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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에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현물 기준으로 2022년 초 MWh당 80유로 정도에서 2월 중순 70유로 아래로 떨어졌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3월 초 227유로로 폭등했고 3월 중순 이후 70-100유로 사이에서 등락했으나 6월 중순부터 다시 폭등하기 시작해 8월 하순에는 276유로를 돌파해 머지않아 300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막기 위해 유럽 공급량을 대폭 줄이고 있음은 물론 인프라 보수를 이유로 공급중단을 선언한 마당이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는 천연가스 폭등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나, 산업대국 독일은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사고를 일으킨 이후 탈원전을 본격화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50% 수준으로 높아져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 상황에 따라서는 바스프, 코베스트로, 바이엘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연료·원료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자동차, 철강 등 산업 전반이 마비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바스프가 북해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대체를 강화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비롯된 에너지 대란은 유럽에 그치지 않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로 불통이 튈 조짐이다. 유럽이 천연가스 부족으로 원유 소비를 확대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안팎으로 폭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러시아 침공 이후 120달러 수준으로 폭등한 후 중국의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90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으나 약세 현상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고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이 감산을 들먹이면서 국제유가 약세에 대응하고 있어 다시 1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에너지 가격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외하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과 이동량 증가로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탈탄소 영향으로 유전·천연가스전 개발이 억제되면서 원유·LNG를 중심으로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협력관계가 무너지면서 사우디도 원유 생산 확대에 비협조적이다.
중동은 탈탄소 실현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가격이 높은 재생에너지·암모니아·수소 공급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고 국제유가를 100달러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LNG도 미국의 수출 확대가 쉽지 않아 카타르·UAE·오만의 공급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확실치 않다. 다만, 카타르는 세계 최대의 LNG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1억2600만톤으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미국이 2023년부터 원유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타결되면 에너지 대란이 막을 내릴 수 있으나 이상적인 기대일 뿐 현실화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원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함은 물론 산업계, 공공, 민간 구분할 것이 없이 대대적인 에너지 절감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원유·천연가스에 대한 할당관세를 폐지하고 전력요금을 에너지 수입가격에 연동해 현실화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에너지를 원가 이하에 공급하면서 에너지 절감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지금은 산업경쟁력 따위를 들먹일 시점이 아니다.
<화학저널 2022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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