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2019년 10월23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2기 집권이 시작되면서 투자환경 개선과 인프라 정비 가속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화학산업이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화학산업 서플라이 체인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이고 합성수지는 수요의 5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민영기업 2사가 자바(Java)섬 서부에서 대규모 석유화학 컴플렉스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특성상 모든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롯데, NCC 차질에 ABS 인수는 좌절
롯데케미칼은 2018년 말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컴플렉스 착공식을 개최함으로써 장기간 준비해온 프로젝트 추진을 본격화했다.
동남아 석유화학 자회사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을 통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자바섬 서부 반텐(Banten)에 에틸렌(Ethylene) 생산능력 130만톤의 NCC(Naphtha Cracking Center)를 건설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총 투자액은 당초 35억달러(약 4조원)를 계획했으나 롯데케미칼이 2019년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액을 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착공식 이후 거의 1년이 다 지난 2019년 10월까지도 건설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2023년 상업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 말 롯데첨단소재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유일의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생산기업인 PT Arbe Styrindo 및 PT ABS Industri Indonesia의 지분 100%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또 인수 완료 후 약 1년 동안 가동 정상화 및 추가 투자를 통해 ABS 중합 및 컴파운드 생산능력 4만톤을 약 7만3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NCC 건설 차질과 ABS 확장 프로젝트 좌절에도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21년에는 자바섬 중부 브카시(Bekasi)에서 자동차 범퍼 등에 사용하는 PP(Polypropylene) 컴파운드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3만톤을 계획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가 2021년 완공할 현지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ABS는 NCC를 건설하는 컴플렉스 부지에서 생산하는 방향으로 다시 검토하고 있다.
CAP, 자금조달 문제로 “거북이걸음”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나 롯데케미칼과 달리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CAP는 롯데케미칼과 동일하게 반텐에서 No.2 에틸렌 크래커를 건설하는 CAP 2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나 사업타당성 조사에만 약 3년을 소요했고 2020년 중반에야 투자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투자를 확정한다면 전면 상업가동 시점은 2025년경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CAP의 2대 주주인 타이 SCG Chemicals이 CAP 2 운영을 위해 설립된 모회사에 출자하지 못하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CG는 베트남 남부 롱손(Long Son)에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자금 배치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CAP는 투자 파트너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Abu Dhabi)의 국영 투자기업 Mubadala와 오스트리아 에너지 화학 메이저 OMV를 확보했다.
3사는 2019년 7월 인도네시아 화학사업과 관련해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CAP 2 프로젝트는 총 투자액이 50억달러이며, Mubadala과 OMV가 운영기업에 출자하면 공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페르타미나, 모든 프로젝트 정체 상황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가스공사 페르타미나(Pertamina)는 투자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아람코(Saudi Aramco), 러시아 로스네프트(Rosneft), 타이완 CPC와 잇따라 정유공장 및 화학제품 관련 투자에 나서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구체화된 프로젝트가 1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화학산업 육성에 가장 앞장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롯데케미칼과 CAP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따라 2개 프로젝트만으로 화학제품 수급 문제가 해결돼 또다른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와의 투자 계획은 확장투자 대상인 자바섬 중부 칠라차프(Cilacap) 정유공장의 자산평가액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양사는 2019년 9월 말 협상기한을 연기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사우디의 실질적 최고 권력자인 모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6월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회담하면서 투자가 기대됐으나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아람코는 기업공개(IPO)와 말레이지아 대규모 석유정제 및 석유화학 프로젝트 RAPID 등을 우선시하고 있어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대적인 규제 완화 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제조업의 디지털화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2018년 디지털화를 활용한 제조업의 고도화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특히 화학산업을 에너지를 포함한 인프라, 농업, 관광 등과 함께 4대 중점영역으로 설정해 주목된다.
2019년 새롭게 출범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2기 정권에서는 각종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 디지털화 분야에서도 해외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경제발전은 물론 고용 창출을 위해 제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중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경제가 팜, 카카오, 철광석, 니켈 등 1차 자원 수출에 의존한 구조이며 풍부한 자원을 가공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제조업은 미성숙 단계로 파악된다.
조코 위도도 2기 정권은 현재가 제조업을 육성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규제완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과도한 투자를 방지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규제를 개정하는 내용의 옴니버스법(포괄법)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옴니버스법은 원칙적으로 기존 법의 적용을 제한하거나 무효화해 규제를 철폐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과 관련된 기존 법률에서 정유공장 건설 등 대규모 프로젝트 건설부지에 지나친 제한이 걸려 있다면 옴니버스법을 통해 규제를 해제하고 프로젝트 추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또 기존에는 면세 대상이 아니었던 생산제품이라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승인을 얻는다면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8년 온라인 투자 신청 시스템(OSS: Online Single Submission)을 실용화했으며 투자 신청 절차 간소화와 기간 단축 등의 성과를 얻고 있다.
기존에는 투자를 신청해도 여러 관계부처가 협의를 거친 후 법인세 면세 내용 등을 정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으나 OSS는 투자자가 필요한 사항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지 단기간에 알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입규제 풀어 해외투자 유치 “적극화”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수입규제가 엄격해 해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현재 경상수지와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내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기존과 동일하게 수입제품이 자국 생산제품과 동일한 품질과 양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수입을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주로 중국산 철강제품이 수입억제 방침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제품은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동남아 각국에 대량 유입되고 있다.
아울러 관세 및 비관세장벽 적정화는 인도네시아 산업 보호 뿐만 아니라 수출 촉진을 위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인도네시아 투자조정국(BKPM)은 앞으로 수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를 실현해야만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GDP(국내총생산) 5% 성장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BKPM은 석유·가스, 화학 분야 투자 유치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며 투자환경 정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