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들이 최근 들어 필수적이라고 느끼면서도 가장 꺼리는 작업이 아마도 디지털화일 것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효율적인지 갑갑할 뿐이다.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인공지능(AI)도 활용해야 하며 양자화학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으나 아는 것이 별로 없고 전문인력도 없다.
국내 중소 화학기업들의 현주소이다. 대기업들이야 전문지식이 없어도 돈이 있고 인력도 풍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나 중소기업은 접근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일본 화학기업들도 디지털화에 발 벗고 나선 것으로 보아 중소기업이라도 기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으나 일본은 디지털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 화학 메이저인 스미토모케미칼은 DX(Digital Transformation)가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사업 재정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DX2.0을 넘어 DX3.0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유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활용해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하고 사업화할 계획이다.
스미토모케미칼 자체적으로도 이미 수백개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가운데 외부의 소재 정보까지 분석‧수집함으로써 데이터 축적량을 대폭 확대해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데이터베이스 이용 및 매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미국 빅테크들은 본업을 넘어 제약사업 부문에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제약기업들의 디지털 경험 부족을 메꿈으로써 제약사업의 비효율 개선, 맞춤형 데이터 활용, AI·IoT 활용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주도함으로써 거대 제약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꿈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컴퓨터와 휴대폰, 고객정보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환자 데이터 수집용 하드웨어를 개발해 제약사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애플워치를 중심으로 하드웨어 개선에 투자하고, 환자 데이터를 질병 바이오마커(Biomarker)로 전환하기 위해 제약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활용해 미래 약국을 구축하고, 원격환자모니터링(RPM) 솔루션을 확장해 처방에서 조제, 구입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화하고 있다. 또 제약 메이저의 의약품 제조·배송 부문의 디지털화를 지원함으로써 전문 공급망을 구축하고, 제네릭 제조 통합을 통해 의약품 제조원가 인하까지 욕심을 부리고 있다.
제약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전념하는 틈을 타 의약품 제조-유통-치료에 이르는 전과정을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제약 시장 전체를 장악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화학사업은 제약에 비해 원료 구매, 화학제품 제조, 연구․개발, 유통 등 서플라이 체인이 더욱 복잡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면 업무효율을 개선하고 기술을 혁신시킬 수 있는 등 경영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화학기업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하면서 디지털화하면 공정 수를 감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해 개발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KPMG는 에너지‧화학산업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 도입에 보수적이며 사이버 보안은 중시하면서도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도입이 늦어 경영을 효율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화학공장은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곳이 많아 디지털 기술 도입에 소극적이나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화학기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를 서둘러야 하고, 디지털 인재 육성에도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