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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화학산업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화석 베이스 연료‧원료 사용을 줄여야 함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수소 베이스로 전환해야 하나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탄소를 외면할 수도 없고 탈탄소에 나서자니 앞길이 캄캄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새해를 맞이하는 화학산업과 화학기업들이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하고 살길을 찾으면 빛이 보이는 것처럼 화학기업들도 문을 닫겠다는 각오로 임한다면 결코 길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Am)과 공동으로 앞으로 1-5년 동안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10대 유망 기술을 발표했다. 사회·경제적 편익, 혁신성, 투자자·연구자의 유인성, 5년 이내 달성 가능성을 기준으로 △탈탄소 △자체 비료 생성 작물 △호흡을 통한 질병 진단센서 △주문형 의약품 △무선 신호의 에너지 포착 △건강수명 연장 공학 △녹색 암모니아 △무선 바이오마커 △주택 3D 프린팅 △우주 사물인터넷 기술을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10가지 기술 대부분이 화학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특히, 탈탄소는 화학산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 대응이 요구된다.
탈탄소는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탈탄소 기술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운송, 난방․취사, 녹색수소, 무공해 발전, 농·축산 분야의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대량 에너지 저장, 저․무탄소 화학제품 원료, 탄소 포집․저장, 저탄소 기술, 무탄소 자동차 등 화학기술의 혁신과 산업화가 필수적이다.
콩과 식물 뿌리의 박테리아가 질소를 고정하는 현상에서 착안해 옥수수를 비롯해 곡물의 자체 영양분 생성을 유도하는 기술도 그렇고, 금속산화물 반도체의 전기저항 관련 변화를 통해 사람의 날숨에 포함된 특정 화합물의 농도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을 탐지하는 진단센서로 그러하다.
절차가 복잡하고 장시간 소요되는 대량생산 방식과 차별화해 장소·지역 구애 없이 개별 환자에 맞춰 제조하는 주문형 의약품도 있고, 후생 유전학과 오믹스(Omics) 기술 결합을 통해 노화의 분자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질병 예측 인자인 생물학적 마커를 식별해 표적 치료법를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비료용 암모니아 합성에 필수적인 수소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가 대량 발생하고 있으나 온실가스 방출이 없는 녹색수소는 화석연료에서 파생된 독성물질이 없어 친환경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하고, 무선 바이오마커 기기는 생체 인식 또는 전자 콘택트렌즈를 활용함으로써 채혈 없이 땀·눈물·소변·혈액에서 만성질환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하나 같이 화학적 연구 또는 화학기술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분야로 화학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연구개발에 임하면 성공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업 자체를 완전히 탈바꿈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화학기업들도 기존 사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노베이션을 통해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할 시점이고,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역동적 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시장 흐름이 사업성을 좌우하는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탄소중립을 위기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개척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화학저널 2022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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