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들어 탄소국경세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탄소를 대량 배출하는 국가 또는 상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환경관세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정유‧석유화학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탄소 배출 규제가 강한 국가가 느슨한 국가를 대상으로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하며 EU(유럽연합)는 2023년 도입을 예고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2025년 도입을 공식화하고 있다.
EU는 오래 전부터 탄소국경세 제도 도입을 선도하고 있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025년까지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기업 중 단 한 곳이라도 탄소국경세에 대비해 연료나 원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일부가 나프타의 LPG 전환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코스트 경쟁력 차원일 뿐 결코 탄소국경세에 대비한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그린피스가 발표한 기후변화 규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정유‧석유화학산업이 탄소국경세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2023년 EU, 미국, 중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국내 수출산업은 매년 5억3000만달러(약 6000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EU에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할 관세는 2030년 6억1900만달러, 미국에는 2억9600만달러로 늘어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EU보다 10년 늦은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2023년 탄소국경세를 도입한다고 가정할 때 중국에게도 2023년 1억8600만달러, 2030년에는 7억14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탄소국경세 대부분을 수출이 많은 정유, 석유화학, 철강 관련기업들이 지불해야 한다는 것으로, 수출 경쟁력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 우려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이 오랜만에 기후변화, 환경 이슈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적‧정치적 행보를 같이한다면 탄소국경세 제도 도입은 기정사실화되는 것이고 탄소 배출량 감축 계획을 수립‧이행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국내기업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따라 탄소 저감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탄소 배출량 저감에 대한 투자비가 그리 크지 않고 감축비용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은 스스로가 화석 베이스 연료‧원료를 얼마나 바이오 베이스로 전환했는지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고, 아울러 고효율·저탄소 에너지시스템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EU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해당 금액만큼 수출국에서 수출기업을 보조해 준다고 보고 상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유는 화석 베이스 원유를 수입해 연료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석유화학은 석유 베이스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한다는 점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에 가장 취약한 것이 사실이고, 그만큼 탄소 배출 감축 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IMF가 2020년 탄소세로 톤당 75달러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창한 가운데 탄소국경세까지 도입되면 정유‧석유화학은 수출경쟁력을 상실함은 물론 아세안에도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화학저널 2021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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