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계 감축분량 74.8% 확대 … 배출권 거래가격도 급상승세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감축량을 대폭 확대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해 석유화학, 정유 등 에너지 다소비산업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감축 확대분량의 대부분을 산업·건설 부문에 배정해 관련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6월28일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다.
감축 목표는 3억1480만톤으로 2016년 발표한 프로그램과 동일하지만 국외 감축분량을 9600만톤에서 1620만톤으로 83.2% 줄이는 대신 국내 감축분량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한국은 2015년 12월 맺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100만톤으로 추정하고 37%인 3억1500만톤을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국내 감축분량은 25.7%인 2억1800만톤, 해외 감축분량은 11.3%인 9600만톤이나 수정을 통해 해외 감축분량을 9600만톤에서 1600만톤으로 대폭 낮추고 8000만톤의 감축 부담을 산업, 건물, 수송, 공공 등 국내부문으로 이관했다.
특히, 산업부문은 BAU 대비 감축률이 11.7%에서 20.5%로 크게 확대되고 의무 감축량은 5700만톤에서 9900만톤으로 4200만톤 증가한다.
정부는 2016년 12월 발표한 기존안대로 국외 감축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들이는 비용이 10년간 8조8000억-17조6000억원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출원별 추가 감축물량은 7개 부문 중 산업부문이 4220만톤으로 2016년 대비 74.8% 늘어나고, 건설은 2870만톤으로 80.2%, 수송은 490만톤으로 18.9% 증가한다. 굴뚝을 통한 배출을 의미하는 탈루는 감축목표를 310만톤 새로 추가했고, 공공·기타는 170만톤으로 47.2%, 폐기물은 90만톤으로 25.0%, 농축산은 70만톤으로 70.0% 확대하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추가 감축분량이 가장 많은 산업부문은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친환경 공정가스 및 냉매 대체기술 등을 2030년까지 해당업종 전체로 확대한다.
기획재정부는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에 부과되는 세금은 낮추고 석탄에 부과되는 세금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감축목표량 중 3410만톤은 잠재감축량으로 2020년 목표량을 최종 확정한다. 잠재감축량에는 에너지세제 개편을 통한 감축분이 포함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신축 건축물 허가기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2025년부터 계획된 건축물 제로에너지(단열기술·태양광발전 활용) 의무화를 보다 구체화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늘릴 계획이다.
북한지역 산림 보전·녹화사업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 발전 감축, 노후 석탄발전 규제,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 로드맵까지 수정함으로써 석유화학·정유, 철강, 시멘트 등 산업계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확대에 따라 국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해외 감축분량 9700만톤의 절반 가까이를 산업계에 떠넘긴 것으로 정유·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등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국제유가 상승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조원의 부담을 떠안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정보종합센터는 2016년 계획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을 0.54% 줄이지만 감축목표를 확대한 수정안은 오히려 GDP 감소폭이 0.45%로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시경제지표 변화와 온실가스 저감기술 발달로 저감시설 설치비용이 줄어들 것을 감안한 것이다.
한편, 산업계가 떠안아야 할 온실가스 감축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28일 탄소배출권은 전일대비 9.83% 올라 톤당 2만62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2017년 11월24일 2만8000원 이후 최고수준으로, 2030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 발표로 요동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배출권 가격은 2018년 들어 톤당 2만2000원 전후에 머물렀으나 6월26일 이후 급등세로 돌아서 최근 3일간 19.5% 급등했다.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이 늘어나고 6월 말 탄소배출권 제출 마감이 겹친 것이 급등요인으로 작용했다.
2017년 하반기에도 화학기업들이 탄소배출권 매입에 나섰지만 정작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이 풀지 않으면서 거래가격이 치솟은 바 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부족하면 시장에서 사도록 한 제도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표, 그래프: <탄소배출권 가격동향>
<화학저널 2018년 7월 9·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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