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은 유례없는 호황이 장기화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불황 국면에 돌입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석유화학 메이저들은 미국 셰일(Shale) 개발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량 증가, 무역조건 개선의 영향으로 수익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기업 역시 석유화학 플랜트 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영업실적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설비 노후화 및 소규모 생산능력이 지속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고 미국산이 셰일혁명을 타고 본격 유입될 것으로 예상돼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 노후화 대응 박차
일본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석유화학 수요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플랜트 노후화 및 규모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해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이 2020년 470만톤, 2030년 310만톤으로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구가 감소함과 동시에 미국산 셰일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이 아시아 지역에 유입돼 생산능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최근 생산능력 축소에 대비하기보다 다양한 이노베이션 및 디지털화가 초래하는 수요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으며 전기자동차(EV) 보급에 따른 가솔린(Gasoline) 수요 감소로 나프타(Naphtha)의 유용성이 높아진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화학 메이저들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유도제품을 활용해 수익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일본 석유화학 플랜트는 노후화 등의 영향으로 정기보수 기간이 길어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컴플렉스 통폐합에 규모화 불가피
그러나 규모적인 문제는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에틸렌 시장은 생산능력이 100만-150만톤에 달하는 신규 크래커 가동이 잇따르고 있어 코스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엑손모빌(ExxonMobil)은 텍사스의 베이타운(Baytown)에 세계 최대의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컴플렉스를 건설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이 총 220만톤에 달하고 있으며 2017년 1차적으로 150만톤을 완공했다.
아람코(Saudi Aramco)와 사빅(Sabic)은 사우디 주베일(Jubail)에서 대규모 신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유를 원료로 화학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OTC(Oil to Chemical)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원유의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다운스트림인 석유·석유화학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릴라이언스(Reliance Industries)는 인디아 잠나가르(Jamnagar)에 일일 처리능력 124만배럴의 정유공장 및 에틸렌 150만톤 크래커를 포함한 통합 컴플렉스를 완공했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에틸렌 크래커가 대규모화됨과 동시에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이 가속화됨에 따라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 컴플렉스는 수직·수평 통합은 물론 전체 최적화 방안을 모색하거나 Scrap & Build(S&B)를 통해 공동으로 대규모 나프타 크래커를 신규 건설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IoT 활용한 통합으로 경쟁력 강화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NCC 총 12기를 가동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위치하고 있는 NCC들은 수직통합, 유틸리티 공유, 유분 융통 등을 통한 부분 최적화가 이루어지고 있어 전체 최적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코스트 구조 확립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석유정제, 석유화학, 가스 관련 22사는 석유 컴플렉스 고도통합 운영기술 연구조합 RING을 구성해 개별기업의 벽을 뛰어넘는 컴플렉스 일체화를 추진하고 있다.
복수기업 연계에 따른 중질유 유분의 고부가가치화, 부생가스 유효이용, 유틸리티 공유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치바(Chiba)와 가와사키(Kawasaki)에서 석유정제·석유화학 수직통합을 실현했다.
RING은 10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컴플렉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틸리티 공유를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각각 유틸리티를 보유하고 있어 공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발전설비, 수소 제조 등에 사용하는 배관을 연결하거나 설비를 공동운영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 최적화 방안을 광역화하는 구상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칸토(Kanto), 추부(Chubu), 세토우치(Setouchi) 지역으로 분류한 후 선박물류를 활용해 역내를 일체 운영하는 방식으로 원료 공동조달을 통해 코스트를 절감하고 대규모 공동 수출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IoT 및 AI 활용도 중요시하고 있다.
컴플렉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예방보전에서 예지보전으로 진화함으로써 가동률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커넥티드산업(Connected Industries)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화에 따른 가동률 상승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2018년부터 관민 공동대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IoT를 활용해 컴플렉스 전체를 최적화하는 오픈 컴플렉스 구상은 개별 컴플렉스가 보유하고 있는 유분 및 석유화학제품 과잉·부족물량을 상호 융통하는 것으로, 공동생산이 아니라 모든 컴플렉스를 마치 단일화된 것처럼 운영함으로써 생산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일본 석유화학 컴플렉스는 범용제품부터 고부가가치제품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어 전체 생산을 최적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은 경영전략의 근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장벽이 높은 문제가 발생해 폐쇄적인 IoT가 아니라 개방적인 IoT를 직접 구축하는 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유도제품 고부가가치화 투자 활발
일본 석유화학 메이저들은 유도제품 고부가가치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이후 고수익이 계속됨에 따라 수익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신사업 및 설비쇄신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특히 업스트림인 에틸렌이 아닌 유도제품 및 고부가가치제품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범용제품은 미국을 중심으로 코스트가 낮은 셰일 베이스 에탄(Ethane)을 이용하거나 중국에서 다양한 원료를 이용한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쇼와덴코(Showa Denko)는 아세틸(Acetyl) 관련제품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촉매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어 신규 이산화탄소(CO2)계 유도제품을 사업화할 방침이다.
NS Styrene Monomer 합작 및 SunAllomer의 지분 50% 취득에 따라 유도제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2019년 말 수천톤의 에틸렌 유도제품을 사업화하기로 결정했다.
