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은 물론 글로벌 화학기업들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동제한으로 이어지면서 화학산업 관련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서플라이 체인 자체가 붕괴된 마당이니 위기를 맞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개발이 한창인 바이오제약을 제외한다면…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경영위기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중국 경제가 장기간의 고도성장을 멈추고 성장률이 둔화되기 시작한 가운데 2018년 가을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경제가 침체됨으로써 중국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국내 화학기업들이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화학경제연구원(CMRI)이 코스닥 및 코스피에 상장된 화학기업의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 코스닥 화학기업은 영업이익률이 2018년 4.7%에서 2019년 4.8%로 소폭 개선됐으나 코스피 화학기업은 5.8%에서 4.7%로 1.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화학기업들은 1인당 매출액이 31억800만원에서 28억3100만원으로, 영업이익은 1억8100만원에서 1억3400만원으로 급감했음에도 인건비는 7517만원에서 7538만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반면, 코스닥 화학기업들은 1인당 매출액이 6억7200만원에서 7억3700만원으로, 영업이익은 31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증가했음에도 1인당 인건비는 4700만원에서 4900만원으로 3.2% 상승에 그쳤다.
코스피가 정유, 석유화학, 스페셜티 케미칼 중심이고, 코스닥은 플래스틱, 정밀화학, 헬스케어 중심이라는 측면에서 절대값을 산출한다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겠지만 코스피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감소했다는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유 및 석유화학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범용제품 중심으로 저부가가치 생산체제를 유지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사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점이 노출되고 있다. 중국이 수입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도 공통점이다.
화학경제연구원은 1990년대 초 삼성‧현대가 신규 참여하면서 촉발된 공급과잉 위기 당시부터 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가치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체제를 혁신할 것을 수도 없이 주문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오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석유화학은 생산을 축소하면서 동남아 투자로 전환하고 부가가치가 큰 자동차, 전자, 반도체, 전지를 포함한 에너지용 화학소재를 개발하고 특화시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투자효율이 크게 떨어져 고부가가치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바이오제약을 제외하면 연구개발 투자도 미미한 편이다.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붕괴를 불러오고 중국에 의존해 사업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점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근본적인 개혁과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것으로, 국내 화학기업들도 코로나 위기를 혁신의 계기로 삼아 미래 성장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