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23.01.09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기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유도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 민주주의를 신장시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중국이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미국과 힘을 겨루는 상대로 성장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을 규제함으로써 중국 견제를 시작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통제를 통해 중국 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막겠다는 전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컨설팅기업 로디엄그룹(Rhodium Group)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술통제 조치를 통해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및 첨단 제조장치의 중국 유입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 중국이 통제를 우회해 첨단기술을 도입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첨단 컴퓨팅 칩 통제를 통해 중국의 군사용 고성능 컴퓨팅 발전속도를 늦추고, 반도체산업 성장을 중단시킴으로써 관련산업 성장·발전을 막아 전체 경제·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첨단 반도체는 개발·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품목을 통제하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제한한다. 16/14nm 이하 또는 비평면 트랜지스터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논리 칩, 낸드용 128단 이상의 메모리 IC, 디램용 18nm 하프피치 이하의 메모리 IC 등이 대상이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더라도 미국 반도체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통제가 강화되면 중국의 발전이 저해되는 만큼 미국도 코스트가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제조장비 매출이 14억-30억달러 감소하고 통제가 강화되면 손실이 46억-52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는 전체 반도체 가치사슬에 큰 영향을 미쳐 공급망을 재구축해야 하는 등 반도체 거래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메모리 칩이 장기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반도체 소재 시장에도 공급망 구조조정과 관련된 코스트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정부는 일방적으로 통제 정책을 발표하고 실행함으로써 외교적·경제적 부담이 당연하나, 삼성·SK는 외부적 요인에 따른 불똥을 감수해야 하고 반도체용 소재 공급기업들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의 통제에 대한 보복수단이 별로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수출을 제한하면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고민할 것으로 판단된다.
화학산업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나 중국이 대응을 확대해 무역전쟁 국면으로 돌입하면 중국산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학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석유화학은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고 정밀화학이나 제약·건강식품은 중국산 원제·중간체·원료 공급 차질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국내 화학기업들이 대응할 마땅한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이다. 석유화학은 수출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몇몇은 중국 수출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고, 헬스케어도 인디아산 수입을 확대하고 있으나 중국산 대체에는 역부족이다. 반도체 소재는 일본·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당장 피해가 없으나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체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 통제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이유이다.
<화학저널 2023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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