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면서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아시아 화학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에는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중국의 자동차 판매 부진이 겹침으로써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2019년 상반기 석유·화학 총이익이 영업이익 기준 3596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18.3% 감소했다.
석유정제 부문은 무려 62% 격감했으며 화학 부문은 기초화학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13% 줄었다.
일본도 2분기 연결 기준으로 화학 메이저 8사 가운데 3사만이 매출이 증가하고 5사는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도 5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무역마찰로 수출이 감소하고 신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하반기에는 불투명성이 강해지는 등 사업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 화학산업 전반에 걸쳐 이익 급감추세
중국은 석유·화학 매출이 증가했으나 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석유화학산업 매출액은 6조1000억위안으로 2.2% 늘었으나 수출입은 미국 수출 감소에 따라 총 3587억달러로 1% 증가에 그쳤다.
석유·천연가스 부문은 매출이 5300억위안으로 9.3%, 이익이 1046억위안으로 19.6% 늘어 호조를 나타냈으나 석유정제 부문은 매출이 1조9100억위안으로 2.2%, 화학 부문은 3조5000억위안으로 0.8% 증가에 그쳤다.
총이익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화학 부문에서는 거래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기초화학제품 이익이 26.9% 급감했으며 지난 몇년간 호조를 유지하던 합성소재도 11.8%, 정밀화학도 6.7% 줄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석유정제 부문은 휘발유(Gasoline) 생산량이 3% 증가했으나 디젤(Diesel) 등을 포함한 총생산량은 1억7600만톤으로 1.8% 감소했다.
원유 가공량은 3억1700만톤으로 5.8%,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은 1억7300만톤으로 4.8%, 화학제품 생산량은 3.9% 증가했다.
수출액은 미국 수출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아 1122억달러로 0.5%, 수입액은 2465억달러로 1.3% 증가에 그쳤다. 5월 수출이 5.6%, 수입이 3.9% 줄어 수출입이 총 4.4% 감소한데 이어 6월에도 수출이 1.9%, 수입이 4.9% 줄어 미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른 영향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CPCIF는 미국과의 마찰, 이란 등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 국제정세와 국제유가에 대한 불투명감이 강해져 하반기에도 어려운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학제품 가격 하락에 환경규제 강화 “치명타”
에틸렌(Ethylene)은 SM(Styrene Monomer) 호조에 힘입어 2019년 상반기 생산량이 1014만톤으로 9.8% 늘었다.
기초원료는 합성 암모니아가 2427만톤으로 1.9%, 황산이 4226만톤으로 3.6% 증가했으며 다운스트림도 페인트가 4.8%, PE(Polyethylene) 4.9%, 합성고무 4.3%, 합성섬유 4.5% 증가했다.
내수는 원유·천연가스가 4억7500만톤으로 8.0%, 화학제품이 3.0% 늘어난 반면 석유제품은 3.5% 감소했다.
화학제품은 생산량이 소폭 증가했으나 가격이 계속 하락함으로써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2019년 6월에는 유기화학 원료 84종 가운데 62종의 거래가격이 전년동기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PP(Polypropylene) 가격은 톤당 8520위안으로 8.6%, CPL(Caprolactam)은 1만1800위안으로 27.2% 떨어지는 등 합성소재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무기화학제품은 39종 가운데 19종만이 상승해 5월에 비해 2종이 줄었다.
중국은 옌청(Yancheng)에 이어 싼먼샤(Sanmenxia)에서도 15명이 사망하는 폭발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화학제품 생산에 대한 안전·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공장 가동중단 및 관련기업의 도태가 잇따르고 있다.
매출액 2000만위안 이상인 석유·화학기업은 2019년 6월 말 기준 2만6012개로 2017년 말과 비교하면 11.2%, 화학기업은 2만3126개로 11.7% 감소했다.
