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합업종·상생협력 놓고 공방 … CR은 대기업 주도 의견일치
폐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폐플래스틱 재활용 사업 확대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1년 바젤협약을 통해 세계 각국이 폐플래스틱 수출입 통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SK 계열사를 비롯해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기업들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함은 물론 폐플래스틱 수거 및 선별 시스템을 개발하는 벤처기업과 합작 또는 인수를 통해 폐플래스틱 원료 조달부터 CR(Chemical Recycle)까지 플래스틱을 재생산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지역마다 점조직 형태로 흩어진 약 7000개의 영세 중소기업들이 재활용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대기업 진출에 반대하고 있다.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은 수거, 선별, 처리(재활용), 재생원료 판매 단계로 구분되고 있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갈등은 선별과 재활용 단계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은 균일한 원료 확보를 위해 폐플래스틱 수거·선별 작업의 자동화 기술을 개발·도입해 폐플래스틱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과 장악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PE(Polyethylene), PP(Polypropylene), PS(Polystyrene) 등 생활계 폐플래스틱의 수집·운반은 물론 선별, MR(Mechanical Recycle)을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입을 원천적으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환경부가 발표한 폐플래스틱 발생량 자료를 근거로 대기업들이 종량제봉투에 혼입된 폐플래스틱과 사업장·건설 폐기물을 이용해 CR 사업을 추진하면 고도화된 자본과 기술 우위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전국 폐기물 발생·처리현황에 따르면, 2019년 생활계 재활용 대상 폐플래스틱은 130만8160톤 발생에 그쳤으나 종량제봉투 혼입물, 사업장·건설 폐기물은 917만2815톤으로 약 7배에 달하고 있다.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최주섭 연구원장은 “대기업의 재활용사업 진출로 중소기업 중심의 재활용체제 붕괴가 우려된다”며 “중소 재활용기업들이 도산하면 고도시설 투자비 회수와 독과점 운영으로 폐플래스틱 수집·선별·재활용 사업의 전후방 비용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석유화학기업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요구를 규제로 받아들이면서 상생협약을 통해 풀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재활용 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거나 사업 조정에 들어가면 글로벌 흐름과 투자 시기를 놓쳐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석유화학기업들이 CR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는 중소기업 단체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CR로 생산하는 열분해유를 플래스틱의 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균일한 품질의 원료 수급이 핵심이며 안정적으로 폐플래스틱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선별 등이 필요해 선별단계에서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연구원도 폐플래스틱 원료의 선별 및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율 저하, 잔재물 및 폐수 발생 등 어려움이 산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열분해유 관계자는 “폐플래스틱을 회수하는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 운영기업에 따라 원료 품질 차이가 현저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열분해유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주장했다.
석유화학 관계자는 “현재 폐플래스틱 구성성분 범위가 넓어 품질 균일성 확보가 어렵다”며 “열분해유 원료로 이용 가능한 폐플래스틱은 높은 가격대와 수급 불안정으로 기술이 확보돼도 경제성 담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거되는 폐플래스틱 가운데 활용도가 높은 플래스틱은 투명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PS 정도”라며 “나머지는 분리와 선별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플래스틱 재활용 사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2022년 10월27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다. 9월23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정 범위를 좁히는 과정에서 최종 결정일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생활폐기물 가공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나머지는 상생협약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OECD가 2022년 발간한 글로벌 플래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플래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톤에서 2019년 4억6000만톤으로 급증했고 폐플래스틱 발생량은 1억5600만톤에서 3억5300만톤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폐플래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며 매립이 50%, 무단투기 22%, 소각 19%로 처리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국내 폐플래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2017년 796만1000톤에 달했고 62%인 493만8000톤이 재활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62% 가운데 39%(312만6000톤)는 연료용으로 소각 처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