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무역마찰이 반도체용 전자소재를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스마트폰 신제품 발매가 지연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4일 무기 등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는 3개 화학소재에 대한 수출허가를 포괄적 허가에서 개별적 허가로 변경했고, 8월28일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제외시켰다.
안전보장을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으나 한국 산업계는 물론 일본 산업계까지 상당한 수준의 타격을 입게 돼 국내외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큰 타격을 받은 화학소재는 차세대 반도체 프로세스용으로 투입되는 EUV(극자외선: 파장 13.5나노미터) 레지스트로 파악되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미국 인텔(Intel), 타이완 TSMC, 국내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며 EUV 리조그래피(회로전사) 조기 도입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프로세스 개발을 위해 일본의 소재·부품 생산기업들과 협력해왔으며, 일본 화학기업들은 해당제품을 삼성전자 공급용으로 커스텀했기 때문에 수출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수출처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만약, EUV 레지스트 공급이 차단되면 한국 반도체산업은 물론 레지스트를 공급하던 일본 화학기업들도 사업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어 불화수소보다도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허가 신청부터 90일 이상 소요 가능성도…
일본은 불소(Fluorine)계 폴리이미드(Polyimide),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화학소재에 대해 7월4일부터 포괄적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로 전환했다.
3개 화학소재는 생산설비 수출을 포함한 관련 제조기술 이전도 규제 대상이다.
특히, 8월2일에는 외환관리법에 따른 수출 관리상 분류에서 한국을 안전보장상 우호국을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절차에도 돌입했고 8월28일 최종 확정했다.
수출규제 대상 화학소재 3종은 모두 첨단제품 제조 등에 사용하고 있으며, 불소계 폴리이미드는 결합 불소 함유율이 전체 중량의 10% 이상 또는 결합 불소 함유량이 중량의 30% 이상인 불소계 포스파젠(Phosphazene) 탄성체를 가리키고 있다.
불화수소는 함유량이 30%를 넘어서는 혼합물이 대상이다.
레지스트는 반도체 리조그래피 제조용으로 파장 15나노미터에서 193나노미터 미만 사용에 최적화된 포지형 레지스트, 파장 1나노미터 이상에서 15나노미터 미만 사용에 최적화된 레지스트, 전자빔 또는 이온빔용 레지스트로 평방밀리미터당 0.01마이크로그램 이하 감도가 대상이다.
모두 생산기업이 한정돼 있는 가운데 불소계 폴리이미드는 일본에 생산기업이 있는지 일본 관계자들조차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3개 화학소재를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 화학기업들에게 거래별로 개별 수출허가를 받고 계약서와 별도로 용도를 정한 수출처 규약서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화수소와 불소계 폴리이미드가 대량살상 병기, 레지스트는 일반살상 병기 등으로 사용될 수 있어 안전보장상 작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허가신청에 걸리는 기간은 일반적으로 90일로 알려져 있으나 조건별로 90일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한국을 2004년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켰고 이후 수출기업들이 많은 수출제품을 포괄적으로 신청해 3년마다 갱신하는 것만으로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간략한 절차를 이용해왔다.
그러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국내 전자 및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부담이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일본 화학기업들도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 관계자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전략물자인 배터리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삼성전자, 1개월 조달차질에도 “치명타”
반도체산업은 중앙연산처리장치(CPU) 등 로직 반도체의 회로선폭을 7나노미터에서 2020년 이후에는 5나노미터로 미세화함으로써 고기능화와 저소비전력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5G 통신이 적용되면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5나노미터로 미세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EUV 레지스트를 사용하는 새로운 리조그래피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ArF(불화아르곤) 액침 리조그래피로 미세화를 진행하면 노광과 에칭을 4회 전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코스트가 높아지나 EUV를 사용하면 2회로 충분해 반도체 메이저 3사는 차별화를 위해 EUV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텔보다도 TSMC와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으며 반도체 생산 분야에서 경쟁하며 고가의 EUV 레지스트를 대량으로 사용해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1개월 정도 EUV 레지스트를 조달받지 못함으로써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공급용으로 개발해 협업하던 일본 EUV 레지스트 생산기업도 마찬가지 상황에 처하고 있다.
반도체 프로세스 미세화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맹추격하는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해 차세대를 넘어 차차세대인 회로선폭 3나노미터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EUV 레지스트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재 EUV 레지스트는 개발단계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패턴으로 나오지 않아 에칭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도 많은 실정이어서 개발 여지가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EUV 레지스트 경쟁에서는 모노머부터 폴리머, 광산발생제 등 친환경 시스템을 유일하게 갖춘 일본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레지스트 메이저인 JSR과 Tokyo Ohka Kogyo(TOK)는 고성능 계산기를 사용해 소재 개발로 전환하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기 위헤 노력하고 있다.