또 Mitsui Chemicals(MCC)은 이데미츠고산(Idemitsu Kosan)과 합작한 프라임폴리머(Prime Polymer)를 통해 PP(Polypropylene) 플랜트의 S&B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2021년 중반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20만톤 플랜트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후설비 폐기도 계획하고 있어 총 생산능력은 약 118만톤을 유지하고 고기능화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Mitsubishi Chemical(MCH)의 자회사 Japan Polypropylene(JPP)은 약 90억엔을 투입해 독자기술인 호라이즌(Horizon) 공법 PP 15만톤 플랜트를 고이(Goi)에 신규 건설할 방침이다.
2019년 10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건설에 착수했으며 채산성이 악화된 구식설비는 가동을 중단하고 최신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MCH는 연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이용 유분의 부가가치를 향상시켜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0년 가동을 목표로 미즈시마(Mizushima)에 다용도 플랜트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반 강화의 일환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할 방침이다.
해외투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싱가폴에 나프타부터 폴리올레핀(Polyolefin)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Sumitomo Chemical(SCC)은 PP 플랜트를 증설해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함과 동시에 현금흐름에 대한 기여도를 향상시킬 방침이다.
Asahi Kasei Chemicals(AKC)은 글로벌 시장점유율 2위인 AN(Acrylonitrile)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2019-2020년 100% 자회사인 동서석유화학 울산 플랜트의 보틀넥 해소를 통해 생산능력을 4만-5만톤 확대할 계획이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신규 플랜트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에틸렌, 미국 1280만톤에 중국 1450만톤 확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은 높은 마진을 활용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컨설팅기업들은 장기적인 성장세를 견인하는 슈퍼사이클(Super-Cycle)이 2020년대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셰일 생산이 활발한 북미를 시작으로 중국, 중동 등에서 에틸렌 관련 신증설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으나 고도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함으로써 수급밸런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활발해 설득력을 잃고 있다.
미국 American Ethane은 중국기업과 에탄 수송에 관한 장기계약을 체결했고, Energy Transfer Partners는 중국기업과 공동으로 에탄 출하설비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기업들은 미국산 에탄을 수입해 에틸렌 및 유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에틸렌 생산능력 200만톤의 에탄 크래커 4기 소비분량으로 전용선박이 약 50척 필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들어감으로써 당분간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2022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1450만톤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쉘(Shell)이 펜실베이니아에 160만톤, 토탈(Total), Borealis, 노바케미칼(Nova Chemical)이 합작으로 텍사스에 100만톤, 엑손모빌과 사빅이 텍사스에 180만톤 크래커를 건설하는 등 2022-2023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총 1280만톤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PE(Polyethylene)도 약 930만톤을 신증설할 계획이다.

나프타, 셰일혁명에도 경쟁력 유지 가능성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2017년 에틸렌 기준 약 1억5000만톤에 달했고 2018-2022년 연평균 3.4% 증가해 매년 약 500만톤의 신규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틸렌 크래커 가동률은 최저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판단되는 2019-2020년에도 채산라인인 90%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산 셰일가스 베이스 에탄 가격도 최근 100만BTU당 3-4달러를 형성하는데 불과하나 2025년 이후에는 에탄 크래커 신증설에 따라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2030년 무렵에는 2-3배 가량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나프타 베이스 석유화학제품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유지해도 아시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탄은 셰일 굴착기술 향상 등에 따른 코스트 하락으로 거래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으나 나프타 역시 자동차 전동화의 영향으로 가솔린 혼합용 수요가 줄어들어 공급과잉으로 전환됨으로써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석유 시장에서는 EV 보급으로 가솔린 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항공기 이용 확대로 제트연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정유공장 가동률이 일정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석유화학 원료용으로 나프타의 가치가 재평가됨으로써 나프타 베이스 석유화학에 대한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은 2014-2016년 에틸렌 크래커 3기를 가동 중단한 후 범용제품 대신 고부가가치·고기능제품을 강화하는 구조재편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경기 변동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일본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장분야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동 신증설에 해외투자 선회 구상
일본 석유화학 시장에서는 NCC가 노후화되고 생산능력이 소규모인 점이 문제시됨에 따라 NCC 신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NCC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투자자금이 필요해 투자효율 측면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일본 동부지역 올레핀 구상이 부상하고 있다.
여러 석유화학기업이 공동으로 에틸렌 생산능력 100만톤 이상의 대규모 NCC를 건설하거나 S&B를 실시하는 방안으로,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회 등이 여러 번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가동한지 50년 이상 경과한 NCC가 많아 꾸준한 유지보수에도 불구하고 노후화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보강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노후화 대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생산능력도 크게 뒤처지고 있다.
사우디, 미국, 인디아에서는 에틸렌 생산능력이 150만톤에 달하는 설비가 2017년 잇따라 가동을 시작했으며 석유정제와의 융합으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생산능력이 약 50만톤에 불과해 100만톤 이상이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 노후화 및 소규모 생산능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대규모 NCC S&B 구상이 부상하고 있다.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은 대부분 석유화학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투자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시황 변동 폭이 큰 석유화학 대신 수익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헬스케어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에틸렌 S&B 구상은 석유화학 컴플렉스가 노후화됨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으나 투자금액이 크고 개별기업별로 경제성 평가기준이 상이해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파리기후협정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NCC의 CO2 배출량이 화학산업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규모화에 따라 CO2 배출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반면, 에틸렌 수요는 대폭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S-SBR(Solution Polymerized-Styrene Butadiene Rubber)을 생산하고 있는 JSR은 NCC 가동률이 하락함으로써 올레핀 공급이 줄어들어 부타디엔(Butadiene) 원료가 부족해질 것을 우려해 타이, 헝가리 등 해외진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는 NCC S&B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해외기업과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