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석유‧화학산업을 선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꼭 필요로 하는 기초소재의 자급을 넘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하나 한국 입장에서는 위협요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 몇년 안에 화학소재를 자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수입의존도를 낮추어갈 것은 분명하고 자급화를 넘어 수출 경쟁력까지 강화하면 한국산 수출이 위축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동산, 미국산과 경쟁해야 하는 마당에 중국산까지 가세하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자명하다.
중국은 제14차 5개년계획(2021-2025) 기간에 석유‧화학산업의 구조를 범용에서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목표를 설정하고 7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최상위 업스트림인 석유‧가스의 공급능력을 확대하고 산업구조를 강화함은 물론 이노베이션 능력 향상, 그린 발전, 디지털화 및 스마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국제 경쟁력이 뛰어난 석유‧화학기업과 산업단지를 육성하고 자체 순환 및 중국‧국제 쌍순환에 맞출 수 있도록 화학산업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산업 구조조정이나 국제 경쟁력 향상은 일상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치고 이노베이션, 디지털화, 스마트화는 국내 화학기업들도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물론 목표를 설정했다고 모두 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섣부르게 평가할 필요는 없겠지만 설정 목표 자체가 선진형이라는 점은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주요 화학제품 수요도 연평균 3-5% 증가해 에틸렌 환산 수요가 2025년 7500만톤에 달할 것이라고 하니 세계시장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만약, 2021년 GDP 성장률 예상치 6%를 계속한다면 에틸렌 환산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8000만톤을 훌쩍 뛰어넘어 글로벌 수요의 50%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전체 공급능력을 비약적으로 확대하고 매출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함으로써 고부가가치제품 수출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그린화와 저탄소화를 추진하겠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환경오염 방지와 에너지 절감도 시급한 과제로 설정하고 에너지 소비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공업용수 사용량을 10% 감축하고 VOCs 배출량은 무려 30%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항공우주, 전자정보, 신에너지 자동차,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의료건강 관련 산업을 고도화시켜 신소재 수요를 확대함으로써 화학산업에서 신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1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EP를 비롯해 기능성 고무, 고기능성 섬유, 고기능 필름, 전자화학제품 등 첨단소재 개발을 강화해 3D 프린팅, 초전도, 차세대 반도체, 신형 디스플레이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도 숨기지 않고 있다.
전체적으로 석유‧화학산업을 스마트화해 선진적 발전체계를 구축하고 5G,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 기술과 융합시켜 미국, 유럽, 일본을 추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국내 화학기업들은 중국의 선진화 청사진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 범용 석유화학에서 탈피해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까지 고부가가치화를 기치로 미국 타도를 외치고 있어 한국은 영원히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먼 훗날을 생각하고 미래 청사진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화학저널 2021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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