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이 점점 더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진정되는가 싶었으나 해결하기에는 갈 길이 멀고, 중국경제는 성장성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무역전쟁의 영향이 겹침으로써 2019년에는 성장률이 5%를 하회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이 에틸렌, PE, MEG 신증설에서 벗어나 다운스트림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림으로써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여기에 미국이 셰일 베이스 에틸렌을 확장하면서 PE를 중심으로 아시아 수출 공세를 강화하면서 한국산이 갈 곳을 잃어가고 있고, 타이를 중심으로 한 아세안 국가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직까지는 동남아 수출이 양호한 편이나 장기적으로는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한가지 희망이 있다면,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디아가 중국에 버금가는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중국과 함께 거대 수출 대상국으로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디아 역시 성장을 가속화하면서 화학제품 수입을 규제하기 시작해 머지않아 인디아 수출도 수월치 않을 것이다. 인디아가 BIS 라이선스를 들이대며 가성소다 수입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에틸렌 자급화가 역부족이나 셰일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고 석탄 베이스 MTO, CTO 신증설을 적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자신하는 것처럼 손쉬운 상대는 아니다. 특히, 중국은 자급률을 끌어올리면서 반덤핑을 강화하고 있고, 사드 보복에서 잘 드러났듯이 한국산을 중심으로 죽의 장막을 칠 준비가 돼 있다.
어제오늘의 과제는 아니나 범용 석유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수출로 먹고살기에는 한계가 드리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 신증설에 목을 매면서 범용 중심의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중국이 에틸렌을 100% 자급화하기 어렵고 인디아도 경제가 성장할수록 에틸렌 공급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산 PE 공세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2018년 가을부터 에틸렌을 중심으로 범용제품 가격이 곤두박질쳐 봄철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상승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에틸렌이 뚜렷한 이유 없이 연속 폭등해 1100달러를 회복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반면, 일본 화학기업들은 아직도 양호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석유화학 불황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국내기업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등으로 사업을 다양화한 LG화학과 범용이 중심인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여천NCC 등은 상당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매출액이 크지 않더라고 다운스트림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기업들이 중국과의 영토분쟁 와중에서도 고전하지 않았던 것은 전자소재, 반도체용 화학제품, 배터리·자동차 소재 등 차별화 전략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PE도 한국산과 일본산은 수출가격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굳이 일본을 따라갈 필요는 없으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범용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일본이 한국에 밀려 스페셜티를 강화했듯이 한국도 동남아에 밀리기 전에 범용 사업을 축소하고 스페셜티를 강화해야 한다.
미래 성장산업에 맞춰 차별화 소재를 개발하고 스페셜티를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 절실하다. 화학 시장은 넓고 개발할 다운스트림은 무궁무진하다.
<화학저널 2019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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