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농약 시장은 수요가 침체된 가운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사업재편이 잇따르고 있다.
Agbioinvestor에 따르면, 세계 농약 시장규모는 2016년 615억4700만달러로 전년대비 1.3% 줄어들었다. 농경지용은 550억8900만달러로 1.9% 축소됐으나 비농경지용은 64억5800만달러로 3.5% 확대됐다.
생물농약, 임업용을 포함한 농경지용 농약 시장은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영향에서 벗어난 2010년부터 성장세를 계속해 2014년 609억4000만달러에 달했으나 201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시장, 곡물가격 하락으로 침체
농경지용 농약은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농산물 가격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욕이 높아져 농약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는 반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절약 의욕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곡물가격은 2011년부터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2015년에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의 영향으로 폭락한 2009년 수준마저 붕괴됐으며 2016년에도 최저수준을 계속해 농약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농약 시장은 2016년 북미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북미는 곡물 수출을 확대한 캐나다, 농업용수 이용이 편리해진 멕시코가 성장을 견인했으나, 남미는 엘니뇨 현상에 따라 건조한 날이 이어지면서 해충 발생이 많지 않아 방제 기회가 감소했으며, 유럽은 여름철 기온이 하락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등 기후 요인이 농약 수요를 압박했다. 아시아는 계절풍에 따른 강우에도 불구하고 수요 침체가 계속됐다.
특히, 세계 최대의 농약 소비국인 브라질을 포함한 남미는 곡물가격 하락, 기후 요인에 따른 방제기회 감소로 유통재고가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해충저항성을 보유한 유전자변형작물(GMO)이 보급됨에 따라 농약 수요가 대폭 감소했다.
몬산토(Monsanto)는 해충저항성 대두 Intacta Roundup Ready2 Pro를 보급하고 있다.
기존 제초제의 내성에 해충저항성을 부여한 차별제품으로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에서 보급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경작면적이 2013년 300만에이커에서 2016년 3500만에이커로 확대됐다.
농경지용은 일반적으로 곡물가격, 농가소득, 기후, GMO를 포함한 대체기술의 영향을 받는 반면 비농경지용은 소비자가 거주하는 국가의 경제 및 개인소비와 연동되고 있다.
비농경지용 농약 시장은 농경지용에 비해 유럽, 미국,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안정적인 개인소비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곡물 생산량은 2017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곡물가격이 크게 변화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약 시장은 당분간 침체가 불가피하나 남미는 재고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이저, 농약부문 매출 일제히 감소
글로벌 농화학 메이저들은 2016년 농약부문 매출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젠타(Syngenta)는 매출순위 1위 자리를 지켰으나 매출액은 1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남미에서 건조한 기후의 영향으로 살균제 판매가 감소했고 해충저항성 작물 보급 및 유통재고 증가로 살충제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북미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판매를 축소해 매출이 줄어들었다.
바이엘(Bayer)은 브라질 살충제 수요 침체의 영향으로 농약 매출이 3.5% 줄었다.
종자처리제는 북미를 중심으로 호조를 나타냈고 오스트레일리아, 인디아에서는 살균제 판매가 증가했으며 동유럽 사업도 안정적이었으나 브라질 사업 부진을 보완하지 못했다.
바스프(BASF)도 농약부문 매출이 4.5% 감소했다.
매출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기후 불안정으로 살균제 수요가 감소했고 북미는 판매가격이 하락했으며 남미는 살충제 판매가 부진했다.
다우농업과학(Dow AgroSciences)은 판매가격이 변화하지 않았음에도 출하량이 줄어들어 매출이 5.9% 감소했다. 살충제 뿐만 아니라 글리포세이트를 비롯한 제초제도 매출이 즐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몬산토는 농약부문 매출이 19.2% 급감했다.
