl Chloride) 사업을 집약했으며 Solvay, Arkema는 PVC 사업에서 철수한 후 고기능성 수지, 접착제 등 특수화학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Evonik은 카본블랙(Carbon Black) 사업에서 철수한데 이어 Air Products의 특수첨가제, Huber의 실리카(Silica) 사업을 인수했다.
랑세스는 합성고무 사업 지분의 50%를 아람코(Saudi Aramco)에게 매각하고 난연제, 윤활유 첨가제 등을 생산하는 미국 Chemtura를 취득했다.
DSM은 CPL(Caprolactam)을 비롯해 폴리머 중간체 및 수지 사업의 65%를 CVC에게 매각하고 고기능성 수지 및 뉴트리션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규모 M&A 통해 화학사업 구조재편
산업가스 분야는 최대 메이저인 프랑스 Air Liquide가 미국 Airgas를 130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독일 Linde와 미국 Praxair가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페인트 분야는 미국 Sherwin-Williams가 Valspar를 113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최대 메이저로 부상했으며 네덜란드 Akzo Nobel은 미국 PPG의 인수 오퍼를 거부한 후 Axalta와 통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PPG와도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수화학 분야는 스위스 Clariant와 미국 Huntsman이 합병에 합의했으나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들의 개입에 따라 최근 결렬됐다.
그러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양사가 축소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만연한 상황이어서 앞으로도 재편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2017년 호조 바탕 신규투자 확대
일본 정밀화학·특수화학기업들은 엔화 약세, 가격 개선 등으로 수혜를 누리고 있으며 최근 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소재 수요 급신장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또 2020년 도쿄올림픽과 잇따라 진행되고 있는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등의 영향으로 건설자재 관련 수요도 신장하며 탄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밀화학·특수화학기업들은 영업실적 호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성 향상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투자를 고심하고 있으며 개별 성장전략에 맞추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 2017년 수익성 개선과 함께 영업실적이 최고치를 갱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환경이 유리한 방향으로 호전됐을 뿐만 아니라 범용제품에서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전환을 가속화하며 수익구조 체질이 개선됨에 따라 수익이 극대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중장기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수익기반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익 목표를 달성한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부분은 목표 매출을 크게 하회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매출 확대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성장을 위해 사업규모 확장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중점과제 가운데 하나로 신규 사업 및 신규제품 창출을 설정해둔 화학기업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신규 중기 경영계획을 시작한 정밀화학·특수화학기업이 많으며 대부분 사업에 유리한 외부 환경의 도움으로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2018년에는 시장 환경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 계획 수정을 검토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경영계획 재설정하고 R&D에 적극투자
Daicel은 전기 중기 경영계획에서 매출 목표 설정을 보류했으나 최근 매출 100억엔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고 5개 신규 사업단위를 창출하는 장기비전을 마련하고 있다.
의료·헬스케어, 전자소재, 광학부재 등을 후보로 경영자원을 집중 투하하고 있다.
아울러 설비투자 1500억엔과 별개로 M&A를 포함해 연구개발(R&D) 투자에 전기 중기 경영계획의 2배에 달하는 1000억엔을 설정했다.
또 2017년 4월 Himeji에 구축한 이노베이션 파크의 기능을 극대화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신규소재 개발 및 사업화를 가속화시킬 예정이다.
Nicca Chemical도 Fukui 본사에서 2017년 11월 새로운 R&D거점인 NICCA 이노베이션센터를 개소했으며 오픈이노베이션 추진을 통해 신제품 개발, 신규 사업 창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Nippon Shokubai는 4년 동안 설비투자에 900억엔, 전략투자 600억엔, R&D에 570억엔을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본영역으로 설정한 SAP(Super Absorbent Polymer) 경쟁력 강화를 위한 「SAP 서바이벌 프로젝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신규 사업 및 신제품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분야에서 사업화를 위한 준비시설을 신규 건설했으며 핵산의약 벤처 Rena Therapeutics와 자본 제휴하는 등 중기 경영계획을 실시하는 1년째부터 생명과학 사업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NOF는 중기 경영계획 기간 동안 R&D에 225억엔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기 3개년 계획에 비해 11% 확대된 것으로 R&D요원을 10% 증원하고 신제품 개발 속도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명과학, 전자·정보, 환경·에너지 중점 3개 분야 가운데 생명과학 사업의 R&D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제조공정용 고순도 약품을 주력 생산하고 있는 Tri Chemical은 최첨단 반도체용 신소재를 견인차 역할 삼아 매출을 두자릿수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Uenohara No.2 공장을 2018년 순차적으로 완공할 예정이고 타이완에서 공장 신규건설을 결정함에 따라 2018년 봄 착공에 돌입할 계획이다.

내수 한계로 해외진출도 적극화
일본 화학기업들은 일본시장이 성숙화되며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기 경영계획에서도 신규 사업 및 신규제품과 함께 해외진출을 중요한 전략 가운데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Toagosei은 3년 동안 총 600억엔을 투자할 계획 아래 성장전략으로는 신제품 및 신규 사업 개발, 해외사업, M&A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외 사업에서는 타이에서 2018년 아크릴계 폴리머 생산을 시작함과 동시에 2019년 여름 상업가동을 목표로 엘라스토머(Elastomer) 공장 착공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Nippon Chemical은 3년 동안 설비투자액을 전기 3개년에 비해 약 80% 확대한 117억엔 가량 투입할 예정이다.
기능제품 사업을 중심으로 개발제품의 완성, 그레이드 확충을 추진하며 일본 국내외를 막론하고 M&A를 적극화할 계획이다.
2017년 여름에는 동남아 생산거점 구축을 위해 조사를 담당할 현지법인을 타이에 설립했다.
전기 중기 경영계획 초년도에 인디아, 멕시코에서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 Yushiro Chemical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매량 확대를 위한 영업인원 보강, 판매점 및 대리점 정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매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Aica Kogyo는 4년 동안 설비투자, M&A 등 전략투자금액으로 400억엔을 설정했으며 해외거점 확충, 국내외 기술·판로·생산능력 시너지 추구를 위한 M&A에도 적극 투입할 계획이다.
중기 경영계획 초에는 타이완 우레탄(Urethane) 생산기업에 대한 공개주식매수(TOB), 베트남 멜라민 화장판 공장 건설 등에 잇따라 투자했다.
Soken Chemical은 설비투자 55억엔, 성장투자 30억엔을 계획하고 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 그룹의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아시아 화학기업 중에는 규모화 및 시너지 조기 창출을 위해 M&A에 나서는 곳도 많다.
다만, 정밀·스페셜티 화학기업은 중규모인 곳이 대부분이어서 인수 대상의 사업영역이 새로운 분야가 아니라 주변 사업에 한정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전략투자액을 무리하게 다 사용하지 말고 다음 중기 경영계획에 활용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정된 경영자원을 유효하게 활용하기 위해 신속하고 확실한 투자판단이 요구되고 있다.<강윤화·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