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이라고 하면 구식(원천) 기술에 의존해 악취나 풍기고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질을 내뿜는 접근하기조차 힘들고, 접근해서도 안 되는 나쁜(?) 공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사실은 인간의 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더 이상 친인간적일 수 없는 공장이라는 것이 화학공장 근무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유해물질이 뒤범벅이고 유해한 가스가 가득하다면 공장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신이 아닌 바에야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는 항변도 일리가 있다. 화학공장이 없다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주장도 맞는 말이다.
일부 악덕공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가동할 때나 가동을 중단할 때, 재가동할 때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해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해 및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선진화하기 위해 화학공장에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S-Oil은 2017년 빅데이터팀을 신설하는 등 빅데이터, AI,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원유 도입과정의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함은 물론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설비의 이상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공장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원유 도입시기와 도입물량을 결정하고 있다고 한다. 30만개의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5만개의 변수를 추적·분석해 최적의 원유 도입시기와 운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울산공장에 스마트 플랜트도 도입했다. 스마트 플랜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디지털화를 가속화해 안전사고를 예방함은 물론 운영을 효율화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Repsol이 스페인 타라고나 정유공장에 구글의 AI 서비스 클라우드ML을 도입한다. 석유정제 공정의 압력, 온도, 처리속도 등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otal도 구글과 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AI 솔루션은 컴퓨터비전 기술을 쓰고 자동화된 문서 분석이 가능해 의사결정을 빠르고 정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공장들은 아직까지 석유화학을 제외하고는 AI나 빅데이터를 접목시키려는 노력을 적극화하지 않고 있다. 인력에 한계가 있고 자금도 그렇게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유해하고 안전사고에 무방비라는 여론의 질타가 아니라 화학공장의 운영을 효율화하고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AI, IoT 도입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인력이 없어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는 공장 및 사업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고 안전사고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만 앞으로는 AI가 화학기업의 운명을 가를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화학저널 2018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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