중국에서는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프로젝트를 통해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8대 메이저 수익성 악화 심화
일본 화학기업들은 기능성 소재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일본 화학 메이저 8사는 2019년 2분기에 매출 증가가 3사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5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전체적으로는 8사 모두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스마트폰 등 강점을 나타내던 고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2018년까지 고수익을 견인했던 석유화학마저 시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 무역마찰,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조치, 중동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특별한 요인이 없는 이상 당분간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8대 메이저는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하락세가 장기화되면서 영업이익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MMA(Methyl Methacrylate)는 아시아 가격이 2018년 2분기 톤당 평균 2618달러에서 2019년 2분기에는 1879달러로 급락했고 최근에는 1650달러까지 폭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글로벌 MMA 최대 메이저인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2분기 초반 MMA 가격이 1950달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폭락함에 따라 영업실적 전망치와 실제 영업실적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은 국제가격 폭락에 대응해 2분기에 세계 각지의 MMA 플랜트 가동률을 평균 77%로 낮추는 등 생산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페놀(Phenol)과 아세톤(Acetone), BPA(Bisphenol-A)도 하락했다.
특히, 페놀 공정에서 부생되는 아세톤은 나프타(Naphtha)와의 스프레드가 마이너스 20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악화됐다.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은 석유화학 사업과 페놀 체인 시황이 악화됨에 따라 일본 회계기준 상반기(4-9월) 영업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신에츠 중심으로 3사는 호조 계속
반면,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은 영업이익은 물론 경상이익, 순이익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 사업 가운데 PVC(Polyvinyl Chloride) 및 화성제품만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5개 사업은 모두 영업이익이 증가함으로써 연간으로도 사상 최대치인 4050억엔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반도체 실리콘(Silicone)은 반도체 시장이 침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약 영향으로 출하량이 높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6개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PVC 최대 메이저인 자회사 신텍(Shintech)은 시황 변동의 영향을 받았으나 높은 수준의 출하량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PVC·화성제품 영업이익은 1분기 기록한 155억엔을 저점으로 증가세로 전환돼 2분기에는 253억엔 수준을 회복했다.
아사이카세이(Asahi Kasei)는 영업이익이 413억엔으로 감소했으나 2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수준을 달성했다.
주택 사업 매출 및 영업이익이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택 호조의 수혜를 입은 것은 세키스이케미칼(Sekisui Chemical)도 마찬가지로, 2분기 주택과 환경·라이프라인 사업회사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하며 2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미쓰이·스미토모케미칼은 반전 기대
일본 화학기업 중에서도 일부는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
미쓰이케미칼은 반도체 보호용 이크로스테이프 공장을 9월 완공할 계획이다. 최근 반도체산업이 침체에서 회복되고 있고 이크로스테이프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9월 이후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료첨가제 메치오닌(Methionine) 시황 악화로 2분기 건강·농업 관련 사업부가 영업적자에 빠진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최근 메치오닌 하락세에 제동이 걸린 만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화학기업들은 사업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3분기에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미국-중국 무역협상이 조기에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현재 상황에 맞춘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경제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인 트렌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중동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미국산 원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나프타 수입량 중 80% 이상을 중동에서 직접·간접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안정적 조달을 위한 분산화 및 원료 다양화가 요구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분산화 전략의 대안 중 하나로 미국산 셰일오일(Shale Oil)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 중국시장 예의주시하라!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세울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 회장인 모리카와 코헤이 쇼와덴코(Showa Denko) 사장은 최근 정례회의에서 중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모리카와 코헤이 회장은 “그동안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전망해왔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모든 전망이 악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년 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면서 중국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비롯해 석유화학 플랜트들이 대부분 높은 가동률을 계속하고 있으나 2019년 6월 수입제품과의 경쟁에 밀려난 필름용 PE 등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등 수요 축소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셰일 베이스 미국산 PE의 거래량이 1분기에만 205만톤으로 전년동기대비 50% 급증하는 등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우려됐던 미국산 PE의 글로벌 시장 장악이 본격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5월 HDPE(High-Density PE)와 PS(Polystyrene) 수요가 10%대 증가했지만 LDPE(Low-Density PE)와 PP는 감소하는 등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경제는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과의 무역마찰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돼 2019년 상반기에는 자동차 판매대수가 12% 감소했다. 중국의 판매대수 격감으로 독일 역시 자동차 수출이 2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은 6월 공작기계 수주액이 38% 격감하면서 32개월만에 호황 기준인 1000억엔을 하회했다. 중국의 스마트폰용 수요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표, 그래프: <중국 석유·화학산업의 영업실적(2019.H1), 중국의 주요 화학제품 이익 증감률(2019.H1), 중국의 주요 석유화학제품 생산실적(2019.H1), 일본 화학8사의 영업실적(2019.Q2), 일본 화학8사의 영업 전망(2019회계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