주력인 글리포세이트를 포함한 관련제품 판매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브라질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듀폰(DuPont)은 살충제를 중심으로 농약 매출이 6.0% 줄었다. 해충 발생이 적어 유통재고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듀폰은 신젠타, 바이엘, 바스프, 다우, 몬산토와 함께 빅6를 이루었으나 2016년 후발인 이스라엘 아다마(ADAMA)에게 6위 자리를 내주고 7위로 물러났다.
대규모 구조재편으로 빅4 시대 도래
글로벌 농약 시장은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구조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빅4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듀폰은 2017년 8월 말 다우듀폰(DowDuPont)으로 통합했으며 2019년 초까지 농업, 소재과학, 특수화학 3사로 분할할 예정이다.
농약 사업에 주력하는 다우케미칼과 종자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듀폰이 합병함으로써 농업자재 생산기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듀폰은 다우케미칼과 합병을 준비하면서 독점금지법에 따라 농약사업 일부를 FMC에게 매각했다.
FMC는 듀폰이 개발하고 있는 유효성분, 연구설비, 인재를 포함한 개발기능을 모두 인수하면서 듀폰에게 의약품 원료 등으로 구성된 건강·영양 사업을 넘겼으며 상호교환 차액으로 12억달러를 지급했다.
중국 국영기업 켐차이나(ChemChina)는 2017년 6월 신젠타 인수를 마무리했다.
신젠타는 2016년 초 단기적인 수익을 바라는 주주행동주의자의 경영 개입이 현저해짐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켐차이나 산하의 비상장기업으로 편입되는 길을 선택했고, 켐차이나는 신젠타의 독립 경영을 인정하며 기존 경영진을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농약 뿐만 아니라 종자도 중요한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유전자변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신젠타 인수의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켐차이나는 앞서 아다마를 자회사로 편입한 가운데 신젠타까지 인수해 글로벌 농화학 메이저로 부상하게 됐으나 일부 사업은 매각이 불가피했다.
미국에서는 아다마의 제초제 브랜드 Paraquat, 살충제 Avermectin, 살균제 Chlorothalonil을 AMVAC에게, 유럽에서는 아마다의 농약사업 대부분과 개발하고 있는 농약 29개 품목, 곡물용 생장조정제 사업, 신젠타의 농약사업 일부를 오스트레일리아 뉴팜(Nufarm)에게 매각했다.
매각액은 총 4억9000만달러로, 뉴팜은 FMC가 듀폰의 농약사업을 인수하면서 방출한 유럽 곡물용 제초제 사업도 인수했다.
바이엘은 2016년 9월 몬산토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다우듀폰과 마찬가지로 농약사업에 주력하는 바이엘이 종자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몬산토를 인수함으로써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바스프는 바이엘의 종자사업 대부분과 비선택적 제초제 사업을 59억유로에 인수함으로써 GMO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얻었으며 바이엘-몬산토, 신젠타, 다우듀폰과 함께 빅4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신규 농약제품 개발 주도…
글로벌 농약 메이저들은 종자, 미생물자재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최근에는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디지털 농업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화학농약 개발 시장에서는 일본기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신규 농약제품 개발에는 10년 이상, 100억-250억엔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기합성, 생물 및 안전성 평가능력이 필요함에 따라 일부 유럽, 미국, 일본기업만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04-2014년 세계적으로 개발한 신규 화합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6%에 달하는 등 개발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들은 일본 농약 생산기업과의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Sumitomo Chemical(SCC)은 2017년 6월 바스프와 농업용 신규 살균제 취·등록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고, 12월에는 다우듀폰의 듀폰 농업제품 사업부와 공동으로 종자처리기술을 개발해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Mitsui Chemicals Agro(MCA)는 2018년 초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규 농업용 살균제에 대해 바이엘과 글로벌 마케팅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니폰소다(Nippon Soda)는 신젠타와 신규 살균제 브랜드 Picarbutrazox를 이용한 종자처리제 개발·등록을 추진하는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신젠타는 옥수수, 대두 등의 종자처리에 Picarbutrazox를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