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2.03.14
윤석렬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막을 내리게 됐다.
탈탄소를 배경으로 하는 탈원전 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현혹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폐지를 서둘러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라는 달콤한 유혹도 산림을 파괴하고 에너지 코스트를 크게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는 것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 공급 차질을 우려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으나 유럽 국가들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탈원전을 외치면서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만약,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에 의존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가 감히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서유럽이 막대한 전쟁 비용을 뒷받침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중국과 엄청난 금액의 원유‧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서방의 견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선수를 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권이 5년 내내 탈원전을 외치다 임기 말을 앞두고 원전 존치를 외친 것도 무리한 탈원전 정책의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한 제스처이나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윤석렬 정부는 미국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검토하면서 섣부른 화석연료 퇴출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화석연료 퇴출이 단계적 축소보다 더 많은 탄소배출을 수반할 수 있고, 현실을 간과한 에너지 전환은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에서 좌초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죽음의 계곡은 기술 개발에 성공한 벤처가 투자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단계를 의미하나, 에너지 전환에서는 풍력·태양열·ESS 등 불투명한 에너지 코스트와 원전 규제에 따른 비용 등을 간과한 채 기존 에너지원 배척으로 에너지 위기를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베이커연구소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국가들이 에너지 전환에 있어 죽음의 계곡 3단계 중 2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1단계는 지난 10년간 풍력, 태양광이 배출 억제에 초점을 둔 보조금과 촉진책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나, 2단계에서 에너지 전환 비용에 대한 대중의 반발, 시스템 혼란이 수년간 심화되고, 3단계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 신기술 대두, 탄소세 등 정책 재설정, 경제·공급망 부담이 뒤섞인 불확실성이 2025년 이후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5년간 1단계에 집중했고 윤석렬 정부가 들어서면 2단계에 진입할 것이 확실하다. 탈원전으로 발생한 전력 코스트를 전가하지 않고 다음 정부로 미루었기 때문으로, 문재인 정권의 정책적 범죄성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베이커연구소는 에너지 밀도가 낮은 자원으로 탄소집약도를 급격히 낮추려는 움직임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고, 특히 소비자에게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전가함으로써 정치적 반발을 촉발해 화석연료 의존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공급량의 50%를 커버하려면 현재의 약 7배인 46만개의 육상 풍력터빈이 필요하고, 전송·저장·백업 발전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입된 부양자금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아마도 국토 대부분을 태양광으로 뒤덮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화학을 비롯한 국내 산업은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에 따른 코스트를 부담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화학저널 2022년 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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