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울산단지 중심 대응 본격화 … 일본, 영업실적 악화 불가피
한국과 일본 화학기업들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에 대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는 최초 발생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일본은 중국 현지에 파견된 주재원이 많고 일본은 중국인 입국을 부분 금지한 반면 한국은 금지하지 않아 감염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어 산업계를 중심으로 자체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코로나19가 영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도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영업실적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고 있으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정보 수집과 사업계획 집행에 집중하고 있으며 춘절연휴 이후 중국공장의 재가동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울산단지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이 비상체계에 돌입했다.
에쓰오일은 직원들이 통근버스를 탈 때 체온을 재고 모두 손 소독제를 휴대하도록 하고 있다.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직원은 검사를 받은 후 출근하도록 조치했고 직원들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회의도 화상으로 대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출입자들의 체온을 기존 열화상 카메라 점검에서 개별 측정으로 변경했다.
또 직원들의 외부인 접촉을 줄이기 위해 2월24일 출근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했고 당분간 매일 오전 해외 출장자 현황과 자주 묻는 질문 등을 담은 코로나19 일일현황 자료를 직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SK에너지 역시 사업장, 공장, 구내식당 등을 출입하는 직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고 울산 확진자 발생을 계기로 대응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울산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으나 대구·경북 출장 자제령을 내렸고, 롯데케미칼은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며 울산은 물론 대산과 여수공장 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특히, 울산지역 첫 확진자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보았을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단지와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남구 무거동 소재 신천지 울산교회 예배에도 참석했고 대구교회에 다녀온 울산교회 교인이 여러 명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수단지는 코로나19가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어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나 GS칼텍스가 비상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고 LG화학, 롯데케미칼, 여천NCC, 대림산업 등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LG화학은 오창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 1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며 다른 직원 24명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했으며 검사 결과 음성 판단이 나와 현재는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월22일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이자 최근 출시한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과 3월6일 출시하는 갤럭시S20을 생산하는 구미사업장에서 근무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체 직원을 조기 귀가시키고 확진자와 접촉한 동료들은 자가격리해 검사를 받도록 했으며 사업장을 2월24일 오전까지 폐쇄했다. 확진자가 근무하는 층은 2월25일 오전까지 폐쇄하고 정밀방역을 실시했다.
구미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LG 계열사들도 2월21일부터 대구와 청도 거주자 및 방문자에 대해 사업장 출입을 금지했다.
대구에서 폴리에스터(Polyester)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태광산업은 2월19일부터 △공장·팀·조별 회식 자제 △국내외 출장 제한 등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도레이첨단소재도 코로나19 확산세에 사업장 방역과 위생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월23일 구미시 2번째 확진자로 기록된 20대 여성의 동거인이 협력기업 직원으로 구미1공장에 다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도레이첨단소재는 해당 직원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사업장에 대한 방역을 확대하고 있다.
우선, 식당과 생산라인 등 다중공간에 대해 매일 진행하던 방역을 강화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중국 출장을 금지하고 본사-지사 간 주요 사항도 화상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김천공장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코오롱생명과학 1공장에 근무하는 40대 직원 1명이 2월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해당 직원이 대구에 살면서 김천으로 통근했다”면서 “함께 통근버스를 탄 직원과 회의 등으로 밀접 접촉한 직원에게 자가격리 조치하고 2월24일까지 공장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경주에 소재한 자동차부품 생산기업 서진산업은 2월21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직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2월25일까지 공장을 폐쇄했으며 직원 8명을 자가격리하도록 하고 사업장 주변을 방역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30대 직원이 2월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근무하고 있는 건물의 같은 층을 폐쇄하고 방역에 들어갔으며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12명은 집에서 근무하면서 검사받도록 했다.
해당 직원은 사무직으로, 생산설비와 별도로 마련된 사무실 생산운영 부서에서 근무해왔다.
일본에서는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이 2월3일 중국 사업대표가 지휘하는 현지 대책본부와 리스크 컴플라이언스 위원회 위원장을 리더로 내세워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개별 사업본부와 물류, 구매팀원 등도 참가했으며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세우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원료 조달에 차질이 발생했을 때나 물류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체재 및 수단 확보, 가동률과 재고 조정 등을 신속히 실시하기 위해 수요기업, 원료 공급처, 물류기업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현지 총괄기업인 Sumitomo Chemical Investment(China)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그룹 직원들의 안전과 공급책임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편광필름은 일본, 한국, 타이완 등에서도 생산할 수 있어 대책본부는 현지 정보 공유, 일본 본사 지시 전달 신속화 등을 실천하고 있다.
우베코산(Ube Kosan)은 중국산 원료를 대체할 수 있도록 다른 조달처 확인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베코산은 중국 주재원 및 가족 수가 27명이며 상하이(Shanghai), 난통(Nantong), 우시(Wuxi) 등 6개 지역에 그룹기업이 있어 원칙적으로 중국 출입국을 금지하고 있으나 책임자는 당국의 요청에 응할 필요가 있어 부임지로 복귀시켜 대응토록 하고 있다.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은 2020년 1분기 코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0억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화학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영업 전망에 반영했다.
매년 춘절연휴 동안 10일 정도 중국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어 처음부터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춘절연휴가 20일 가까이 연장된 만큼 추가적으로 30억엔 정도 더 감소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필름, 수지 컴파운드 등 기능제품에서 20억엔, 화학 사업에서 10억엔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수요기업들의 공장 재가동 지연과 물류 차질 등으로 2020년 1분기 영업실적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혼다(Honda)는 우한(Wuhan) 승용차 공장의 재가동 시점을 2월21일로 연기했고, 시세이도(Shiseido)는 중국공장을 2월10일부터 재가동했으나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2월10일부터 중국공장을 재가동했으나 가동 정상화보다 물류, 원료 조달, 재고 등을 정확히 파악해 수요기업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우선하고 있다.
특히, 항저우(Hangzhou)의 인공신장 공장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인명과 관련된 분야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를 상대로 조기가동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