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산업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생산설비의 이상을 예측하거나 불량품을 감지하는 기술은 정확도가 향상됐고 조달 관리 효율화, IoT(사물인터넷)와 빅데이터 활용 확대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생산 뿐만 아니라 경영‧연구개발(R&D)에서도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영 판단을 지원하는 ERP(종합업무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사내 정보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에서 네트워크로 화학물질을 지역별로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Cloud)로 전환되고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활용이 확대되며 보안 대책이 고도화되고 있으며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상을 진단하는 새로운 시대가 대두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실험이 불가능해진 영향으로 MI(Materials Informatics)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새로운 목적물질의 합성을 자동화하는 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기계학습과 AI(인공지능) 도구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RP,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전환 본격화
ERP 시장은 유럽‧미국 벤더가 주도하고 있으며 2020년 이후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적용에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코스트가 필요하고 몇년에 걸쳐 투자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화학기업들의 도입 의욕을 자극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대 메이저인 독일 SAP는 최근 심화된 글로벌 경쟁이 ERP 도입을 가속화시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수요기업의 요청에 따라 기존 ERP 지원 종료시점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연기했으나 수요기업 대부분이 7년 후 버전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클라우드 ERP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클라우드 ERP는 입금 관리와 화학물질 관리 등 온프레미스로는 불가능했던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입금 관리는 청구서와 입금 내역을 대조해 처리하는 단순 작업이지만 환율 변동과 반품 처리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는 상당히 복잡한 편이며, 기계학습을 사용해 적절히 처리하도록 시스템에 학습시킴으로써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물질 관리는 국가별로 기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규제 내용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바스프(BASF)는 약 30종의 화학물질을 사람이 직접 관리하고 있으나 클라우드를 사용한 개념실증에서 75%는 자동화가 가능한 것을 확인했고 최근 여러 수요기업의 문의 내용을 기계학습으로 분류하고 개별 담당부서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클라우드, 코로나19 방역 정기보수까지 실현…
ERP는 부재 조달부터 출하까지 이어지는 서플라이 체인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SAP는 일본 경제산업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화학 플랜트 정기보수 작업을 예전처럼 유지하기 위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화학 플랜트가 소재한 지역에서 정기보수 기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작업자들이 밀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청기업과의 조율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AP는 온프레미스와 클라우드 ERP를 모두 취급하고 있다.
일부 수요기업들은 보안을 염려해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고 있으나 대부분은 클라우드 전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고 현재 클라우드 사용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가 과거 온프레미스를 사용했던 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온프레미스형은 매년 1회씩, 클라우드는 3개월마다 1회씩 신기능을 추가하는 차이가 있으며 클라우드는 하드웨어 관리를 데이터센터에 맡기기 때문에 서버나 스토리지 처리능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 클라우드는 처음부터 전체 영역에 적용하지 않고 일부부터 시작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ERP 전환은 미국 오라클(Oracle)이 주도하고 있다.
오라클은 수요기업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10년 전부터 3개월마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기계학습을 중시하며 업무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에는 조립 분야에만 대응했으나 최근에는 화학 등 프로세스 계열의 생산 관리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화 진전될수록 보안 대책 “철저”
코로나19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함에 따라 정보 시스템의 클라우드화가 탄력이 붙고 있다.
아마존(Amazon)과 구글(Google) 등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으며 처리 데이터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밀정보 누설이나 사이버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보안 강화와 실시간 처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M은 클라우드 환경의 부적절한 설정이 공장의 생산제어시스템(OT)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무실의 IT와 OT를 분리해두어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OT까지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초기부터 강력한 보안 대책을 세우도록 장려하고 있으며 IT 시스템의 이상을 실시간으로 자가 감지 및 진단할 수 있는 관련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메이저인 스프렁크(Splunk)는 클라우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스트리밍 데이터도 실시간으로 정보 시스템에 반영시키고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했다. 기계학습을 사용해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렁크는 여러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환경이 증가하면서 이상을 감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모니터링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이상이 발생했을 때 실제 발생원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가 정비되면 네트워크상의 데이터가 폭증해 보안 위험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네트워크 감시기술에 강점을 갖춘 Flowmill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자가 늘어난 현실에 맞추어 보안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IBM, 하니웰(Honeywell)과 공동으로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영국 CQC(Cambridge Quantum Computing)는 2020년 12월 총 45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으며 사이버 보안, 양자화학 기술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IBM, 양자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 본격화
IBM은 양자컴퓨터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Keio)대학과 함께 2018년 5월 게이오대학 캠퍼스에 양자컴퓨터 연구소인 IBM Q 네트워크 허브를 개설해 양자컴퓨터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으며 최근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에서는 화학, 금융으로 적용 영역을 압축했으며 화학 분야에서는 JSR, 미츠비시케미칼(Mitsubishi Chemical) 등이, 금융 분야는 미츠비시UFJ파이낸셜과 미즈호(Mizuho)파이낸셜 등이 참여하고 있다.
