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분산으로 안전·인력부족 해결 … 한국, 집중으로 타이트 유도
한국과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이 NCC(Naphtha Cracking Center) 정기보수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Ethylene)을 중심으로 범용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치중하면서 정기보수 집중을 통해 수급타이트를 유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반면, 일본 화학기업들은 정기보수 일정을 분산시킴으로써 안전 및 전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공업협회 등 6개 관련단체는 석유화학 컴플렉스의 정기보수 시기를 평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의 정기보수 관련 현황, 과제 해결을 위한 내용 등을 정리한 보고서와 구체적인 일정 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작성했다.
일본은 최근 전문인력 부족과 생산설비 노후화로 정기보수 품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정기보수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최근의 노동방식 개혁 움직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정기보수를 분산 및 평준화시키는 것이 석유화학기업과 유지보수 전문기업들에게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관련 6개 단체가 2020년 초 정기보수 회의를 설치하고 2023년 정기보수부터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독점금지법 상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보수와 관련된 보고서 및 가이드라인을 정리한 것은 정기보수 연구회로, 정기보수 당사자인 석유화학협회 사무국과 석유연맹, 공사 담당자인 유지보수공업협회와 비파괴검사공업협회, 수요처 측인 화학공업협회와 플래스틱공업연맹 6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또 관련 전문가로 도쿄이과대학 대학원의 킷카와 타케오 교수(좌장), 세이조대학의 히라노 소우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2019년 7월 출범했다.
2019년 말까지 7번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으며 작성을 완료한 보고서와 가이드라인을 2020년 1월28일 석유화학공업협회가 경제산업성 제조산업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정기보수를 실시하는 사업자의 인력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에틸렌 크래커가 최초 상업가동부터 50년이 지난 노후설비가 절반을 넘어섬에 따라 최근 들어 안전하고 안정적인 정기보수를 확보하기 위해 정기보수 공사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현재 상황에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노동방식 개혁상 잔업시간 상한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어려우며, 특히 비파괴검사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부족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정기보수 시기와 에틸렌 가격 사이의 상관관계가 뚜렷한 편이기 때문에 수요기업 입장에서도 정기보수 평준화가 수익 보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기보수 연구회는 높은 보안성 확보, 노동방식 개혁안 준수, 서플라이 체인 유지 3가지 측면에서 정기보수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조정기관으로 정기보수 회의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했다.
정기보수 회의는 독점금지법 준수를 위해 유지보수공업협회와 비파괴검사공업협회, 화학공업협회, 플래스틱공업연맹 사무국에서 1명씩 총 4명의 위원, 경험자를 중심으로 8명 이하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석유화학협회가 사무국을 담당하고 조정작업은 2020년 4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일정조정 대상은 에틸렌 크래커 12기로 이미 석유화학기업들이 2022년까지 정기보수 계획을 거의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대상기간은 2023년 이후로 설정하고 있다.
석유화학협회가 조사한 에틸렌 크래커의 정기보수 계획을 회의에 제출하도록 해 중복기간이 1주일 넘는 정기보수 공사는 일정을 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일정 조정으로 야기될 수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보안허가일의 유연한 적용, 전자매체 등을 인정하는 정기보수 사무절차 간소화 등 규제개혁도 제안했다.
아울러 석유화학기업과 공사업자들은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한 정기보수 작업과 절차 효율화, 안전교육의 전국 공통화, 정기보수 시기 수정에 나서야 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노령화에 따라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보수공사가 겹치면서 코스트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많아 정기보수를 부산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이 정기보수를 집중시킴으로써 수급타이트를 유발해 공급과잉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SM(Styrene Monomer)은 봄철에 정기보수를 집중시킴으로써 수급타이트를 야기해 현물가격 폭등을 유도해왔다.
벤젠(Benzene) 약세에도 불구하고 SM 현물가격이 톤당 1500-1600달러로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중국의 신증설에 따른 공급과잉, 반덤핑관세 부과를 통한 수입규제 등으로 800-900달러에 그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