레지스트 외에 EUV용 초고순도 세정제도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회로를 구축하는 합성 석영기판인 포토마스크와 부재인 마스크블랭크, 김서림 방지 커버인 페리클 등도 HOYA와 아사히글래스(Asahi Glass),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 등이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장치 중 EUV 노광기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으나 코터와 디벨로퍼는 Tokyo Electron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즉, EUV 주변부품에서 일본기업의 위상이 큰 만큼 수출규제 여파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2회에 걸쳐 포토레지스트 수출 허가
다만,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에 나선 후 2번째로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해 주목된다.
일본 정부는 최근 포토레지스트 생산기업의 수출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삼성전자는 6개월 사용물량을 확보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발표한 이후 한달만에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2번째 허가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속도조절 혹은 유화 제스처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불확실성 해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EUV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고순도 불화수소와는 달리 군사 전용 가능성이 거의 없어 수출규제의 명분이 떨어지고 있다.
폴리이미드는 생산기업 유무도 불확실…
일본 화학기업들은 7월4일 시행된 3개 화학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나 경영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레지스트와 불화수소 메이저들은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허가 신청이 90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청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관련기업들의 우려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불소계 폴리이미드로, 현재 일본에서도 어느 화학기업이 생산하고 있는지, 생산기업이 존재하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불소계 폴리이미드는 폴리이미드의 약점을 보충하는 변성 폴리이미드의 일종으로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코스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전특성이 우수하다는 강점을 살려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기판 뿐만 아니라 5G 기기의 안테나 주변용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주춤한 사이 미국이 떠오른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미국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이 삼성전자를 추격할 기회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이크론은 2019년 6월 일본 히로시마(Hiroshima)에 최첨단 프로세스 대응 DRAM 신규 생산동을 완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상황에 대해 타이밍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세계 1위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히로시마에 완공한 생산동은 선폭 10나노미터대 첨단 프로세스에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기존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최첨단 프로세스로 전환시킴으로써 생산효율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또 생산 프로세스가 성숙화되면 타이완에 소재한 양산공장으로 이관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히로시마 생산동은 최첨단 프로세스 외에 프로세스에 필요한 소재 및 제조장치 개발도 담당하고 있으며 7000평방미터에 달하는 클린룸을 통해 일본기업이 제조한 에칭장치, 세정장치 등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룸의 가장 큰 특징은 반송 시스템으로, 노광과 에칭 등 작업이 끝날 때마다 처리한 실리콘 웨이퍼를 다음 공정으로 옮기는 반송기는 일반적으로 1대 단위이나 해당 생산동은 상하 2단으로 쌓아 대기시간을 단축시켰고 효율을 높였다.
도시바(Toshiba)의 요카이치(Yokkaichi) 소재 플래시메모리 공장과 동일 형태로, CEO(최고경영자)가 도비사의 반도체 파트너인 미국 SanDisk CEO를 맡은 바 있는 만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마이크론은 카나가와(Kanagawa)에서도 DRAM 개발기지, 후쿠오카(Fukuoka)에서는 플래시메모리 디자인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코스트가 높은 일본에서 수십억달러대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생산능력 확대 뿐만 아니라 제조장치에서 레지스트 등 소재 개발까지 일괄 진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최첨단 프로세스 기지로 B2동 인근에 차차세대 프로세스 대응 F동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차차세대이나 회로선폭을 10나노미터대 초반으로 미세화하는데 그쳐 EUV 리조그래피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이크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맹추격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3세대 10나노급(1z) D램을 개발하고 싱가폴에 3D(차원) 낸드플래시 공장을 준공했다.
마이크론은 8월 3세대 10나노급 16기가비트(Gb) DDR4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2019년 3월 3세대 10나노급 8Gb DDR4를 개발한데 이은 것으로, 3세대 10나노급 D램은 초고가의 EUV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10나노급(1y) D램보다 생산성이 2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최근 싱가폴 소재 낸드플래시 공장도 준공해 96단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1998년부터 싱가폴 투자를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총 투자액이 150억달러(약 18조16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D램은 3사가 글로벌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015-2016년 D램 시장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졌지만 최근 경쟁력을 회복해 2위 SK하이닉스를 5%포인트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2013년 일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 엘피다(Elpida)를 인수한 효과로 평가된다.
IHS Markit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세계 D램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은 삼성전자(40.6%), SK하이닉스(29.8%), 마이크론(25.3%) 순으로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2015년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14-15%에 달한 후 2018년 10%대로 떨어졌으나 2019년 1분기에는 12.9%로 5위인 SK하이닉스(9.6%)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