2020년 12월 1번째 활동을 마쳤고 2021년 1월부터는 소니(Sony)와 미쓰이스미토모(Mitsui-Sumitomo) 신탁은행까지 참여해 2번째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게이트형 양자 컴퓨팅 뿐만 아니라 양자 어닐링과 신소재 개발에 유효한 MI 전문가를 초빙해 세계적인 수준의 최첨단 양자 컴퓨터 소프트웨어 연구기지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번째 활동은 화학 분야에서 상반된 상태가 공존하는 양자 상태를 활용함으로써 소재 개발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도출하는 방법을 실험했다.
차세대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주로 다루었으며 연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MI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는 노이즈에 강한 음융거래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양자 컴퓨팅은 실용적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단계로, 양자비트를 늘려 연산능력을 개선하면 에러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하드웨어 개발 여지도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BM Q 네트워크 허브는 노이즈 내성 등 하드웨어 분야의 다양한 과제를 소프트웨어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재 개발, 기계학습으로 자동화 실현
기계학습을 사용하면 소재 개발실험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쿄공업대학과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기계학습을 통해 합성조건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독특한 실험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목적물질을 직접 제조하고 사람의 손으로 합성조건을 맞추어나가는 기존의 연구방법은 인력 부족과 코로나19 사태로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반면, 연구진이 개발한 물질 탐색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계학습이 합성조건을 최적화하고 실제 합성 및 평가장치와의 조합을 통해 목적 특성을 얻을 때까지 자율적으로 합성을 반복할 수 있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에서는 이산화티타늄(TiO2: Titanium Dioxide) 박막의 전기저항 최소화에 성공했으며 앞으로 연구자들이 단순 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신소재 개발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조성, 온도, 가스 분위기, 합성 속도 등 다양한 조건을 정확하게 제어해야 하지만 사람 손으로는 전부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시료 반송부터 성막, 평가까지 이어지는 사이클을 자동으로 실시할 수 있고 합성 결과를 스스로 분석해 더 나은 합성조건을 도출할 수 있도록 처리온도 등을 조절해 몇 번이든 동일한 실험 사이클을 반복할 수 있다.
24시간 동안 12번 성막을 실시할 수 있고 전기저항을 최적화하기 위한 작업은 24번 성막하는 동안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직접 하면 24시간 평균 2회 성막하는데 그치고 휴식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시스템 실험 효율이 사람의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험을 통해 생성된 방대한 데이터는 MI에서도 활용할 수 있으며 신소재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는 이산화티타늄 뿐만 아니라 5G와 6G 등 고속통신에 필요한 절연소재와 차세대 배터리 소재용 물질 탐색에도 적용해나갈 예정이다.
세라믹, 금속, 폴리머 등 다양한 분야에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획기적인 소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AP, 화학기업 경영 전반 지원
화학산업은 디지털화와 함께 밸류체인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AP는 주력제품인 통합 기간 업무 시스템 ERP 뿐만 아니라 사내 공모 인사제도를 위한 시스템 등도 개발함으로써 화학기업 경영 전반의 디지털화를 주도하고 있다.
창업자가 1972년 영국 ICI를 수요기업으로 확보한 것을 계기로 화학 분야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독일 화학산업연맹(VCI)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화학기업‧화학단체를 수요처로 두고 있으며 화학산업이 필요로 하는 요소를 탐색해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커뮤니티에 참여한 화학기업 수만 7000사 이상이며 글로벌 Top 100사 가운데 97사가 ERP를 채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요기업을 확보한 후에는 단순히 정보 교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회의와 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논의 결과를 신제품 개발에 반영하거나 피드백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와 디지털 기술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화학산업, 게임체인저 등장 가능성에 긴장…
화학산업에서도 아마존(Amazon)과 같은 게임 체인저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디지털화를 적극화하고 있고 바스프(BASF), 다우케미칼(Dow Chemical) 등 유럽‧미국 메이저들도 소재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코베스트로(Covestro)와 랑세스(Lanxess)는 바스프‧다우케미칼이 사용하고 있는 소재 판매 사이트 0ELEM 등 통신판매업자에게 정보를 독점당할 수 있다는 우려 아래 자체 사이트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SAP에 따르면, 화학 메이저들은 온라인 판매를 다양하게 존재하는 판매망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접점을 온라인에서 종결시키는 수단으로 판단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베스트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수요기업과의 접점 쇄신에 주력하고 있어 주목된다.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밸류체인을 재정의하는 화학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제품을 누가 사용하는지 알기 어려웠고 대리점이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화학기업이 직접 판매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AP도 인더스트리 4.0 흐름에 맞추어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등 새로운 방침을 내놓고 있으며 수요기업에 맞추어 제조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코베스트로의 디지털 마켓 플레이스는 SAP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구체화한 것으로, 연구개발(R&D) 부문과 함께 수요기업의 니즈를 충족시킬 신제품을 개발하고 소량으로 공급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과 납품 시기도 통합적으로 관리 가능하며 수요기업의 요구에 맞춘 세심한 생산 및 개발로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