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석유화학 시장에 불똥이 옮겨붙고 있다.
글로벌 석유화학 메이저들이 미국에서 에탄(Ethane) 베이스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2-3년 후 석유화학 수출을 확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나 중국이 미국산 수입을 차단하면 아시아, 유럽 시장이 공급과잉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이테크제품 수출을 중단하도록 압박을 강화하자 미국산 수입 중단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점차 대상제품을 확대할 것이 확실시된다.
화학산업, 탄소중립 강화에 에너지 폭등 “이중고”
다우(Dow), 쉘(Shell), 엑손모빌케미칼(ExxonMobil Chemical) 등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서 석유화학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는 화학 메이저들은 2021년 강추위와 허리케인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이 호조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3월 말 텍사스에서 개최된 미국 정유‧석유화학 생산자협회(AFPM) 컨퍼런스에서도 경영자들은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자원가격이 폭등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반동에 따른 호황이 종료되면서 2022년 여름부터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출 감소의 영향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조달을 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더군다나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산화탄소(CO2) 감축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화학 분야에서는 ①바스프, 사빅(Sabic), 린데(Linde), ②다우, 쉘, ③토탈에너지스(Total Energies), 보레알리스(Borealis), 렙솔(Repsol), 베르살리스(Versalis)가 각각 연합을 형성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가스가 아닌 전력으로 에틸렌(Ethylene) 크래커를 가열하는 전기분해 설비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대량으로 청정에너지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어 화학기업이 안정공급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다양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풍력 발전량이 많은 유럽 북서부 지역은 비교적 전기로 전환이 쉬운 편이나 다른 유럽 지역과 아시아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소형 모듈원자로(SMR) 발전을 이용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세계 화학제품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2025년까지 추진하는 석유화학산업 배출 감축 계획을 통해 상하이(Shanghai), 광둥성(Guangdong) 등에 소재한 7대 석유화학 공업단지에서 원자력발전 전력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 미국 신증설로 수출 확대 가능성
미국에서는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가 잇따르고 있다.
2022년에는 엑손모밀과 사빅의 합작기업을 비롯해 토탈에너지스와 보레알리스의 합작기업, 쉘이 ECC(Ethane Craking Center)와 PE(Polyethylene) 총 400만톤 이상을 신규 가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Chevron Phillips Chemical(CPChem)과 카타르에너지(Qatar Energy)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단일계열로는 세계 최대급인 에틸렌 크래커를 공동 건설하고 있다.

미국은 에틸렌 유도제품이 공급과잉을 나타내고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유럽, 남미, 중국에 수출해 흡수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상하이에서 미국 서해안,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세계 2대 항로에서 운임이 상승했고, 미국-유럽 항로도 마찬가지여서 미국산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컨테이너 운임이 폭락해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있으나 중국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 언제 다시 폭등할지 예측이 어려운 상태이다.
해상운임 상승은 미국산 에틸렌, MEG(Monoethylene Glycol)의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MEG는 2022년 4월 중반 유럽 현물가격이 톤당 1030-1050달러에 달했으나 미국은 660달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 비해 약 100달러 낮아 운임을 고려해도 수출드라이브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메탄올(Methanol)도 유럽에서 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미국산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2022년 7월부터 화학제품 생산‧수입기업을 대상으로 슈퍼펀드소비세(Superfund Excise Tax)를 부과하고 있다.
원래 화학물질에 따른 환경오염 원상복구 등에 투입하기 위해 징수하던 세금으로 1995년 운용을 중단했으나 조 바이든 정권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2031년 말을 기한으로 과세 재개를 결정했다.
세액은 톤당 약 0.5-9.5달러로 부담이 크지 않으나 생산제품 가격에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화학기업 사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는 의견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자급률 향상으로 미국산 흡수 불투명
그러나 중국 수출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 봉쇄, 베이징(Beijing) 등의 이동 제한으로 수요 침체를 불러 아시아 석유화학제품 폭락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글로벌 EG(Ethylene Glycol) 메이저인 MEGlobal은 미국산 EG의 중국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시아 거래가격은 2022년 3월 말 CFR China 톤당 930달러에서 12월 400달러 초반으로 폭락했다.
중국이 자급률을 끌어올려 수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 MEG 현물가격은 2022년 봄까지 900달러를 상회하는 고공행진을 장기화했으나 중국 수요가 줄어들면서 폭락세로 전환돼 10월 이후에는 400달러대 초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에 수출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2022년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도 4.8%에 머물렀고 2분기는 3.5%로 발표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상반기에 2.5% 성장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3월 PE 수입량도 135만2200톤으로 18.3% 급감했다. 상하이 봉쇄가 영향을 미쳤으나 자급률 향상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에도 자급률 향상으로 PE 수입량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미국 시나리오대로 중국이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을 흡수할지 불투명해지고 있다.
중국, 도시 봉쇄 후유증으로 경제 침체
중국은 경제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상반기 물가 변동을 제외한 실질 GDP가 56조2642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2.5% 증가했다.
상하이를 포함해 주요 도시에서 시행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성장이 크게 둔화돼 2022년 목표 5.5% 달성을 위해서는 하반기 성장률을 8% 정도로 끌어올려야 하나 실현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매출액 2000만위안 이상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업생산액은 3.4% 증가했다.
원료가격 급등으로 화학원료 및 화학제품 제조업 부가가치액은 4.0%, 석유‧천연가스는 5.9% 늘어난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방적 부가가치액이 1.1% 감소했고 의약 제조는 0.9% 증가에 그쳤으며, 자동차는 1.9%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제품 생산량은 에틸렌이 1439만톤으로 1.4%, 가성소다(Caustic Soda)는 1965만톤으로 0.8%, 화학섬유는 3367만톤으로 0.5% 증가했다.
자동차는 1248만대로 2.1% 감소했으나 신에너지 자동차는 274만대로 111.2% 증가했다. 반면, 집적회로(IC) 생산량은 1661억개로 6.3% 감소했고 원유 가공량은 3억3222만톤으로 6.0% 줄었으며 수출입총액은 7조4333억위안으로 10.8% 증가했다.
에너지 가격은 14.0% 상승했다. 휘발유가 26.7%, 디젤은 29.2%, LPG(액화석유가스)는 23.9%, 가정용 석탄은 7.6%, 천연가스는 5.1% 올랐다.
화학제품 해상운임 상승도 걸림돌
컨테이너선, 건식 벌크선, 화학제품 운반선 운임이 상승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자원가격 상승, 코로나19에 따른 인력 부족,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연료 이원화 때문이다.
유럽의 특이한 사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은 화학제품 수출량이 수입량이 비해 매우 적어 화학제품 운반선의 수급이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주가 미국‧중동제품을 유럽으로 운반한 후 돌아가는 길에 실을 화물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여러 사정을 고려해 운임을 설정할 수밖에 없어 지속적인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컨테이너선, 건식 벌크선 발주가 증가하고 있으나 조선소에 여력이 없어 화학제품 운반선 발주가 진전되지 않는 것도 운임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후화된 선박을 새로운 선박으로 대체하지 못해 2023년에는 화학제품 운반선의 수송능력이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화학제품 운반선의 수송능력은 최근 20년간 감소한 적이 없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며, 화학기업을 비롯한 선박 이용기업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수요 부진으로 주로 화학제품을 운반하던 MR탱커가 수요회복, 운임 상승에 따라 다시 석유제품 수송을 재개한 것도 액체 화학제품 수송능력 부족, 운임 상승을 견인했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